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잇따라 터지는 사고에 금융권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영업점 직원이 1조원 상당의 입금·대출 확인증을 허위로 작성했는가 하면, 또 다른 직원이 친인척 계좌를 불법으로 운용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국씨티은행도 유출된 고객정보가 금융사기에 이용되면서 물의를 빚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증권사들에 대한 NCR(영업용 순자본 비율) 규제를 완화할 방침임을 밝혔고, 이주열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최초로 참석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이목을 끌었다.
□ 연이은 사건사고에 늘어나는 불신 = 작년 하반기부터 잇따른 사고로 곤혹을 치른 국민은행이 새로운 사건들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6일 국민은행은 영업점 직원 이모 팀장이 허위로 9709억원 규모의 입금·대출 확인증을 작성해 발부한 사실을 발견해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지난 2월부터 지점 또는 법인인감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명판과 직인 및 사인을 날인, 허위 사실을 확인해 교부하는 방식으로 위법행위를 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부터 3일 뒤 국민은행은 강남지역 윤모 팀장이 친인척 계좌를 불법으로 운용해 횡령을 한 혐의를 발견하고 이 직원을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윤 팀장은 친인척 등 고객들의 예금을 무단으로 인출하거나 개인정보를 이용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대출을 받은 뒤 이 돈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규모는 수 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씨티은행을 통해 유출된 고객정보가 금융사기에 이용되며 논란이 일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씨티은행의 고객정보를 입수하고는 은행 직원을 사칭해 보이스피싱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대출실적이 필요하고, 통장을 만들어 보내주면 거래실적을 쌓은 후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고 고객을 속인 후 그 통장을 가로채 대포통장으로 이용하는 수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 및 공공기관은 유선상으로 송금 등 금융거래나 통장, 카드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면서 "자금이체 또는 추가적인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는 100% 사기"라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촉구했다.
□ NCR 제도개편…숨은 규제 찾기 나선 당국 = 오랜 기간 증권업계의 '손톱 밑 가시'로 꼽혀왔던 NCR 규제가 완화된다.
지난 8일 금융위는 NCR 산정 방식을 개편한다고 밝혔다. 오는 2015년까지는 증권사들이 새 NCR을 선택 적용할 수 있으며 2016년부터는 전면 시행된다. 단 자기자본 1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들은 내년부터 시범실시의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NCR을 산정하는 방식은 필요 유지 자본 대비 영업용 순자본 비율로 변경된다.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누던 지금의 방식이 바뀌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퇴출 요건이 되는 적기시정조치 기준도 바뀐다. 경영개선 권고는 현행 150%에서 100%로, 요구는 120%에서 50%로, 명령은 100%에서 0%로 변경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손실흡수능력을 반영하여 건전성 지표로서의 실효성 증진 및 투자자 보호 강화될 것"이라며 "경영개선권고 비율 조정으로 인해 기관투자자들의 NCR 비율 요구 기준도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벤처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해 기업인들의 각종 건의사항을 청취하며 금융권 숨은 규제 찾기에 나섰다. 신 위원장은 오는 6월까지 약 10차례의 현장 방문을 가지고 숨은 규제 혁신에 주력할 계획이다.
□ '주열금리' 동결…이변은 없었다 = 지난 10일 열린 한은 금통위 회의는 이주열 신임 총재가 처음으로 참석한 자리여서 관심을 받았다.
이날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4월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김중수 전 총재시절부터 11개월간 이어진 동결기조가 신임 총재 부임 후에도 이어진 것.
이에 앞서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 123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9.2%가 이달 기준금리의 동결을 전망한 바 있다.
이주열 총재는 회의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앞으로도 세계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면서 "다만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의 여건변화 등에 영향을 받겠지만 기초적인 회복세는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시각을 전했다.
이어 그는 "국내경기 또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소비자물가 흐름을 보면 상승률 자체는 당분간 낮은 수준을 이어가겠지만 점차 높아져서 하반기에는 2%대 중반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를 통해 드러난 이주열 신임총재의 성향은 전형적인 매파(물가안정 중시)에 가까운 것으로 여겨진다"면서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성장률은 높이고 물가는 하향 조정했지만, 이 총재는 낮아진 물가전망보다는 견조한 성장에 무게중심을 뒀다"고 해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