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역사, 코리아세븐, 롯데정보통신 등 비상장 3개사가 2012 회계연도 결산 시 매우 이례적으로 통 큰 배당을 실시한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으로 유명한 코리아세븐, 또 과도한 일감몰아주기 수혜기업으로 지적 받아온 롯데정보통신이 최근 4년간의 무배당 관행을 포기하면서까지 배당금을 지급했다. 더욱이 롯데역사의 경우엔 무려 2063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배당했다. 이는 당기순이익 118억의 18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지난해 신동빈, 신동주 두 형제의 계열사 지분 매입 자금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계열사 간 일감 나누기와 자산 이동, 이익 공유 등 롯데그룹 특유의 오랜 관행인 ‘짬짜미’로도 해석하는 분위기다.
▇ 비상장 3개사 평균 배당성향 637%, 주요 계열 4개사 평균 4.3%의 146배
코리아세븐, 롯데역사, 롯데정보통신 3개사가 금감원에 공시한 지난 2012년 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3사가 주주에게 배당한 금액이 각 181억, 2063억, 8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코리아세븐과 롯데정보통신의 배당은 지난 2008년 이후 4년간 무배당 관행을 깨버린 이례적인 일로 재계는 보고 있다. 특히 롯데역사의 경우에는 최근 5년 사이 3개년은 54억원, 2009년 171억원을 배당해 온데 반해 2012년엔 무려 2063억원, 배당성향 1742%라는 경이로운 배당금을 지급해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배당성향을 보면 코리아세븐이 35.3%, 롯데역사 1742.4%, 롯데정보통신은 135.5%다. 이는 주력기업인 롯데쇼핑, 제과, 칠성, 푸드 등 주요 계열사의 2012년도 평균 배당성향이 각각 4.3%, 4.5%, 5.2%, 3.1%인 점과 비교하면 평균 146배 높은 수치다.
롯데역사의 경우, 2012년 배당금 2063억원을 포함, 최근 5년간 주주배당 총액은 2396억원으로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총 합계 3079억원의 77.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는 그동안의 법인세율까지 감안하면 5년 동안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의 전부를 배당금 지급에 사용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왜 이들 3개사는 오랜 기간 유지해온 배당 관행을 버리고 2012년도 결산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의 고배당을 단행한 걸까?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역사의 경우, 주요 주주인 코레일 측의 요청으로, 또 통신과 코리아세븐의 경우도 주주 측의 요청이 몇 해 전부터 계속돼 실시한 것”이라며 “이에 따라 2012 회계연도부터 이익이 나는 비상장 계열사들도 배당을 실시하는 쪽으로 점차 전환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역사의 경우 코레일 측이 이 정도로 거액의 배당을 요구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코레일측은 이에대해 배당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즉답을 회피했다.
▇ 신동빈, 신동주 형제 2012년 배당금만 각 273.2억, 258억원 챙겨
신동빈, 신동주 두 형제가 이들 비상장 3개사와 증시 상장 계열사들로부터 지급받은 지난 2012 회계연도 결산 배당금은 확인된 계열사만 약 273.2억원과 258억원으로 추정된다.
재계에서는 최근 5년간 두 형제가 지급받은 연 평균 배당금이 형제 별로 약 50~70억원 수준인데 반해 지난 2012년도 결산 배당액은 평균치의 4~5배 수준이라는 점과 비상장 계열사 중 일부는 무배당 관행을 깬 사실을 매우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즉, 지난해 신동빈, 신동주 두 형제의 그룹 내 주요 계열사 지분 매입 자금 지원을 위한 단발성 배당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여기에 여러 계열사에서 지급받은 급여 등을 포함해 지난해 두 형제가 계열사 지분 매입에 사용한 약 648억원을 조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라 해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이나 부동산 등의 자산을 처분하지 않고 단기간에 648억원의 현금을 동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 정황을 고려했을 때, 비교적 시장 감시가 약한 비상장사를 동원해 거액의 배당으로 소요 자금의 일부를 조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다른 재벌들에 비해 중소기업과의 동반 성장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이나 기부금 등에 인색한 롯데그룹이 일부 비상장 계열사를 동원해 타계열사와 오너일가 주머니에 거액을 채워주는 것은 오너 일가의 전형적인 모럴헤저드”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롯데그룹은 유통, 편의점, 식음료 등 소비자를 상대로 벌어들인 이익을 타계열사나 오너일가에 몰아주고, 다시 이 자금으로 계열사 지분 매입이나 계열 확장의 재원으로 사용해 부의 확대 재생산을 이루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