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 여야 기재위원들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최경환표' 세법개정안을 놓고 치열한 줄다기리를 할 것을 예고했다.
여의도에 짙은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지난 6일 정부가 201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가운데 세법개정안을 바라보는 여야의 입장이 극명하게 대립되면서 정기국회 논의과정에서 치열한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양측이 서로 맞대고 있는 칼끝이 첨예, 세법개정안의 온전한 입법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세법개정안을 통해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제시하고 이를 통해 경제활성화를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여당은 전반적으로 환영의 뜻을 표했고 야당은 맹렬한 반대 입장을 표했다.
특히 여야는 기업소득 환류세제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했다는 것이 '공통점'. 하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여당은 강도가 너무 강하다며 완화 필요성을 언급한 반면 야당은 강도가 너무 약하다며 더욱 강력한 사내유보금 과세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어떤 형태로든 정부가 마련한 원안은 벌써부터 '칼질' 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여기에 더해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색깔론이 곁들여지면서 기업소득 환류세제 보다 더 큰 논란거리로 작용할 전망이다. 야당은 배당소득 증대세제를 '부자감세'로 규정, 정부 원안을 뜯어고칠 태세를 갖추고 있는 모습이다.
□ 기업소득 환류세제, 원안 통과 '막막' = 2014년 세법개정안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이는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골자는 기업이 쌓는 사내유보금 중 투자 또는 배당, 임금인상에 사용하지 않은 일정 부분에 대해 10% 단일세율로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패널티의 성격이라면 근로자의 임금을 인상하면 10% 세액공제(대기업 5%)를 해주는 근로소득 증대세제는 일종의 인센티브. 쉽게 말해 기업들이 유보금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임금인상만 해도 법인세 혜택이 비례해 커지는 구조다.
새누리당은 기재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기 전부터 기업소득 환류세제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를 전하며 세율 등의 과세방법을 기업들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로 설계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우려가 정부에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며 '10% 단일세율'을 기업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조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의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과세 수준이 미약하다는 입장. 적정한 사내유보금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선 법인세 부과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야당은 정부안보다 강도높은 수준의 방안을 준비 중인 상황이다.
이에 더해 야당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MB정부 시절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한 분에 대해 기업들이 유보금을 쌓아두고만 있다고 발언한 것을 빌미로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도입하기 전 인하했던 법인세율을 회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부자감세' 논란 촉발, 野 극렬 반대 예고 = 야당은 근로소득 증대세제의 대해서도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안 가지고는 택도 없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으로 인상하고 근로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을 도입하는 것이 가계소득 증대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계소득 증대라는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실효성 여부를 떠나 의견대립의 수준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3대 패키지 중 하나인 배당소득 증대세제다. 배당소득 증대세제에 대한 논란은 '색깔론'까지 가미되며 기업소득 환류세제 도입안보다 더 극렬한 접전이 예상되고 있다.
야당은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실효성은 물론, 정책기조 자체를 '부자감세'로 못박고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굳히고 있다. 특히 야당은 대주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배당소득-금융종합과세 또는 25% 분리과세 선택적 허용)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나성린 정책위부의장은 '계급갈등' 유발을 우려하며 부자감세 논란 사전차단에 나섰지만 야당의 결기를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야당은 '소득중심성장, 경제민주화, 부자감세 철회'를 기치로 건 별도의 세법개정안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양측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버린 상황이 됐다.
□ 국민 안중에 없는 '패키지 딜' 폐단 재현 가능성 =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 뿐만이 아니다. 디테일한 개정안 중 상당수에 대해서도 전향적 협조가 필요한 야당의 반대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평수의 공동주택 관리비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를 일몰 적용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야당이 반대하고 있다. 반대만 하는 것을 넘어 고용창출 중소기업 세액공제와 통신비 특별세액공제, 자영업자 특별세액공제 신설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지난해 정기국회 당시 야당이 내놓은 소득세 최고 과표구간 조정안과 여당이 밀고 있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안을 서로 맞교환하는 '패키지 딜'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