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예산확보 소극적(?)…세관 직원들 '불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포상금 예산을 별다른 업무실적이 없는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등 '그들만의 포상금 잔치'를 벌였다는 지적을 받은데 이어 아예 포상금 지급을 제한하는 법안까지 발의되면서 사실상 활동비 성격으로 쓰이는 포상금 예산을 둘러싼 관세공무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관세청은 매년 밀수단속 공무원 포상금 18억원, 마약밀수나 일반밀수 제보, 체납자 은닉재산 제보 등 민간인 포상금으로 10억원 내외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직무와 관련된 일을 하는 관세청 직원들이 민간인보다 더 많은 포상금을 가져간다며 호된 질타를 받았다.
급기야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올해 초 관세청 직원들이 직무와 관련된 업무에서는 포상금 지급을 제한하는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밀수단속은 관세청의 기본업무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업무를 하면서 포상금을 받아 챙기는 것은 부적절하단 것이 이유였다.
법안이 발의된 이후 관세청의 무분별한 포상금 잔치에 제동을 걸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당장 18억원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관세청 직원들은 남몰래 울상을 짓고 있다.
포상금 예산을 직원들이 지급받을 수 밖에 없는 여러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는 포상금 나눠먹기 혹은 포상금 잔치 등 좋지 않은 시선으로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가서 하소연도 하지 못한 채 속만 끓이고 있는 상황이라는 전언이다.
□ 국세청보다 16배 많은 포상금, 왜? =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관세청이 뭇매를 맞았던 이유는 조직규모가 4배나 큰 국세청보다 직원 1인당 포상금 수령액이 16배 많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관세청은 지난해 공무원 포상금으로 24억6800만원, 민간인 포상금으로 9억6000만원을 배정했지만 국세청은 공무원 포상금에 6억5000만원, 민간인 포상금에 30억원을 배정했다.
직원 1인당으로 따지면 관세청(약 4700명) 직원 1명은 평균 54만원, 국세청(약 2만명)은 3만2000원을 받은 것으로 관세청 직원 1명이 국세청에 비해 16배 많은 포상금을 받은 셈이다.
관세청은 24억원의 포상금 중 밀수단속 포상금 18억3000만원이 포함되어 있어 국세청과 단순비교는 불가하다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국회에서는 관세공무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직무인 밀수단속에 포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의원이 발의한 관세법 개정안 역시 타 부처에도 존재하는 공무원에 대한 일반 포상금을 제외한 밀수단속 포상금에 대해서만 지급을 제한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관세청은 밀수단속은 범죄조직을 추적해야 한다는 어려움 때문에 다른 업무에 비해 위험성이 높아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다.
□ 밀수단속 포상금이라지만, 사실은… = 국회의 이런 움직임에 일선 세관 직원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직무와 관련된 업무를 하면서도 수십억원의 포상금을 챙겨간다는 지적은 반박하기 어려운, 적절한 문제 제기라는 의견이 대다수이지만 직원들이 받아가는 포상금의 성격을 단순히 성과에 대한 보상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관세청 직원들의 교통비와 활동비 등의 예산이 늘 부족해 포상금으로 부족분을 메꿔준다는 얘기는 이미 관세청 내에서는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 가뜩이나 부족한 예산에 지난해 지하경제 양성화 업무와 관련한 인원을 두 배로 늘리면서 상황은 더욱 힘들어졌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하경제 양성화가 국정과제로 떠오르면서 관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단을 발족해 관련 업무인력을 223명에서 457명으로 두 배 이상 늘렸다.
하지만 교통비와 활동비는 과거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삭감다.
실제로 밀수조사 여비는 2012년에서 2014년 모두 19억200만원이었지만 밀수조사 활동비는 2012년 9억5800만원, 2013년 9억4500만원, 2014년 9억1500만원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인력은 두 배로 늘어났지만 교통비와 활동비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면서 직원들은 과거보다 경비 부족에 시달려 개인비용까지 지출하며 일을 하는 것은 다반사라는 후문이다.
관세청에서도 직원들의 이런 사정을 알고 업무에 사용한 비용 등을 100% 보전해주지는 못하더라도 포상금 지급을 통해 어느 정도 보상을 해주고 있었고, 세관 직원들도 포상금을 업무상 공로를 세워 받는 것보다는 일종의 업무추진비 성격으로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세관 직원들 입장에서는 18억원의 포상금이 사라지면 업무를 하는데 있어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많아지는 셈이 돼, 속만 태우고 있는 것이다.
□ 예산확보, 절실하지만… = 특히 일선 세관 직원들은 예산을 확보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있는 본청에서 교통비와 활동비 등 예산을 더욱 늘려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통비와 활동비가 충분히 지급된다면 굳이 공무원 밀수단속 포상금으로 18억원을 배정해 포상금 잔치를 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세청은 어려운 세수여건으로 예산 확보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포상금 18억원을 삭감하고 그만큼 교통비와 활동비 예산을 증액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될 지 모르지만, 모든 부처에 교통비와 활동비 예산을 10% 삭감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포상금 예산을 삭감한다고 해서 활동비를 증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이런 상황을 감안한듯 내년도 예산안에도 밀수단속 포상금으로 18억원을 포함시켰다. 관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집행하지 못할 예산이지만 교통비와 활동비를 증액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별다른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관세청의 미적지근한 태도에 답답한 것은 국회와 일선 세관 직원들이다.
밀수단속 예산 확보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 그 피해가 일선 직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포상금 예산을 다른 목적으로 집행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왜 그런지에 대해서 관세청이 해명을 하고 교통비나 활동비 예산의 증액 필요성을 설명해야 한다"며 "하지만 관세청은 먼저 물어봐도 쉬쉬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예산을 확보해주고 싶어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