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2014년 세법개정안의 핵심 키워드는 중소기업과 세입확충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를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 강화와 70%의 고용달성을 위해 조세지원하고, 자녀장려세제(CTC)를 신설하고 농특세 시행기간을 10년 연장하는 등 취약계층의 국민을 배려한 세제를 지향하면서도 소득공제를 세액공제제도로 전면 전환하고, 비과세 감면의 정비세목별 과세기반 확대 등을 통해 부족한 세수를 늘려 세입기반을 확충하는 다양한 안을 담고 있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고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현행 제도의 틀에서 최대한 세입기반을 확충하려고 애쓴 것이 눈에 띈다.
중소기업을 위해 작년부터 시행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제도에 특례를 새로이 마련하고 고용 지원을 확대하였으며, 그동안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던 종교인의 사례금이나 공무원 직급보조비에 대하여 과세대상임을 명백히 하고있다.
특히, 작년 부가가치세법에 이어 우리나라 조세제도의 핵심인 소득세법과 법인세법등 소득세제를 납세자가 찾기쉽고 이해하기 쉽게 새로 쓴 법령이 도입되는 데 이를 통해 우리 세법이 한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입기반 확충안, 쓰러져가는 집에 내부인테리어
하지만, 세법개정안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정부의 세입기반 확충안은 폭증하는 복지수요 속에서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하고 연이은 세수부족사태를 해결할 방안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135조에 달하는 박근혜 정부 복지공약 시행과 올해 15조가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경상세수 부족사태를 앞두고 정부가 세입기반을 확충한다고 하면서도 근본적이고 실효성있는 세입확충 방안을 세우는 것을 망설이고있는 것은 의아하다.
당초 담세력이 높은 계층에 대한 과표구간 조정이나 세율인상, 부가가치세 면세축소와 세율조정, 상장주식 양도차익과세, 토빈세 등 새로운 과세제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전문가들과 정치권의 논의와 요구가 있었던 것에 비하면 정부가 재정문제를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거나 정치적 고려에 매달리고있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동안 엄청난 복지재원과 계속되는 세수결손에 대한 대책을 세무조사 강화와 지하경제 양성화만 부르짓었던 그동안의 모습과 별반 다름이 없다. 심각한 재정상황과 세입결손 속에서도 정부가 복지공약을 이행해야 하는 점까지 고려하면, 장마와 태풍에 계속 쓰러져 가는 집에 기둥과 보를 다시 세워야 하는데도 보기 좋게 내부인테리어만 하는 격이다.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에 집중된 세입기반 확충책
더 큰 문제는 그나마 이번 개정안에서 둔 세입기반 확충안도 그 대상이 주로 봉급생활자와 영세자영업자로 제도개선을 통해 세부담을 대폭 늘리는 데 집중(근로소득공제의 대폭 축소, 신용카드공제율의 축소, 소득공제제도의 세액공제 전면 전환 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소득공제를 세액공제제도로 바꾸고 근로소득공제액을 대폭 축소한 것이 눈에 띈다.
조세원리에 어긋나 잘못된 과세시스템을 고치는 거라면 지금 바꾸더라도 탓할 바는 못되지만, 근로소득자가 엄청난 세입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아무리 유리지갑이라도 제도만 조금 고치면 확실하게 세수를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여 고친 것이라면 잘못이다.
아무리 고액연봉자에게 세금을 더 걷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조세원리, 선진국의 과세시스템을 고려해야하고 다른 소득자의 과세형평성도 고려하여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여야 한다.
반면에, 경기침체에도 이익규모가 크고 현금유보율이 높아 담세력이 있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하여는 오히려 비과세 감면 등 조세지원을 유지하거나 확대(가장 감면규모가 큰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와 R&D세액공제의 대부분을 받는 대기업 혜택 유지,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매출 3천억까지의 모든 중견기업으로 확대)하도록 하고있어 적지않은 논란과 부작용이 우려된다.
세입기반 확충을 키워드로 하는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경기가 부진할 수록 상대적으로 담세력이 높아진 대기업은 거의 무풍지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세법개정안의 최대 수혜자는 이른바 중견기업을 포함한 대기업이다.
한편, 농특세의 존치기간을 10년을 늘린 것이나 창업자금 및 가업승계 증여세과세특례 제도의 적용기한과 각종 감면에 있어서 일몰제도를 폐지한 것은 의아하다.
목적세인 농특세는 칸막이 예산과 지출로 비효율성이 극에 달하여 학계나 정치권에서 계속 폐지논의가 있어왔기에 본세와 통합하여 징수하더라도 존치기간을 대폭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않다. 각종 감면과 특례제도에 존속기간을 아예 폐지한 것도 일몰제도를 두어 조세감면을 축소하려는 최근의 합리적 논의와 비교할 때 역주행으로 여겨진다.
심각한 재정, 고통분담 국민적 컨센서스가 필요하다
이번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입법되어 시행되는 내년은 국가재정상황에서 매우 분수령이 되는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다. 내년에도 경기부진과 내수침체가 이어진다고 보았을 때 정부의 세법개정안 대로라면 작년과 올해의 엄청난 세수결손에 이어 더 큰 폭의 세수부족 사태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백 조원으로 알려진 박근혜 정부 복지공약이 본격 시행되어 재정지출이 시작되면 이는 대재앙이 될 수 있다.
발등에 떨어진 엄청난 재정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이번 세법개정안에 충실히 마련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그렇다고 수수방관하고 포기할 수 없는 중대하고 화급한 문제라는 점에 별다른 이견은 이 없기에 앞으로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국회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세법개정안으로 인한 세입효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복지공약 등 대규모 세출계획과 연계하여 재정상황을 보다 냉철하게 판단하여 보완해야 할 것이다.
어려운 시기의 고통분담은 특정한 계층에 집중되거나 일방적인 것보다는 합리적인 기구를 통해 국민적 컨센서스를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여기에는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그리고 대기업과 재벌기업주도 예외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