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에 투항"…野 내부서도 반대 심해
여·야 원내대표들이 정부의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방식과 큰 차이가 없는 기초연금법 절충안을 마련한 것을 두고 시민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야권이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방식을 두고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웠지만 정부여당의 거듭된 국민연금 연계 '고수'에 한 발씩 양보하다 결국 정부안에 투항'했다는 지적이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18일 성명을 통해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해 "기초연금 야합을 멈추라"며 "'새 정치'도 야당 자격도 없다"고 성토했다.
오 위원장은 "우리는 어떠한 국민연금 연계도 용납할 수 없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과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은 재정구조는 물론 수급자 자격이 완전히 다른 제도"라며 "기초연금은 당해 세금으로 65세 이상 노인에게 연금을 제공하는 부과방식 구조이고, 국민연금은 가입자들의 보험료와 미래 세대 보험료로 가입자들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적립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완전히 다른 제도임에도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억지로 두 제도를 연계해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기초연금을 감액 지급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기초연금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꼼수를 부리면서 우리나라 연금제도를 뒤섞어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 위원장은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미가입자에 비해 연금급여에서 혜택을 보고 있다면 이는 국민연금 제도 내부에서 풀어야 할 과제"라며 "기초연금보다 더 큰 미래 재정과제를 안고 있는 게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을 받는다고 기초연금액을 감액한다면 나중에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어떻게 국민연금 개혁을 제안할 수 있겠는가"라고 거듭 지적했다.
그는 "연금개혁은 현세대와 후세대 재정 책임 몫을 다루는 중대한 국가 대사이다. 그것이 다른 나라에서도 오랜 시간을 두고 국민적 논의를 거쳐 개혁안을 만드는 이유"라며 "그런데 대한민국은 어떤가. 허위공약 유포 행위도 모자라 두당 지도부가 조찬모임에서 뚝딱 해치우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당은 기초연금 논란을 봉합하려고 국민연금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이런 근시안적 시야를 가진 세력은 더 이상 나라를 운영할 자격이 없다"며 "우리는 새정치연합의 노선 이탈을 중엄하게 규탄한다"고 재차 비난했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가 마련한 기초연금 절충안은 65세 이상 소득하위 70%에게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방식으로 10만~20만원 차등지급하는 정부안에서 20만원 수급자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기존 정부안이 20만원 수급자가 줄어드는 것을 감안해 10만~19만원을 받는 11만7천 명 중 국민연금 수령액이 30만원 이하인 저소득층에게 20만원을 지급하는 안이다. 또한 저소득 근로자의 사회 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업 확대, 실업 크레딧제 도입, 5년마다 국회 내 연금 특위 구성 등이 담겼다.
그동안 여야는 2월‧4월 국회에서 여‧야‧정 협의체까지 구성하며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방식을 놓고 씨름을 해왔다. 국민연금 장기가입자인 청장년 세대에 대한 역차별과 국민연금 제도 훼손을 이유로 국민연금 연계를 줄곧 반대했던 야당은 끝까지 연계 방식을 고수하는 여당을 상대로 소득수준 연계 차등지급안, 국민연금 수령액 기준 방식 등 거듭 양보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기초연금 미지급시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의 부담에 절충안을 마련한 것이라는 지적이 당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전날(17일) 의원들의 의견수렴을 위해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현재 여객선 침몰사고로 인해 당내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절충안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거듭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 보건복지위 한 관계자는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연금 연계방식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라며 "원내대표끼리 논의했다 해도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 추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전날 의총에서도 반대가 많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