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의 '덫'에 제대로 걸린 OCI = OCI(회장 이수영)가 연이은 세금추징 등 각종 악재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에만 지방세,법인세 등 수 천억원에 달하는 세금이 추징된데 이어, 자회사(유니드, OCI SNF)에 대한 세무조사가 진행됐거나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굴지의 석유화학업체 OCI(회장 : 이수영)가 잇따른 '세금악재'에 붙들려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규모 '계약해지'가 연이어 발생,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수 천억원에 달하는 세금추징과 함께 국세청 세무조사가 겹치면서 경영 악화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 위기의 시작, '오너 일가(一家)' = OCI의 위기는 지난해 5월 이수영 회장으로부터 시작됐다. 한 인터넷 언론이 공개한 '조세피난처 한국인 계좌' 명단에 이 회장 부부가 나란히 이름을 올리며 역외탈세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OCI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이수영 회장이 미국 자회사인 OCI엔터프라이즈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면서 받은 100만달러를 자산운용사를 통해 개인계좌를 개설했었다"면서 "2010년 계좌를 폐쇄했고 현재 미국 내 계좌에 동일금액이 예치되어 있다"고 해명했지만 곱지 않은 여론의 시선은 여전히 팽배한 상황이다.
□ OCI, '세금폭탄'에 휘청 = 지난해 6월에는 수 천억원에 달하는 '세금폭탄'까지 맞았다. 조세심판원은 지난해 6월14일 인천시의 지방세 1727억원 추징에 반발, OCI의 자회사인 DCRE가 청구한 심판청구사건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OCI는 이미 납부한 25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추징세액 1619억원에 더해 체납가산금 150억원을 추가로 납부했다.
OCI와 인천시의 '지방세 파동'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OCI는 지난 2008년 5월 인천 남구 소재 공장 용지 개발을 위해 인천공장을 주고받는 형태로 DCRE를 기업 분할했다.
당시 인천시는 '적정한 기업분할로 경제적 실질의 변화가 없으면 과세하지 않는다'는 특례조항에 따라 OCI가 DCRE에 토지와 건물을 넘겨줄 때 발생한 지방세 500억원을 감면했다.
하지만 2012년 4월 인천시는 이 같은 결정을 뒤집고 원금 500억원에 가산금과 이자 등을 포함 총 1727억원의 과세를 결정했다. DCRE가 적격분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DCRE는 기업분할 시 조세특례제도를 합법적으로 활용했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OCI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OCI는 현재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등 인천시의 지방세 추징 무효화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국세청이 세금추징 대열에 뛰어들었다. 국세청은 지난해 조세심판원 결정이 내려진 직후 OCI에 3079억여원에 달하는 법인세를 추징했다. OCI는 현재 세금부과와 관련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한 상태다.
□ 과세당국의 계속되는 '압박' = OCI에 대한 국세청의 압박은 올해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이수영 회장의 친동생 이화영 회장이 이끌고 있는 방계(傍系) 기업 '유니드'를 대상으로 고강도 세무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해 말, 올해 초를 전후해 서울 중구 소재 유니드 본사에 조사요원들을 투입, 지난달 중순까지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유니드 관계자는 1일 "2009년 이후 약 5년 만에 실시된 일반적인 정기세무조사였다"며 "추징금은 말해줄 수 없으나, 불복신청 절차는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이 부과한 세금을 내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국세청은 최근 폐수처리 약품제조업체 OCI SNF에 대해서도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OCI SNF 관계자는 "장기 미조사 업체라 과거에 부과된 법인세 납부의 적정성을 확인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OCI가 제기한 8억원 상당의 '해외자회사 지급보증수수료'에 대한 불복청구 사건(2007년 사업연도분)도 최근 조세심판원에 의해 기각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OCI는 지난 2007년 자회사인 해외현지법인에게서 지급보증을 대가로 지급보증수수료를 수취했지만 국세청은 국세청 모형에 따른 정상가격에 미달한다고 판단, 정상수수료율을 적용해 과세 처분한 바 있다.
이에 OCI는 지난해 10월 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지만 심판원은 지난 10일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규정 및 이전가격과세 기본원칙에 어긋나고, 법적·경제적 합리성이 결여됐다“며 OCI의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해외자회사별 신용등급에 따라 각각 정상가격을 산출해야하는데 OCI는 0.2%의 지급보증수수료율을 일률 적용했기 때문에 정상가격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국세청의 판단이다.
□ 잇따른 대규모 계약해지…경영 악화 가중되나= 지난해 OCI의 부채비율은 122%를 기록했고 당기순손실은 2856억원에 달했다. 3000억원이 넘는 초대형 법인세 추징금을 부과받은 영향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력산업인 태양광 소재산업의 폴리실리콘에 대한 해외 시장에서의 잇따른 계약해지 소식은 OCI의 경영 악화를 가중시키고 있는 요인이다.
지난해 10월 '스위스 웨이퍼스 AG'와 체결한 4796억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급계액과 '헬리오스 테크놀로지 SRL'과 체결한 2124억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급계약의 해지는 2012년 OCI 매출액의 21.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는 지난해 4월 세계 최대 태양광 패널업체인 '선텍'과 체결한 1조4619억원 규모의 장기 공급계약해지에 이은 악재로 OCI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한편, 이 같은 세금추징과 계약해지 등 악재가 거듭되고 있는 OCI 이우현 사장은 지난달 25일 191억원치의 자사주를 매각했다. 또한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 들어 순매수에 나서던 기관투자자들도 이 달 들어 30만여주의 매도세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