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이 지난 13일 사퇴 발표를 한 뒤 검찰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DB>>
검찰내부 움직임·여론 향배가 주요 변수
'혼외아들 의혹' 의혹이 제기된 채동욱 검찰총장이 전격 사의를 밝혔지만 인사권을 가진 청와대가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법무부와 검찰, 채 총장 사이에 '딜레마'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당분간 '진상 규명'을 위한 행보가 이어질 전망이지만 서로 입장이 많이 달라 과연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3자 모두 '진상규명'에는 한 목소리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15일 채 총장의 사의와 관련, "사표 수리를 하지 않았다. 진실 규명이 우선"이라며 "진실이 규명되면 깨끗이 해결되는 문제"라고 밝혔다.
앞서 법무부도 감찰에 대해 "검찰에서는 자체적으로 진상 규명을 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했고, 이에 제3자적 입장에서 조속히 진상을 규명해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진상을 규명하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에서는 이를 법무부·검찰청 공무원의 비위·진정 등에 대한 조사 개념으로 이뤄지는 통상의 감찰과는 다소 달리 '진상 규명'에 방점을 둔 조치로 받아들였다. 이는 채 총장의 신분이나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 총장도 사퇴 전날인 12일 '혼외아들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에 대해 "법원에 정정보도 소송을 청구할 것"이라며 "이와 별도로 유전자 검사를 조속히 실시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면서 '진상 규명'을 강조한 바 있다.
모두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입장은 제각각이다.
채 총장은 13일 검찰을 떠나면서 "근거없는 의혹 제기로 공직자의 양심적인 직무 수행을 어렵게 하는 일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기된 의혹 앞에 떳떳하기 때문에 규명돼야 할 '진상'이 핵심이 아니라는 의중이 깔린 입장 표명이었다.
다만 13일 갑작스런 사퇴 발표에 이어 주말로 이어지면서 법원에 소장을 내지는 않았다.
인사권을 가진 청와대에서는 이정현 수석이 "채 총장은 진실 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수석은 "채 총장이 직접 하건, 법무부 장관이 진상 규명을 요구했기 때문에 법무부가 진상 규명을 하건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법무부의 경우 장관의 감찰 지시를 발표한 이후 구체적인 이행 방침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감찰 어떻게 진행되나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법무부가 예정대로 감찰 조사를 진행하는 방안, 청와대가 일정 시점에 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는 방안, 채 총장이 스스로 추가 해명을 내놓는 방안 등이다.
법무부 감찰의 경우 강제조사 권한이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행정 부처인 법무부는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무부 감찰규정에는 감찰 대상자가 ▲ 질문에 대한 답변 ▲ 증거물 및 자료제출 ▲ 출석과 진술서 제출 ▲ 기타 감찰업무 수행에 필요한 협조 등 크게 4가지 사항에 협조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계좌추적, 통화내역 조회 등 수사에 준하는 강제조사 권한은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당사자의 '협조'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다만 법무부가 강제조사 권한은 없지만 고도로 숙련된 검사들이 근무하는 조직의 특성을 고려할 때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임의조사 방식으로도 사실관계 등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일각에서는 '혼외아들 의혹'을 명확히 해소하려면 유전자 검사 등 과학적 검사 방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방법 역시 채 총장 뿐아니라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씨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향후 중요한 변수로 거론된다.
◇어떻게 마무리될까
'총장 중도 퇴진'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와 관련, 감찰을 중심으로 한 진상 규명의 추이, 일선 검사들의 반응, 여론의 향배 등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우선 법무부 감찰을 중심으로 한 진상 규명 절차에서 현재 불거진 의혹에 관한 사실 관계가 보다 명확히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검찰 내부의 반발 기류가 확산될지 여부도 관심사다.
일부 검찰청에서 평검사회의 소집 등 집단 행동 움직임이 감지된다. 김윤상 대검 감찰1과장은 이번 사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사의를 밝혔다. 다만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중에서는 특별한 의사 표명을 한 사례는 관측되지 않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의 평검사들은 13일 평검사 회의를 열어 "채 총장의 중도 사퇴는 재고돼야 한다"며 "사표의 수리 이전에 먼저 의혹의 진상이 밝혀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북부지검과 부산지검 평검사들은 평검사 회의를 여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일단 취소했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외부의 여론 향배도 변수다.
민주당은 채 총장의 중도 사퇴를 야기한 일련의 상황에 대해 "검찰에 대한 길들이기"라며 청와대와 야당을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성명을 내고 "검찰 조직을 흔들어 다시 권력의 입맛에 맞는 정치검찰로 길들이려는 시도"라며 "검찰은 스스로 정치적 중립을 말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여러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향후 사태가 어떤 국면으로 접어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