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소비자 경보'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 경보란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을 알리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공표해 일반인들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주의보.
하지만 해당 경보는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 될 뿐 아니라 향후 민원 추이 집계 등 사후관리를 하지 않아 '보여주기 식' 행정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설립한 뒤 총 9차례에 걸쳐 소비자 경보를 발령한 바 있다.
최근에는 대출 사기 문자에 관한 민원이 접수되자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일부 대출모집인들이 저금리 전환대출을 빌미로 한 사기행각이 만연하면서 이에 대한 주의 촉구에 나선 것.
그러나 대출 사기 문자가 오랜 기간 동안 문제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전 검사나 감독,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뒤늦게 수습만 하려는 늑장대응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1년 3개월 간 총 124건의 관련 민원이 접수된 후에야 경보가 내려진 모습은 금감원의 안일한 대응조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이에 대해 "금융당국이 후일 책임져야 할 사항에 대해 면책권을 가지려는 술책"이라고 잘라 말했다.
조 대표는 이어 "진정으로 소비자 보호를 위한다면 사후적 경보가 아닌 사전적 피해 예방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금융 소비자 보호에 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이 때문에 금감원의 조직 개편마저 예고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소비자 주의 촉구'를 면책성 포석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금융소비자단체의 관계자는 "금융 민원에 대한 책임은 당국에 있는 것"이라며 "소비자 경보를 내리기 이전에 금감원 내 담당 직원들을 먼저 문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 주의 촉구 이후 수수방관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금융 소비자 보호에 대한 책임 있는 사후관리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