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과 매각 MOU 체결…영남기반 영업력 강화 주목
지방은행 최초 보험업 진출…노조측도 고용안정 기대 보여
농협금융지주가 우투증권 패키지로 인수한 우리아비바생명과 상생협약을 맺은 지 한달여만에 DGB금융지주에 매각을 추진키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농협금융지주(회장 임종룡)는 DGB금융지주(회장 박인규)와 우리아비바생명 지분 전부(98.89%)에 대해 매각절차를 착수하기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양해각서는 불가항력의 사유가 없는 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다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법률적 책임을 부여하는 바인딩(Binding) MOU로 큰 하자가 없는 한 계약 성사는 무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더구나 농협금융은 매매차익을 내기 보다는 당초 인수대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사 결과를 토대로 매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어서 양측간 인수가를 놓고 별다른 이견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양 지주는 MOU 체결에 앞서 각각 이사회를 개최해 이에 따른 절차를 마쳤다.
이날 MOU가 체결됨에 따라 이르면 9월 중순부터 6주간 우리아비바생명에 대한 실사가 진행되고, 11월 주식매매계약 체결 이후 이르면 내년 1월쯤 매각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농협금융의 이 같은 매각 추진이 더 놀라운 것은 한달여 전인 지난 7월 23일 우리아비바생명과 노사 상생발전협약을 맺었기 때문.
협약에서 양측은 우리아비바생명의 경영에 관한 자율성을 보장하고 합병보험사의 실질적 통합을 위한 상생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상생발전협약은 희망퇴직을 두고 상당한 진통을 겪은 뒤에 나온 것이어서 이번 DGB금융에의 매각은 통합을 전제로 이뤄졌던 구조조정에 대한 상당한 아쉬움을 남긴다.
농협금융에서는 노사합의에 의한 희망퇴직 실시, 상품·채널 리모델링, 저성과 지점 통폐합, 설계사 및 고객 유지 등 15개 경영개선과제를 추진해 왔고, 경영개선 작업이 완료되면 농협생명과 내년 상반기경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대구은행을 주축으로 하는 DGB금융지주에서 우리아비바생명에 대한 매수의사를 농협금융에 전달해 왔고, 우리아비바생명(전신 부산생명)이 부산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보험사인 점을 감안했을 때 이해당사자간 'win-win'이 상당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게 농협금융 측의 설명이다.
우리아비바생명에서는 영남기반의 영업력을 적극 활용할 수 있고, DGB금융그룹 내 보험사가 없어 비은행 핵심계열사로 지위가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DGB금융의 경우도 지방 금융그룹 중 최초로 보험업에 진출하는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있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지역 밀착형 종합금융그룹으로 변모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일 박재완 노조위원장은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DGB금융에 매각 추진은 3일 저녁에 처음 들었다"며 "추석이 끝난 뒤 오는 11일 노조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놨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실 희망퇴직으로 나가게 된 직원들은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보험계열사를 갖지 않은 DGB금융에 매각되면 보험사로 더 성장할 수 있고 고용안정 등의 장점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지금까지 매각과정을 통해 영업조직이 흔들려 왔는데 조속히 매각과정이 마무리돼 조직이 안정적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은 "인수과정에 버금가는 고심이 있었지만 DGB금융이라면 우리아비바생명 직원과 회사에게 보다 큰 기회이고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이라 판단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