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노대래)는 KT가 수급 사업자의 귀책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위탁을 부당하게 취소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부과를 결의했다고 14일 밝혔다.
공정거래위회에 따르면 KT는 엔퍼스트에게 태블릿 PC (K-PAD) 17만 대(510억 원)를 제조위탁한 후 판매가 부진하자 제품 하자, 검수조건 미충족 등을 이유로 일부 수량의 제조위탁을 임의로 취소했다고 밝혔다.
발단은 지난 2010년9월1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KT는 애플의 아이패드 도입이 삼성전자 갤럭시 탭보다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시장선점을 목적으로 (주)엔스퍼트에게 저사양 태블릿 PC 조기 출시를 위해 17만대를 제조위탁 했다.
당시 KT는 K-PAD 총 20만 대 출시를 계획하고 먼저 3만 대를 제조 위탁한 후 초도 물품 수령에 맞추어 17만 대를 다시 위탁하였으나 시장이 예상보다 활성화되지 않고 시장에 출시한 3만 대 판매도 저조하자 제품 하자, 검수 미통과 등을 이유로 발주를 미루다가 2011년3월8일 제조위탁을 취소했다.
결국 발주 지연과 재고 부실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주)엔스퍼트가 위급한 상황에 이르자 다른 태블릿 PC(E301K) 등 제품 4만 대를 발주와 동시에 기존 발주량 17만 대 위탁제조 계약을 무효화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T의 이러한 행위가 수급사업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제조위탁을 임의로 취소한 것으로 하도급법 제8조(부당한 위탁취소의 금지 등) 제1항 제1호의 부당한 발주취소에 해당한다고 의결했다.
특히 발주취소 과정에서 KT가 주장하는 제품 하자는 상당부분 안드로이드 OS 문제로서 삼성 갤럭시 탭에도 유사하게 나타났으며 이러한 하자도 납기 전에 상당부분 개선되는 등 발주 취소에 해당하는 중대한 책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한 엔스퍼트가 Pre-IOT, IOT 등의 검수절차 진행에 적극 협조, 납기 전에 Pre-IOT까지 통과했으나 KT는 검수조건을 계속 변경하고 검수절차 진행을 불명확하게 하는 등 검수 통과를 매우 어렵게 했다고 결론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T와 엔스퍼트 간에는 17만 대 무효화와 관련 형식적인 계약서는 존재하지만 진정성 있는 합의로 볼 수 없다”며 “엔스퍼트는 당시 사업상 KT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고 모회사 인스프리트에게도 KT는 매우 중요한 고객이었으므로 17만 대 무효화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지위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KT에게 향후 재발방지 명령과 함께 총 20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IT 분야 등에서 관행적으로 발생하는 부당 단가인하, 부당 발주취소, 부당 반품, 기술유용 행위 등 중대한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집중 감시하여 위법 행위 적발 시 엄중하게 제재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KT는 이러한 공정위의 제재에 대해 “엔스퍼트와 17만대 계약을 체결한 사실은 있으나 단말기의 치명적인 결함을 해결하지 못해 검수를 통과하지 못했다”면서 “문제가 된 E201K의 하자는 배터리 소모시간/GPS/동영상 재생/카메라 등 하드웨어에 집중돼 있었으며 태블릿PC로는 유일하게 소비자집단분쟁조정까지 신청되었다”고 반박했다.
또한 “상생차원에서 엔스퍼트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E201K 17만대 대신 E301K(K패드 후속모델) 2만대와 인터넷전화 단말기 2만대 등 총 4만대를 구매하는 것으로 상호 합의했음에도 공정위가 제재한 것은 납득할 수 없으며 향후 행정소송 등 법적 절차를 통해 정당성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