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는 18일 지부대표자회의와 중앙위원회를 잇달아 개최하고 오는 9월 3일 총파업을 의결했다.
금융노조 중앙위서 9월 3일 총파업 결의
공통 현안 미약…총파업 현실화는 미지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가 14년만에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금융노조는 18일 지부대표자회의와 중앙위원회를 잇달아 개최하고 오는 9월 3일 총파업을 의결했다.
금융권 총파업은 지난 2000년 7월 11일 이후 14년만이다.
지난 7월 3일 산별중앙교섭이 결렬된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했지만 노사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최종 결렬된 데 따라 총파업의 수순을 밟게 됐다는 게 금융노조의 설명.
금융노조는 올해 임금 6.1% 인상, 정년연장, 통상임금 확대, 여성할당제 정착, 모성보호 강화, 비정규직 채용금지 및 차별철폐 등을 사측에 요구했으며, 사측은 임금동결과 비용이 수반되는 노측의 모든 요구안에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건 표면적인 이유이고 속내는 좀 복잡하다.
정부에서 꺼내든 공공부문 정상화에 따른 복지축소가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해 선제적인 기싸움을 펼치려는 것.
금융노조는 지난 2011년 정부가 공공부문에 강제했던 신입직원 초임삭감 정책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된 전례를 주목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금융산업 재편에 따른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다.
서민금융총괄기구, 신용정보종합집중기관, 금융보안전담기구 등의 신설과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의 재통합 등으로 관련 기관 종사자들이 고용불안을 호소하고 있고, 이 같은 여파가 전체 금융권에도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더불어 노사정 합의를 위반하는 외환은행 조기통합 문제, NH농협의 신경분리에 따른 과다부채 문제, KB금융 등 금융기관에 대한 고질적인 낙하산 인사와 관치금융 등도 이번 총파업의 현안 중 하나다.
금융노조는 총파업을 기폭제로 해 정부의 정책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공공부문에 대한 획일적인 복지축소 강요와 일방적인 금융산업 재편을 중단하고 관치금융 척결 및 낙하산 인사 재발방지를 약속받겠다는 것.
금융노조 나기상 대변인은 "공공부문 복지축소 등 공공부문 노동탄압 중단과 일방적 금융산업 재편 원점 재검토, 관치금융 및 낙하산 인사 금지 등 정부의 정책변화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9월 3일 총파업은 기정사실이며, 1차 파업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2차, 3차 파업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오는 8월 25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9월 3일 총파업을 포함하는 투쟁계획을 확정하고, 26일 전체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8월 27일에는 여의도문화마당에서 5만여 조합원이 참가하는 총파업 진군대회도 개최키로 했다.
만약 국내 최대의 단위 노조로서 10만명 이상의 조합원을 두고 있는 금융노조가 14년만에 총파업을 단행하게 될 경우 금융업무 마비 등 상당한 충격파가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 금융권 총파업의 실현 가능성을 속단하기는 힘들다.
신입행원 초임 삭감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으며 2011년에 추진되었던 총파업이 막판 노사합의를 이루며 유야무야된 바 있으며, 우리금융 졸속 민영화와 농협 관치금융 등에 반발해 추진되었던 2012년 총파업 추진은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1%의 찬성률로 가결됐지만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긴급 철회된 전철이 있다.
무엇보다 이번 총파업에 내건 복지축소에 대한 반발이 오히려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도 있는 예민한 현안인 점과 관치금융 등 현안이 예전처럼 전체 지부를 총파업으로 이끌기에는 다소 약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기통합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 KB금융과 국민은행의 경영진 퇴진운동을 벌이고 있는 국민은행 노조 등 각 지부의 현안이 확연하게 갈리는 부분도 전체 조합원을 총파업으로 묶어내는데 난제로 작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