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법과 파생금융상품 양도소득세 과세 법안 등 큰 관심을 모았던 입법안들이 지난 3주 동안의 치열한 논쟁 끝에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고 고배를 마셨다.
여야는 지난 1일 국회 본회의를 통해 소득세 최고 과표구간을 3억원 초과(세율 38%)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하향조정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등 크고작은 세법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국세청법 등 일부 법안은 위원회 계류를 결정했다.
특히 국세청 등 관가에서 기대를 했던 국세청법은 조세소위에서 치열한 논의가 진행됐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내년 2월 재논의가 결정됐고 파생금융상품에 양도세를 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도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주식양도소득에 일반세율을 적용하는 소득세법 개정안과 상장주식 양도세 과세대상을 확대하는 소득세법 개정안도 좌절됐다.
체외수정 시술비용에 대한 의료비 소득공제 법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으며 온실가스 배출 억제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후정의세·탄소세법은 아예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회복지세와 외국환거래시 세금을 부과하는 외국환거래세법, 녹용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면제하는 개소세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 국세청법, 또 '좌절' = 지난 십 여년간 수 차례에 걸쳐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는 등 모진 시련(?)을 겪었던 국세청법은 이번에도 좌절되는 곡절의 주인공이 됐다.
민주당에서 올해 초부터 꾸준히 국세청법 토론회 등을 통해 법 제정에 의지를 보이면서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심었지만 그 기대는 무너지고 말았다.
이번 조세소위에서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발의한 국세청법을 내년 2월 같은 당 조정식 의원이 발의할 예정인 유사법안과 병합심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 의원이 발의한 국세청법은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국세청장 임기제(2년)를 도입하고 기획재정부 산하에 '국가세무위원회'를 설치해 국세청장 후보자를 국세청 소속 1급 공직자 중에서 추천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조 의원이 발의할 국세청법은 사실상 내부승진을 법제화 했던 정 의원의 법안과 달리 외부인 임명도 가능하도록 한 것이 차이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2월 조세소위에서 두 법안을 놓고 심사를 한다면 국세청장의 내부승진 명문화 등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 파생상품·주식양도소득 과세 '실패' = 파생금융상품 양도세 과세와 주식양도소득에 일반세율을 적용하는 법안 등도 통과하지 못했다.
파생금융상품 양도세 과세 법안(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안)은 파생상품을 팔 때 발생하는 차익을 소득세 과세대상으로 규정, 10%의 소득세(250만원 기본공제)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현재 법인이 파생상품을 거래하면서 이익이 나면 이에 대한 교육세를 부과하지만 개인에 대해선 과세하고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조세형평성을 위해 개인도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시장 위축 등에 대한 우려가 걸림돌이 되어 조세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주식양도소득에 일반세율을 적용하는 법안(정의당 박원석 의원) 역시 세부담이 급격하게 증가된다는 이유로 통과가 좌절됐다.
현재 중소기업 주식에 대한 세율은 10%, 중소기업 외 법인의 주식을 대주주가 1년 미만으로 보유했을 시는 30%, 기타의 경우는 20%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이를 1년 미만 보유 주식에 대한 세율은 40%, 나머지는 6~38%의 누진세율로 과세를 하는 것이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 상장주식 양도세 확대·외국환거래세 '불발' = 상장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을 확대하는 법안과 외국환거래세 법안도 조세소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상장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 확대 법안(민주당 정성호 의원안)은 과세 대상인 대주주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코스피 상장기업의 대주주 기준을 지분율 2%·보유가액 50억원에서 지분율 1%·보유가액 30억원 이상으로 강화한다는 것이 주내용이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주식 양도소득 과세 대상인 대주주의 범위를 확대한 소득세법 시행령이 지난 7월 시행된 만큼 재차 과세를 강화하면 시장에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논리로 강하게 반대, 통과되지 못했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외국환거래세 법안(민주당 민병두 의원안)은 국내에서 달러 등의 외환으로 원화를 매입할 때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현물환거래만 과세대상으로 한다.
세율은 평상시에는 0.02%, 위기시(전일 대비 환율이 3% 이상 변동시)에는 10~30%가 적용되며 1건당 환전금액이 1억원 미만일 경우에는 비과세 대상이 된다.
□ 기후정의세·사회복지세, '시기상조'(?) = 기후정의세와 사회복지세는 논의 테이블에도 제대로 올라가지 못한 채 계류가 결정됐다.
기후정의세 법안(정의당 박원석 의원안)과 탄소세 법안(정의당 심상정 의원안)은 온실가스 배출 억제와 원자력 발전 축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추진되는 안이다.
기후정의세는 석유, 천연가스, 유·무연탄 등 화석연료와 원자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제조·반출하거나 수입할 때 과세되는 것으로 탄소세법도 내용이 유사하다. 다만 탄소세법은 화석연료에 더해 원자력 대신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에 과세를 한다.
하지만 이 법안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다수 제기되면서 자연스럽게 계류 법안으로 분류됐다.
이밖에 연간 700만원 한도인 의료비 소득공제에 체외수정 시술비를 포함할 시 연 900만원 한도로 늘려주는 법안(민주당 윤호중 의원안)은 긍정적으로 논의됐지만 막판 조율 실패로 통과되지 못했다.
녹용에 대한 개별소비세 면제 법안(민주당 정성호 의원안)도 조세소위 벽을 넘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