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수임제, 회계법인 독립성 낮춘다 '공감'
"회계법인 수익 분배구조 고려해봐야" 반론도
최근 들어 회계투명성 확보가 사회적 아젠다로 떠오르고 있다.
15년 만에 홀연히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으로 인해 과거의 분식회계 문제가 재조명되는 가하면, '7대 종합상사'로서 이름을 떨치던 효성그룹이 회계부정이라는 딱지 앞에 위상을 달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회계감사 품질을 높이기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된다.
오는 3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조세일보와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재무인포럼이 주최하고 한국공인회계사회, 삼일회계법인, 안진회계법인, 삼정회계법인, 한영회계법인, 중견회계법인협의회, 중소회계법인협의회가 후원하는 '외부감사보수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개최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한 외부감사보수의 현실화 문제를 놓고 전문가들이 뜨거운 설전을 펼치게 된다.
발제자인 권수영 고려대학교 교수는 "전문가인 공인회계사에게 감사를 철저하게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감사위원회의 역할"이라며 "감사보수를 깎기 보다는 더 줘서라도 감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게 해야한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주주를 대신해 경영자를 감시해야 할 감사위원회가 제대로 된 외부감사를 수행할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 아닌, 감사보수 깎기에 매진하는 행태는 잘못이라는 시각이다.
김동원 안진회계법인 상무는 부실감사의 주원인으로 외부감사인의 독립성 문제를 거론한다. 자유수임제로 인해 회계법인들에게 감사계약이라는 '목줄'이 채워지면서 객관적인 의견을 내놓기 힘들어졌다는 입장이다.
김 전무는 "대형그룹 계열회사 중 하나가 지정 대상이 되는 경우 다른 계열사의 감사계약을 철회 또는 새로운 업무기회의 제공에서 배제시키겠다는 압력으로 지정된 감사업체의 감사보수 조차도 현재 지정기업에 적용되는 시장수준으로 인상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2009년 폐지된 감사인 강제교체 제도에 대한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감사인의 독립성이 이전보다 더 악화되는 상황을 경험하게 됐다"며 "이는 피감사기업과 감사인 간의 갑을관계를 과소평가하고 유착관계의 정도를 과대하게 평가하는 오류를 범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송재현 중소회계법인협의회 회장은 "피감회사는 감사수행능력과는 상관없이 경영자와의 인맥이나 회계감사 이외의 서비스를 기준으로 감사인을 선정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감사품질과는 별개의 요건들이 감사계약의 주된 요인인 만큼, 감사수수료가 계속해서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따라서 회계감사인의 선정을 공적인 기관이 수행해야 적정한 감사업무수행시간이 지켜지고, 이에 상응하는 감사보수를 수수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최진영 금융감독원 회계전문심의위원은 감사품질 제고를 위해 감사보수 상승이 필요하다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기업 쪽 패널인 이승렬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원지원본부장의 입장은 이와 거리가 있다.
이승렬 본부장은 "최근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외감법(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으로 인해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감사수수료가 많이 올라간다는 부담"라며 "지정대상이 될 경우 일반계약보다 평균 150%에서 200%까지 수수료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오는 11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개정안은 외부감사 대상 주식회사 수를 줄이되,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한 상장회사 중 업계 평균 부채비율의 150%를 초과하고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곳을 감사인 지정대상에 포함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감사인 지정대상이 예상되는 기업들의 우려가 늘어나고 있는 판국에 감사보수의 상승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시각이다.
이 본부장은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에 감사비용을 더 지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미 2011년 IFRS 도입으로 인해 기업들이 회계법인들에게 많은 비용을 지불했는데, 몇 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감사보수를 운운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행 파트너제도 하에서 회계법인의 수익분배구조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일차적으로는 회계법인들의 수익분배라는 측면을 먼저 고려해 판단해야 하는데, 무조건 수수료가 낮다며 기업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은 넌센스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