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과거 발언과 글이 친일논란 의혹이 불거지자 후보지명 14일 만에 후보직에서 자진사퇴했다.
문 후보자는 이날 서울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님을 도와 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사퇴하는 것이 대통령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 문창극 "개인의 신앙은 자유를 누린다" = 문 후보자는 "저와 같이 부족한 사람에게 그동안 많은 관심을 쏟아주신 것에 대해 마음속 깊이 감사함을 느낀다. 열성적으로 지원해주시고 기도해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역사인식 논란이 됐던 신앙문제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문 후보자는 "개인의 신앙은 자유를 누린다. 그것은 소중한 기본권이다. 제가 평범했던 개인 시절, 저의 신앙에 따라 말씀드린 것이 무엇이 잘못이냐"며 "제가 존경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의 옥중서신이라는 책에서 신앙을 고백하며 고난의 의미를 밝혔다”고 말했다.
또 문 후보자는 여론에 흔들리지 않는 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자는 "민주주의는 주권자인 국민의사와 법치라는 두 개의 기둥으로 떠받쳐 지탱되는 것이다"며 "국민의 뜻만 강조하면 여론정치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론은 변하기 쉽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의해 지배받기 쉽다"며 "법을 만들고 법치에 모범을 보여야 할 곳은 국회"라고 강조했다.
□ 총리후보자 두 번째 '낙마'…세 번째는 '누구' = 문 후보자의 사퇴는 '국민검사' 안대희 전 대법관의 낙마에 이어 두 번째다.
앞서 안 전 대법관이 국민정서에 반하는 전관예우 논란에 휩쓸려 무력하게 낙마하면서 청와대는 '청문회 통과'를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고 문창극 카드를 꺼냈다. 언론인 출신임에 따라 법조인과 관료들보다 상대적으로 도덕적일 것이라는 기대와 문 후보자가 검증 대처에 유연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모았다.
하지만 일본 식민지배 정당화 논란 등 역사인식 발언이 문 후보자의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책임총리제, 그런 것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하는 등 총리 후보자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발언까지 나오면서 여론의 뭇매가 쏟아졌다.
행정과 정치 경험이 전무한 문 후보자가 국정을 총괄하고 험난한 정부 개혁을 이끌어낼지에 대한 의문도 상당수였다. 이 때문에 세월호 참사로 국가적 과제로 대두된 공직사회 개혁과 '관피아 척격' 등을 수행해낼 지에 대한 물음표가 던져지기도 했다.
문 후보자의 조부인 문남규 선생이 일제 식민지 당시 독립군으로 추정된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하면서 숨죽였던 여권이 다시 '문창극 청문회'로 방향을 트는 모습이 감지됐지만, 역사인식 논란의 불씨가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박근혜정부에 부담이 됐다고 판단, 자진사퇴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세번째 총리 지명이 이뤄진다면 야권이 반대할 명분이 크게 약화하는 만큼 야권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 지명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