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관세사 자격시험 최소 합격인원이 늘어나면서 관세사 업계에서는 관세청이 탁상행정을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해 75명이었던 관세사 일반전형 자격시험 최소 합격인원을 올해부터 20% 늘린 90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2014년 관세사 자격시험 계획을 전날(8일) 발표했다.
지난 2003년 일반시험 최소 합격인원이 75명으로 고정된 이래 11년 만의 일. 관세사 시험은 평균 60점 이상이어야 합격이 가능하며 만약 합격자가 최소 합격인원인 75명에 미달하면 40점 이상인 응시자에 한해 높은 점수대로 관세사 자격을 부여한다.
관세청은 최근 자유무역협정(FTA)과 수출입안전관리(AEO) 등 전문인력의 수요가 증대하고 응시자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 최소 합격인원을 확대했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반기지 않는 눈치가 역력하다.
가뜩이나 공급이 넘쳐나는 관세사 시장에서 최소 합격인원을 확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매년 관세사 일반전형 시험에 합격한 응시자 75명에 더해 특별전형에 합격자들도 수십명씩 배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은 이미 수요를 넘어섰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
관세사 시험은 일반인들이 응시하는 일반전형과 관세청이나 세관 공무원이 응시하는 특별전형으로 나뉜다.
일반 응시자들은 1차 시험과 2차 시험을 합격해야 하지만 관세공무원들은 10년 이상 근무한 자 중 5년 이상을 사무관으로 재직하거나 20년 이상 재직했다면 관세사 자격이 자동으로 주어진다.
특히 2000년 이전 사무관으로 임관한 자는 요건만 갖춘다면 관세사 자격을 그냥 부여하고 있으며 2000년 이후 임관한 자는 1차 시험과 2차 시험의 일부 과목을 면제해주고 있다.
지난해에만 77명의 일반전형 합격자(동점자 포함)와 23명의 특별전형 합격자가 배출됐다.
현재 한국관세사회에 등록된 관세사수는 1490명이지만, 관세사회가 파악하지 못한 미등록 관세사까지 감안하면 수년 내 시장은 포화상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문제는 매년 20~30명 수준에 머물던 특별전형 합격자가 올해부터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데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직이 본격화 되면서 향후 5년 내에 관세청에서 750명의 퇴직자들이 나올 예정이며 이 중 90%에게 관세사 자격이 주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별전형은 최소 합격인원이 없으며 요건만 된다면 관세사 자격이 주어진다.
이런 부분 때문에 관세사 업계에서는 관세청에 최소 합격인원 규모를 축소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관세사자격심의위원회는 오히려 늘릴 수 있는(전년대비 ±20%) 최대한으로 합격인원을 확대했다.
관세사자격심의위원회는 외부위원 4명, 내부위원 4명으로 구성됐으며 업계에서는 외부위원들 중 교수 출신들이 학교 위상 등과 직결되는 소속 학생들의 합격률 향상을 위해 합격인원을 늘렸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관세청은 각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일부의 주장만 들어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관세법인에서는 젊은 관세사를 저임금에 활용할 수 있어 최소 합격인원을 늘리는 것을 내심 반기고 있고, 개인사무소를 차린 관세사들은 반기지 않고 있다. 교수들은 제자들의 합격률이 올라가 이번 결정을 반기는 등 이해관계가 얽혀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FTA 등 컨설팅 업무가 늘어나면서 젊고 능력있는 관세사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이번에 최소 합격인원을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