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이 거액의 세금을 체납한 뒤 폐업을 했다면, 과세관청은 체납된 세금을 누구로부터 받아내야 할까요. 일단 법인은 세금납부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과세관청이 아무리 뒤져봐야 10원 짜리 한 장 받아내기 어렵습니다.
이 때 활용하는 체납세금 징수방법이 '2차 납세의무자'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현행법상 법인의 체납세금은 1차적으로 법인에 부과하지만 법인이 세금을 낼 능력이 없을 경우 법인 대표자(명의자) 등을 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 체납세금을 대신 부담토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의 배우자 및 자녀에게도 체납세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연좌제'적 성격의 제도인 셈이죠.
2차 납세의무자 제도는 과세관청과 납세자간 다툼이 빈번한 제도 중 하나입니다. 과세관청 입장에서는 지분관계, 지배관계상 제2차 납세의무자로 판단되지만 정작 납세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 다툼이 벌어지곤 하는 것입니다.
□ "사업장에 가본 적도 없다" vs "명의상 주주라는 사실, 증명해봐라" = 주식회사 K(대표이사 A씨)는 주유소업을 영위한 법인으로, 지난 2009년 7월 설립됐지만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제2기 부가가치세 등 총 7건을 체납했습니다.
안간힘을 써봤지만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결국 버티지 못한 K법인. 결국 2013년 폐업신고를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고통은 폐업만으로 매듭지어지지 않았습니다.
K법인으로부터 체납세액을 징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과세관청이 대표이사 겸 주주(지분율 75%)인 A씨와 그 배우자인 B씨(지분율 25%)를 체납법인의 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고, 주식지분율에 따라 체납세금을 부과한 것입니다.
자신은 사업장에 가본적도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배우자 B씨는 이에 불복, 조세심판원을 찾았습니다.
B씨는 "체납법인의 주주로 등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제2차 납세의무자 지정통지를 받을 때까지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체납법인의 사업장에 가 본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어 "체납법인의 운영자인 A씨는 나와 그 사업에 관해 상의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체납법인의 주주명부에 등재시킨 사실만으로 과세관청이 나를 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고 체납세액에 관해 납부통지한 처분은 부당하다"고 말했습니다.
과세관청은 "B씨는 체납법인의 과점주주로 체납법인의 경영을 지배하는 A씨의 배우자이므로 경영참여 여부 및 주권행사 여부와 관련없이 국세기본법 제39조 제1항 제2호 다목에서 규정하는 출자자의 2차 납세의무에 해당한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100분의 50을 초과하는 주식에 대한 권리행사는 납세의무 성립일 현재 소유하고 있는 주식에 관해 주권을 행사할 수 있으면 족하고 명의상 주주임을 입증하는 객관적인 증빙을 제시하지 못하는 점 등으로 보아 청구인을 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납부통지한 처분은 정당하다"고 못 박았습니다.
□ 심판원 "B씨, 감사로 등재된 적도 있다" = 양측의 주장을 통해 사실관계를 살핀 심판원은 과세관청과 같은 입장을 취하며 B씨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심판원은 우선 "B씨가 체납법인의 주주로 등재된 사실을 몰랐고 사업에 관여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하나, 국세기본법상 과점주주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주식의 소유사실은 과세관청이 주주명부나 주식이동상황명세서 또는 법인등기부등본 등 자료에 의해 입증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주식에 대한 권리행사는 납세의무성립일 현재 소유하고 있는 주식에 관해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 족하며, 주주명의를 도용당하였거나 실질소유주의 명의가 아닌 차명으로 등재되었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 단지 그 명의만으로 주주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으나 이는 주주가 아님을 주장하는 그 명의자가 입증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심판원은 또한 "체납법인의 대표자이자 B씨의 배우자인 A씨는 과점주주(75%, B씨 25%)로서 체납법인을 실질적으로 지배한 사실 및 B씨가 체납법인의 주식을 보유하고 체납법인의 감사로 등재된 사실이 확인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반면, B씨가 제출한 심리자료에서 체납법인의 설립자본금과 A씨의 개인 계좌의 잔액이 일치하는 점은 있으나, B씨 명의로 된 체납법인 주식의 취득자금을 A씨가 전적으로 부담했다거나 주주명의를 대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3중5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