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명 사무관 승진(내정) 인사 단행, 역대 최대규모
최근 크고 작은 금품비리 문제로 침체된 국세청 직원들의 사기를 살리기 위해 김덕중 국세청장이 풍성한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204명(세무직 200명, 전산·공업직 4명)이라는 역대 최대규모의 사무관 승진(내정)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그동안 국세청은 결원비율과 미래수요 등을 감안해 승진규모를 결정해 왔지만 미래수요 예측을 보수적으로 판단, 승진규모를 인위적으로 조정했다. 하지만 올해 가능한 수준에서 최대한의 승진TO를 확보해 당초 예고했던 인원(190여명)을 훌쩍 넘는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직원들의 기를 팍팍 살려 조직 분위기를 일신하고 업무에 대한 확실한 동기를 부여, 직원들이 현안업무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초석을 깔아주기 위한 인사권자의 배려가 인사명단 곳곳에 배어있는 모습이다.
□ 역대 최대규모 승진인사 '이모저모' = 이번 사무관 승진의 특징은 규모 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요식행위'라는 눈총을 받아왔던 역량평가를 실질적인 사무관 승진의 기준점으로 끌어올렸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실제 국세청은 역량평가 방식을 개선(객관식 시험 추가, 세법과목 반영비율 확대)해 초급 관리자로서 갖춰야 할 '기본기'를 제대로 평가하는 한편 역량평가 최상위자는 승진명부상 순위가 처져 있더라도 끌어올려 우대했고, 승진명부상 순위가 최상위권이었더라도 역량평가 하위권에 속했다면 승진대상에서 배제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원칙으로 인해 특정 지방국세청에서 승진이 유력했던 일부 인원이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락자들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노릇일 수도 있지만 역량평가에 대한 편견을 걷어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체 204명의 승진자 일반승진은 141명, 특별승진은 63명 이었다. 청별 배분은 본청 55명(교육원 2명, 고객만족센터 4명 포함), 서울국세청 52명, 중부국세청 36명, 대전국세청 13명, 광주국세청 11명, 대구국세청 12명, 부산국세청은 21명이었다.
출신지역별 배분은 경인 18명(9%) 충청 36명(18%), 호남 70명(34%), 영남 67명(33%), 제주·강원 13명(6%) 등이었고 임용구분별 배분은 7급 공채 33명(16%), 8급 특채 134명(66%), 9급 공채 37명(18) 등이었다.
지난 수 년 동안 사무관·서기관 승진인사에서 두드러졌던 '세무대' 출신의 강세는 이번에도 이어진 셈. 평균 연령은 48세였고 최연소 승진자는 39세(국세청 정책조정담당관실 오정근). 204명의 승진자 중 13명(6.4%)가 여성직원이었다.
승진자들의 평균 승진소요기간은 9.10년(일반승진 10.05년, 특별승진 8.05년, 최단 승진 5.08년)이지만 본청(8.03년)을 제외한 6개 지방국세청 중 유일하게 광주국세청 소속 승진자들의 승진소요기간은 8.10년(서울 10.07년, 중부 10.04년, 대전 10.04년, 대구 10.01년, 부산 10.03년)으로 크게 낮았다.
특히 이번 사무관 승진의 또다른 포인트는 일선 세무서에서 많은 수의 승진자가 배출됐다는 점이다. 전체 승진인원(세무직 기준)의 20%인 40명을 일선에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을 승진자로 뽑아 올렸다.
본청과 지방국세청 소속자들에 비해 일선 세무서 소속자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막연한 인식을 일정부분 걷어내는 효과도 손에 넣은 것으로 풀이된다.
□ '낭중지추(囊中之錐)', 눈에 띄는 요소들 = 63명의 특별승진자 중 15명은 국세청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이들로 채워졌다.
구체적으로 지하경제 양성화(엄인찬, 장권철, 박영표, 김진용), 차세대TIS구축(김동영), 역외탈세(이우철, 박문규, 이창훈, 고성호, 주맹식), 첨단탈세 방지(정헌미), 현장정보 수집(김호현, 이은장), 체납정리(이우재, 김규주) 등이다.
일선 세무서에서는 소위 '명당(明堂)' 자리도 눈에 띈다.
송파세무서 법인세과 법인계장 자리와 안양세무서 운영지원과 업무지원팀장 자리에서 2년 연속 사무관 승진자가 배출(송파-2012년 정동표·2013년 구희호, 안양-2012년 강병진·2013년 (女)윤일경)되는 기록을 만들어냈다.
지난 2011년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 주관으로 열린 제15회 민원봉사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는 등 신체적 장애에도 불구 이웃사랑을 앞장서 실천하는 것으로 유명한 조봉현 조사관(부산진세무서 납세자보호담당관실)도 이번 승진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국세청은 오는 6일(금요일) 사무관 승진자들을 대상으로 조촐한 축하연을 개최할 예정이다.
다만 올해 승진규모가 많다는 점을 감안, 본청과 서울·중부국세청 소속 승진자들은 김덕중 국세청장 주관으로 축하연을 실시하고 나머지 지방국세청은 해당 지방국세청장 주관으로 축하연을 개별 실시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