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비정상적 거래 아니면 부당행위계산 해당안돼”
법인이 특정 재화를 구매함으로써 그 법인의 특수관계자가 간접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특수관계자를 지원하기 위한 부당행위로 보고 세무상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가.
대법원은 “법인이 특수관계 없는 자로부터 자산을 매입함으로써 특수관계자가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는 것만으로는 부당행위계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매입한 자산의 수익성이 있고 매입행위가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이 없는 비정상적인 행위가 아닐 것”을 전제로 삼았다.
원고는 A 시행사로부터 원고의 특수관계자인 X건설사가 시공 중인 미분양 아파트를, B 시행사로부터 X사가 시공한 호텔 객실을 각각 매수하였다. A사와 B사는 원고로부터 받은 분양대금을 X사의 공사대금을 비롯한 채무변제에 썼다.
과세당국은 원고가 특수관계자인 X사에 자금을 제공하기 위해 X가 시공한 물건들을 각 시행사로부터 사 주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원고가 X사에 자금을 간접적으로 대여한 것으로 보고 원고의 차입금에 대한 지급이자 중 아파트와 호텔의 분양대금에 상당하는 부분을 세무상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당국은 분양대금에 대해 세법에 따라 계산한 이자만큼 세무상 수익이 난 것으로 보아 원고에게 법인세 등을 부과하였다.
과세당국은 특수관계가 없는 자와의 거래도 실질적으로 특수관계자를 직접 지원하기 위한 자금대여의 정황이 있다면 과세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통상 두 가지 쟁점이 문제된다.
하나는 관련 차입금에 대한 지급이자를 세무상 비용으로 인정할 것인지의 문제다. 지급이자는 원칙적으로 법인세법상 비용이지만, 정책적 목적 등의 이유로 일부에 대해서 비용으로 보지 않는다.
이 중 하나가 ‘업무무관 가지급금’으로 볼 수 있는 차입금이다. 업무무관 가지급금은 법인의 업무와 관련 없는 자금의 대여액을 말한다.
대법원은 예전부터 비특수관계자가 중간에 개입된 경우 각 거래를 별개의 법률행위로 보아 특수관계자에 대한 직접적인 대여행위나 그에 준하는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보았다. 이 사건 원심과 대법원도 모두 그같이 판단했다.
다른 하나는 이러한 거래를 특수관계자 사이의 부당행위계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지의 문제다. 세법은 납세자가 우회행위 등 비정상적인 거래형식을 취하여 조세부담을 줄이는 경우 이를 ‘부당행위계산’으로 보고 객관적으로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소득이 있는 것으로 의제하여 과세한다.
원심은 원고가 특수관계 없는 자를 통해 무수익자산을 매입하여 우회거래를 한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아파트와 호텔이 무수익자산도 아니고 그 거래에 경제적 합리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먼저 원고가 매수한 아파트와 호텔은 임직원을 위한 복리후생시설이나 연수시설로 사용될 수 있어 이 시설을 보유함으로써 관련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수익성이 있다고 보았다.
또 매입자산의 운용수익이나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고, 시행사들이 원고로부터 받은 분양대금을 X사에 지급할 것으로 단정할 수 없어 경제적 합리성이 결여된 비정상적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설령 사후적으로 X사가 시행사들로부터 해당 분양대금을 재원으로 공사대금채권을 변제받아 결과적으로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대법원은 그 동안 비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특수관계자에게 대여한 것으로 재구성하여 그 관련 차입금 지급이자를 부인할 수 없음을 밝혀왔다. 이번 판결은 그에 더하여, 간접적, 사후적으로 자금이 특수관계자에게 흘러 들어가 특수관계자가 그로 인한 이익을 얻었다는 것만으로 부당행위계산으로 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로써 과세당국이 비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특수관계자의 거래로 재구성하여 과세하던 관행에 다시금 경종을 울린 셈이다. 대법원 2014.4.10.선고 2013두20127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