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투자 규제 해소…일반 기업 역차별 논란 예상
제조업 계열 증권사, 사모펀드 운영 금지…일부만 허용
대형 IB 신용공여 한도 늘어 영업 활동 긍정적 측면도
정부가 자본시장 활력을 되찾기 위해 사모펀드의 규제를 전면 철폐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시장에서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사모펀드의 경영 참여에 따른 부작용이나 사모펀드 운영이 금지된 기업에 대해서는 역차별 논란이 예상돼 법안 개정 작업에서 난항을 예고하고 있지만 기업의 인수합병(M&A) 등이 활성화되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는 긍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모펀드 규제 완화…경영 참여 활발해진다=사모펀드는 소수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주식·채권·부동산 등 고수익·고위험 투자를 하는 금융 상품. 투자 자격과 자산 운용, 인수 기업의 지분 보유에 있어 상당한 규제를 받고 있다.
2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사모펀드와 기업이 서로 활발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양측 규제를 다 해소해, 인수 합병(M&A)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들은 위험 투자의 한도를 확대하고 의결권 주식을 5년 이상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사모펀드는 투자수익률을 추구하는 것이 주 목적인 경우도 있지만, 투자 기업의 경영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구조조정을 하고 기업 가치를 높인 뒤 매각하기도 한다.
과거 미국 론스타펀드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사례나 최근 몇 년 사이 MBK파트너스, IMM(아이엠엠인베스트먼트), 파인스트리트그룹 등 상당수 사모펀드가 금융회사 인수에 적극 관심을 보이며 이를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최근 M&A가 결정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회사 입장에서 사모펀드에 인수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 매우 크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금융 전업 그룹의 사모펀드 운영을 허용하는 동시에 기업집단 지정에서 예외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금융 전업 그룹은 은행, 보험, 금융 투자 등 금융 계열 자회사만 보유한 금융지주회사를 지칭한다. 자기자본 상위 5개의 투자은행(IB) 중 신한금융지주회사, 우리금융, 한국투자금융지주 3곳이 해당하며, 삼성증권과 현대증권은 제외된다.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는 다른 대기업과의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금융지주회사와 대형사모펀드를 기업집단에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금융위와 의견을 조율해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기업집단은 의결권 행사뿐 아니라 계열사 운영 등 여러 면에서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 전업 그룹에만 사모펀드 설립을 허용하면 역차별 논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은 향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개정 작업을 거칠 예정이다.
□신용공여 한도 확대, 영업 활동 장밋빛=이와 함께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IB는 M&A 관련 신용공여를 늘릴 수 있게 됐다.
삼성증권·KDB대우증권·현대증권·우리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이 이에 해당되며 그동안 업계가 정부에 꾸준하게 건의해온 부분이다.
만기 1년 이내, M&A 관련 대출을 한 경우 현행 신용공여 한도에서 차감된다. 현행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100% 이하. 향후 IB들은 M&A 관련한 대출을 늘릴 수 있다는 뜻이다. 단, 총위험액에는 반영되며 계열사에 신용공여를 하는 것은 금지된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공여 한도 확대는 그동안 업계에서 정부 측에 수차례 건의했던 사항이라 향후 영업 활동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사모펀드가 최대 주주인 기업도 상장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의 가치를 높여 빠르게 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상장하는 스팩(SPAC)에 관한 규제도 완화된다. SPAC이 상장 이전 지정 감사인을 선임해야 하는 의무를 면제해주고 자기자본 요건을 코스피 200억원→100억원, 코스닥 100억원→30억원으로 낮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