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의 미흡한 내부통제 문제가 금융권의 이슈가 된 한 주였다.
금융감독원이 국민은행 도쿄지점 비자금 조성 의혹과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 은행 부실, 보증부대출 가산금리부과 실태, 국민주택채권 횡령 사건 등에 대한 집중점검에 나서며 업계의 관심을 주목시켰기 때문.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동양사태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당국이 금융사들의 지난 과실을 들춰냄으로써 '물타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문에 찬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펀드 슈퍼마켓 도입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고, 금융업과 관련된 규제를 대폭 완화할 방침임을 밝히면서 업계의 이목을 이끌었다.
■ 악재에 고개 숙인 국민은행…금융당국, 집중점검 = 금융당국이 국민은행의 내부통제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관련 의혹이 일파만파 퍼져나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5일부터 검사인력 12명을 투입해 국민은행에 대한 종합검사에 나섰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주요 의혹들에 대한 집중점검을 하기 위해서다.
한 은행에 검사역 12명이 파견된 것과, 3가지 이상의 사안이 동시에 점검받는 것은 금감원 역사상 이례적인 일로 평가 받는다.
상황이 이렇듯 걷잡을 수 없어지자 지난 27일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며 사태수습에 나섰다.
이건호 행장은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존립하는 은행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면서 "은행장으로서 깊은 책임을 통감하며 2만2000여 임직원과 함께 국민 여러분 앞에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민병덕 전 은행장도 성과급 반납을 약속하며 진화에 힘을 보탰지만 불길은 다른 곳으로까지 번져나갔다.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이 국민은행의 집단 중도금 대출행태에 문제가 있는 점을 꼬집으며 국민검사 및 국민감사를 청구할 예정임을 밝혔기 때문.
집단대출이란 은행이 아파트 분양자들에게 중도금과 잔금을 일괄해서 빌려주는 대출상품을 의미하며, 국민은행은 이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설명을 미흡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해 금융권 일각에선 국민은행의 대형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것에 대해 금융당국의 의도된 연출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민은행을 두고) 터진 사건들은 과거의 문제가 새삼 불거진 것인데 금융당국이 동양사태로 인해 구석에 몰린 상황을 물타기로 풀려는 것 아니겠냐"고 의문을 내비췄다.
■ 금융비전 발표한 금융위…앞으로 뭐가 바뀔까? = 시장의 경쟁을 저해하는 증권, 보험, 여신전문 금융업의 진입과 규제가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시장규제를 풀고 해외 수출을 독려해 금융 산업을 한층 성장시킨다는 내용의 '금융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지난 27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보험사의 해외환자 유치업 참여를 허용하고, 개인·퇴직연금까지 모든 공·사 연금 가입조회와 관련 정보 검색을 가능케 하는 '종합 연금포털'을 내년 말까지 구축할 방침.
아울러 금융권의 인수 합병을 촉진할 계획이며, M&A를 추진한 증권사에 대해서는 사모펀드 겸영을 허용하는 등 영업 인가 요건을 우대하고, 영업용 순자본 비율(NCR) 규제를 완화해줄 예정이다.
코스피의 경우 신속 상장 제도(Fast Track)를 도입해 상장 심사 기간을 현행 45일(평일 기준)에서 20일 이내로 줄인다.
또한 고객이 은행 주거래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기존 계좌에 연결된 각종 공과금이체, 급여이체 등이 별도 신청 없이 자동으로 이전되는 '은행 계좌이동제'가 오는 2016년부터 시행된다.
이에 대해 최진석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규제완화 시도 자체는 증권업계에 중장기적으로 고무적이며, 장수 리스크를 토대로 한 생·손보사의 성장 동력 확보는 긍정적"이라면서도 "M&A 촉진 및 NCR 기준완화에 대한 실효성은 아직 의문이며, 추가적인 규제완화 움직임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 펀드 슈퍼마켓 탄생할까?…관련 논의 '급물살' = 각종 금융사들의 펀드상품을 한 곳에서 비교하고 가입할 수 있는 '펀드슈퍼마켓' 도입 여부가 금융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자산운용업계가 공동으로 설립한 펀드온라인코리아(일명 '펀드슈퍼마켓')가 예비인가를 신청해 옴에 따라 가급적 신속히 요건 충족여부를 심사한 후, 요건을 충족할 경우 설립을 인가할 방침이라고 지난 26일 밝혔다.
김진홍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이르면 내년 3월부터 펀드슈퍼마켓이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면서 "펀드슈퍼마켓을 통해 펀드투자가 활성화될 경우 금융자산의 과도한 은행 편중현상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며, 궁극적으로 은행과 금융투자업의 균형적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펀드 슈퍼마켓이 도입되면 시중에 출시되는 모든 공모펀드를 한 곳에서 비교해볼 수 있고 선취수수료가 면제되며, 과거의 3분의1 수준의 보수를 내고 펀드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