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100년 이끌 새 회장은? '실무형 or 빅후보?'
내달 5일 D데이? 찬반결과따라 '합종연횡 or 난립'
◆ '유권해석 임시총회' 돌발변수…예상보다 빨리 시동 걸린 선거정국
세무사회가 본격적인 선거국면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회장선거가 6월말이라는 점에서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시동이 걸린 것이다.
지난 1일 정구정 한국세무사회장이 이사회를 열어 '1차에 한하여 중임을 제한'하고 있는 회장의 임기와 관련한 회칙을 3선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유권해석을 위한 임시총회 소집(3월 5일)을 의결하면서부터 업계는 선거이야기로 들썩이고 있다.
업계는 이날 이사회 후 정구정 회장이 자신의 '3선욕심'을 드러낸 것이라며 사실상의 출마선언으로 받아들였다.
생각지도 않았던 정 회장의 3선도전이 화두가 되었고, 금년도 회장 선거는 6월말로 늦춰졌다는 점에서 느긋하게 선거전략을 준비해 오던 범예비후보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기습을 당한듯 당황한 모습을 숨기지 못했다. 정 회장 주위의 사람들도 설마 설마하다가 정으로 머리를 맞은 듯 잠시 충격파가 감지됐다.
예비후보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돌발변수'에 잠시 휘청하는 모습이 노출되기도 했지만 이내 "꼼수다. 말도 안된다.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다"라는 등 반대목소리를 높이며 반격을 시작했다. 또한 앞서거니 뒷서거니 출마선언을 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아직 출마선언을 하지 않은 예비후보들의 경우는 내달 5일의 결과를 지켜본 후 신중하게 스탠스를 취할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올해 세무사회장 선거는 두 번 치르는 격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3월5일 한번, 그리고 6월달에 한번. 내달 5일의 선택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음이다. 어떻게 될까?
한국세무사회의 회원은 지난해 연말 등록회원을 기준으로 1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 1962년 2월 세무사회가 창립된 이후 51년만이다.
지난해 세무사회는 도전의 50년, 희망의 100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회계사에 대한 세무사자동자격을 폐지한 것 등을 자축하는 창립 50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치렀다. 사상 처음으로 국무총리가 참석해 격려하기도 했다. 총회의 외빈중 국세청 차장이 최고위직이었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 그만큼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는 6월로 예정된 제28대 세무사회장 선거는 지난해 세무사회가 내건 희망의 100년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 맞는 새 시대를 열게 될 첫 회장을 뽑는 선거다.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선거라는데 이의를 다는 회원들은 없다.
이런 중차대한 선거를 맞아 유권해석이라는 '돌발변수'가 생기면서 새 시대를 열게될 새 회장에게 제대로 힘이 실릴까를 생각하면 '희망'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진다. 그러나 돌발변수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섰고, 회원들의 선택만이 남아있다.
현재 세무사회원들은 3선을 위한 유권해석에 찬성을 해야할지 반대를 해야할 것인지를 선택해야하는 기로에 서있다. 어쩌면 내달 5일의 선택이 6월의 선택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정구정 회장이 3선에 도전할 생각을 하게된 이유중 '현재 거론되는 후보들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라점도 있다는 데서 더욱 그렇다.
◆ 어떤 후보 선택해야 하나?
새로운 100년 희망의 시대를 이끌어갈 지도자로 어떤 인물이 적합할까?
개혁적인 인물, 회직을 많이 경험한 세무사, 소통과 화합의 달인인 세무사, 여성세무사, 업적이 대단한 세무사, 숙원사업을 해결해 낼 적임자, 수익사업 확대에 적합한 인물, 재산이 많은 세무사, 지방세무사회장 출신, 국세청 고위직 출신, 정치인 출신, 순수시험 출신, 봉사를 잘하는 세무사, 제도개선을 잘하는 사람, 세무사를 널리 알릴 수 있는 홍보전문가 등등 세무사회장으로서 갖추어야 할 조건과 덕목은 나열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다.
어떤 조건과 덕목을 최고의 가치로 두느냐는 회원들 저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회장을 선택하는 기준도 다르기 때문에 딱히 몇가지로 나누어 말하기가 쉽지않다.
총론적으로는 세무사들이 최고의 전문자격사로서 납세자들의 권익보호라는 세무사의 사명을 다하면서도 세무사들의 사회적 위상을 제고하고,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업무개선과 회 조직의 안정을 꾀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적격일 것이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조건은 까다롭다. 홍보도 잘해야 하고, 봉사도 잘 해야 한다. 또 업무영역의 확대, 회원간의 화합은 물론 자체회계프로그램의 확보, 인력난 개선, 소송대리권 쟁취 등 제도개선도 이뤄내야 하는 등 세무사들이 그동안 숨죽이며 훗날을 기약해 왔던 이런 일들을 이루어내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녹록치 않은 현실이 버티고 서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만능일 수는 없다. 이 중에서 한두가지 만이라도 이룰 수 있다면 그는 훌륭한 회장이라는 칭송을 받게될 것이다.
현재 세무사업계가 해결해야 할 첫 번째 현안은 '화합'이라고 꼽는데 주저하는 회원들은 많지 않다. "지금의 세무사업계는 '쩍 갈라진 세무사회'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입니다"라는 한 회원의 푸념과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두 번째 현안은 실무적인 부분으로 자체 회계프로그램의 확보 문제라는 의견이 많다. 한 회원이 세무사회 게시판에서 차기 회장이 해야할 일중 첫 번째로 꼽은 사안이기도 하다. 이는 또한 현재 업계의 갈라진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중요한 현안이라는 데서도 동의하는 회원들이 많다.
세 번째는 ‘직원인력난’문제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50년 숙원사업 등 지금까지 이뤄놓은 제도개선을 여하히 지켜내면서 조세소송대리권 쟁취, 지하경제 양성화에 따른 세무사의 업무영역확대 방안, 4대보험 사무대행기관에 세무사를 포함시켜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세무사회의 당면 제도개선 현안을 추진해 낼 수 있는 인물이면 더할 것 없을 것이다.
◆ 어떤 후보들이 거론되나?
누가 이런 세무사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을까?
자천타천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회원들은 많다. 그리고 최근 출마를 선언한 후보도 있다. 이들 모두 나름대로의 장점을 가졌으며, 누구 못지 않은 개혁적인 인물들이기도 하다.
당장 사실상 3선에 도전장을 던졌다는데 이의를 달지 않는 정구정 현 회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군의 한 사람이다. 정 회장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너무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그가 왜 출마를 해야하는지는 임시총회 소집요구서에 자세히 나와있기도 하다.
정 회장 다음으로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이창규 전 서울세무사회장이다.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회원을 보유한 서울지방세무사회장을 4년이나 지낸 인물이다. 그는 지난 7일 차기 세무사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자신의 말대로 지난 12년동안 정구정 회장과 정치적 동지 관계였다. 그가 어떻게 정 회장을 뛰어넘을지 궁금해진다.
이와 함께 한헌춘 현 중부지방세무사회장도 지난 12일 28대 세무사회장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정 회장이 소집한 임시총회에서 '유권해석'이 회원들로부터 받아들여져 정 회장이 출마한다면 현 회장, 전 서울회장, 현 중부회장이 맞붙는 '빅매치'의 성사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지금 세무사업계의 흐름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여성대통령 시대를 맞아 '2011년의 도전장'에 아직 잉크가 마르지 않은 유재선 전 세무사회 부회장도 일찌감치 회원들의 표심속으로 마음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출마하시나요'라는 질문에 "고민하고 있습니다"라고만 말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 창립한 세무사미래포럼 측에서도 후보를 낼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세무사미래포럼은 선거조직이 아니라 순수연구모임이라고 강조하지만 '그래도 후보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미래포럼측에서 거론되는 인물들은 송춘달, 신광순, 안수남 세무사 등이다. 물론 본인들이 직간접적으로 출마여부를 밝힌적은 없다. 미래포럼측에서 후보를 내지 않을 경우 유력후보를 지지하거나 외부의 '빅후보'를 추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예비후보들도 '28대 회장선거를 위한 예비선거'로도 불리는 내달 5일 현 회장의 3선여부가 가려지는 '유권해석'에 대한 찬반결과에 따라 결심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구정 회장의 3선출마가 가능한 쪽으로 결론이 난다면 '나도 있다'라며 마음속으로 칼을 갈아오던 예비후보들은 대부분 속마음을 감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 회장이 이번 임시총회에서 과반의 득표를 한다는 것은 양자대결 이상의 구도가 짜여질 6월선거에서의 결과는 쉽게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정 회장의 3선출마가 불가한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 군소후보들도 너나없이 고개를 내미는 후보자 춘추전국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현직 국회의원의 출마설과 관련해서는 여당에는 세무사자격을 가진 의원이 없다는 점에서 야당의원이 출마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우세하다. 또 그동안 업계에서 후보군으로 오르내리기도 했던 C씨의 경우 출마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세무사회가 내걸고 있는 희망의 100년을 위해 6월의 빅매치는 물론 당장 눈 앞에 닥친 내달 5일의 임시총회에서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한 터닝포인트라는 점에서 신사적인 총회, 신사적인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