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사람이 아닌데 참으로 안타깝다."
"직원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사람이었는데, 돕지는 못하고 다들 걱정만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분위기가 좋지 않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가뜩이나 무거워진 분위기는 최근 단행된 인사 하나로 인해 더욱 가라앉은 모습이다.
세제실에 충격파를 던진 인사는 지난 21일(월) 단행됐다. 최고 인재들만 간다는 청와대 파견을 마치고 세제실로 복귀한 A과장에 대해 보직해임 통보가 내려진 것이다.
사실 A과장에 대한 인사조치는 어느 정도 예견이 됐었던 부분이다.
그는 지난해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파견자로 선발, 공직자들의 로망 중 하나인 청와대 근무 기회를 얻었지만 지난해 말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면서 공직생활에 제동이 걸렸다.
당시 청와대 감찰부서에서 퇴근시간 이후 보안검사 차원에서 행정관들의 책상 서랍 잠금 유무를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A과장 책상 서랍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영화관람권 수 십장이 발견된 것이다.
사안이 경미하다는 판단하에 청와대는 특별한 징계 없이 A과장을 기재부로 복귀조치했다. 이후 그는 수 개월 동안 본부대기 발령 상태로 머물다 지난달 세제실 과장보직에 임명됐다.
문제는 당시 A과장과 함께 '품위손상' 명목으로 원대복귀 결정을 받았던 부처 공무원들에 대한 청와대와 원 소속 부처의 징계가 미흡했다는 언론보도가 터지면서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언론들이 줄기차게 문제 제기를 하면서 청와대가 원 소속 부처에 해당자들에 대한 징계조치를 지시, 작금의 상황까지 치닫게 됐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번 보직해임은 A과장에 대한 중앙징계위원회(안전행정부 산하) 징계결정이 내려지기 전 사전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상 징계위원회 징계의결을 요청하면 보직해임 또는 직위해제 조치를 하는 것이 관례"라며 "징계대상자에게 업무를 시킬 수 없거니와 당사자 또한 불편한 마음에 자리에 앉아있을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A과장은 사무관 시절부터 세제실에 투신, 뛰어난 업무능력과 더불어 유연한 마인드와 대인관계로 상하동료들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던 인물. 세제실 내부에서 미래 세제실을 이끌어 갈 주역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재였다.
전도가 유망한 동료의 '비운'에 세제실 사람들은 걱정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가뜩이나 최근 세제실에서 내놓은 조세정책들이 호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일까지 터지자 사기가 크게 저하된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세제실의 한 관계자는 "보직해임 조치가 내려져 너무 안타깝다. 원래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문제가 다르지만 그게 아니라 동료직원들 대부분이 걱정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A과장이 실제 언론에 보도된 만큼 큰 비리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마치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것인양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이에 휩쓸린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그것도 관운이라면 관운일테지만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종 징계수위가 결정되기까지 시간이 남아있는데도 불구, 너무 빠르게 움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안행부에 따르면 증빙서류 취합 등을 감안해 원 소속 부처의 징계요구에 따른 최종 징계수위 결정까지는 3개월 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원 소속 부처가 징계의결을 중앙징계위원회에 요구했더라도 무조건 보직해임을 해야 한다는 규정 또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제실 관계자는 "이미 수 개월 동안 본부대기 상태로 있다가 복귀해 자숙하는 마음으로 업무를 하고 있었는데 또다시 본부대기 상태가 되서 당혹스럽다"라며 "가뜩이나 해당 과를 소관하는 국장 자리가 공석으로 운영되고 있는 마당에 중요 인력이 빠지고 추가 인사도 어려운 상황이라 업무에도 많은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