지난해 정부가 세금 등을 징수해 예산을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歲計剩餘金)'이 14년만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 조기집행을 강화하는 등 예산은 대부분 집행한 반면, 계속된 경기침체로 국세 세수입은 당초 계획보다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세계잉여금이 줄어들어 조만간 들어설 새 정부가 복지정책 확대 등에 필요한 자금으로 활용 가능한 추경재원도 대폭 감소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는 8일 '2012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부 마감 결과'를 발표하고, 지난해 정부의 세계잉여금이 1000억원 가량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총세입·총세출부는 정부가 중앙부처별, 회계별, 예산과목별로 수입과 지출을 기록한 우리나라의 총괄회계장부로서, 정부는 매년 회계연도의 세입·세출 실적을 마감하고 세계잉여금 규모를 확정해 발표한다.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총세입은 282조4000억원, 총세출은 274조8000억원으로 결산상잉여금이 7조6000억원 가량 발생했다.
총세입의 경우 국세 세수입 실적이 당초 예산보다 2조8000억원 가량 감소하며 예산 대비 3000억원이나 적게 징수됐다. 총세출은 세출 예산으로 편성했던 288조2000억원 대비 95.4% 집행하며 274조8000억원으로 마감됐다.
올해로 이월된 금액은 7조7577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6747억원 가량 늘었고, 사용하지 못한 불용액은 5조77221억원으로 2011년 보다 803억원 가량 줄었다.
하지만 정부가 예산을 초과해 거둬들인 세입 중에 올해로 이월한 금액을 차감한 세계잉여금(결산상 잉여금-이월액)은 1484억원 가량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잉여금은 정부가 결산을 완료한 이후 국가재정법 절차에 따라 지방교부세 및 교부금 정산, 공적자금상환, 채무상환, 다음연도 세입 이입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유자금이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 강화 등 충실한 재정집행, 소득세 원천징수 세액 인하(-1조원) 조치, 수입감소에 따른 관세 감소(-1조원) 등의 영향과 이월액 증가(+2조6747억원) 때문에 세계잉여금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세계잉여금이 적자를 기록했던 마지막 해는 지는 1998년으로 14년만에 세계잉여금이 부족하게 됐다.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8533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반면, 특별회계 부분에서 1조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정부는 일반회계 세계잉여금 8533억원을 지방교부세 및 교부금 정산에 1886억원, 공적자금상환기금출연에 1994억원, 채무상환에 1396억원 등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일반회계 세계잉여금 중에서 올해 추경예산으로 사용가능한 재원은 3257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잉여금을 추경재원에 활용했던 지난 2007년(4조5685억원), 2008년(2조979억원) 등에 비해 추경재원으로 활용 가능한 자금이 대폭 줄어들었다.
한편 정부는 특별회계 부분의 세계잉여금 적자 요인을 줄이기 위해 특별회계를 운용하는 중앙관서 차원의 지출구조조정 노력과 함께 세입여건 등을 감안해 합리적인 이월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의 구체적인 사용 계획을 4월경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을 받은 뒤에 확정할 예정이며, 이날 마감한 총세입·총세출부를 기반으로 2012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작성해 오는 5월31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