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식 기획재정위원회 조세개혁소위원장이 22일 오전 회의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 : 김용진 기자
"연 세수효과 163억원"vs"거래 급감으로 시장 급랭"
금융당국 "과세 공감하지만 시기상 부적절" 우려
주식시장 파생상품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법안이 국회 통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파생상품은 주식 및 채권 가격에 연계되는 고수익·고위험 금융거래로 정부는 그동안 초기 시장의 육성을 위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개혁소위원회는 파생상품 과세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검토한 뒤 양도소득세 도입을 추진하기로 여야 합의했다.
세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파생상품 투자로 얻은 양도 차익에 대해 250만원 공제 후 양도소득세 10%를 부과한다. 세수 효과는 연간 163억원이 될 전망이다.
지난 2월 이후 정치권은 주식시장 일반 거래와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시장의 반발에 부딪치며 양도소득세 과세로 한 단계 낮추는 진통을 겪었다.
조정식 소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은 "양도소득세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은 점을 고려할 때, 시장 상황을 주시해가며 과세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거래세 부과 시 거래가 더욱 감소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발은 여전할 전망. 파생상품 거래자 중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투자자는 개인뿐이다. 법인의 경우 10~22% 수준의 법인세를 부담하기 때문에 이중과세 문제로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고액 자산가 중 상당수가 세금 문제에 민감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가 부과될 경우 시장에서 빠져나갈 위험이 크다"며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데 무엇이 문제되느냐고 할 수 있지만 모든 시장이 그렇듯 기관들 만으로 형성되지는 않는다"고 우려했다.
기획재정위 및 기획재정부 조사 결과, 지난해 파생 거래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선물(futures) 31%, 옵션(option) 31%. 2012년 개인 계좌 수를 기준으로 시뮬레이션 할 때 총 4000명이 1인당 409만원의 양도소득세를 부담한다.
최근 몇 년 사이 금융 위기가 계속되며 주식시장 거래량은 급격하게 감소했다. 장내 파생 거래는 지난 한 해 1경1821조원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코스피200 선물거래는 4839조원 급감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자본이득세 도입이 한창 논의 중인데, 금융 위기 이후 주춤한 사례도 적지 않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대전제에는 공감하지만 시기상 적절한지는 더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독일에서는 유가증권 및 파생상품에 자본이득세를 과세하고 있다. 최근에는 타이완과 이탈리아가 금융기관에 한해 파생상품 거래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 11개국의 경우 금융기관에 한해 양도소득세뿐 아니라 거래세 부과를 논의 중이다. 세율은 주식 0.1%, 파생 0.01%, 채권 0.1% 수준.
기획재정부가 2012년 세법 개정안에 담은 내용에 따르면 코스피200 선물과 옵션거래에 대해 각 0.001%, 0.01%의 거래세를 부과하기로 추진했다.
이를 토대로 경제적 효과를 추정하면 거래량은 선물 13%, 옵션 14%가 줄어들 전망이나 반면 세수 효과는 연간 744억원이 예상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