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세제실이 1년5개월 동안 원치 않았던 '외유(?)'를 끝내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최근 단행된 기재부 조직개편을 통해 1차관 및 2차관 업무가 재분장, 세제실이 세입(세제) 분야를 총괄하는 1차관 소관으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결정에 세제실 사람들은 '당연한 처사'라며 환영하는 분위기와 함께 크고 작은 우려의 목소리가 미묘하게 공존해 있는 모습이다.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재임시절이던 지난해 기재부는 조직개편을 단행, 세제실을 세출(예산)담당인 2차관 소관으로 편제시켰다.
세제도 재정정책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에 따라 편제를 달리 가져갔고 결과적으로 세입과 세출을 모두 한 손에 거머쥔 막강한 권한의 '슈퍼차관'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이 같은 조직개편 이후 '잡음'이 계속됐다.
방대한 업무를 한 명의 차관이 총괄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슈퍼차관이 아닌 '재정차관'의 표본을 만들기 위해 돌입했던 실험의 성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회의론에 휩싸였던 것이다.
특히 최근 국회에서 예산결산위원회 상설화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2차관이 예산과 세제 업무를 동시에 총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고,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조직개편 단행이라는 결실로 이어진 것이다.
세제실 사람들은 조직개편 결정에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세제실의 한 관계자는 "2차관이 담당했던 세제 업무가 다시 1차관으로 넘어 왔다고 해서 업무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재정차관으로서 힘을 실어주기 위해 세입과 세출을 2차관에 맡겼는데, 결과적으로 예산과 세제를 따로 두어야한다는 시각이 많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세제실 관계자는 "앞으로 국회 예결위가 상시화 됨에 따라 2차관이 맡고 있는 예산의 업무 부담을 덜어준다는 측면도 가미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주형환 1차관이 경제정책 전략·기획 분야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반해, 세제 업무 경력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 이에 일각에서는 수 년 전부터 고착화되어 온 경제정책의 한 지류로서 세제를 다루는 기조가 더 가속화되는 것 아이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세제의 특수성이 배제되고 '전략세제' 남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기업소득 환류세제 도입 등 논란이 극심한 세제에 대한 국회 설득 작업이 원활히 이루어질지 여부에 대한 우려도 조심스럽게 새어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세제실 관계자는 "주 차관이 세제실 경험이 없는 건 사실이지만 국회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실무적인 부분은 세제실장이 맡고, 전체적인 조율은 차관이 담당하기 때문에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문제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