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검찰.감독원.감사원 등 조사.수사 관련기관 출신들이 대거 상장기업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전직 장관 14명이 포진해 있는가 하면 지방국세청장, 검찰총장 등 고위급 공무원, 대학총장, 시민단체, 장성 출신 사외이사도 적지 않았다.
26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말 현재 모두 667개 상장사의 사외이사 전직을 확인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
◆ 조사.수사기관 출신 사외이사로 대거 진출
상장사 사외이사들의 전직을 분석한 결과, 국세청 출신은 50명에 이르렀고 검찰 출신 41명, 법원(판.검사 등) 출신 34명, 금융감독원(옛 증권.은행.보험감독원 포함)출신 20명, 감사원 출신 6명 등이었다.
경제분야에서 영향력이 큰 재정경제부(옛 재무부.경제기획원.기획예산처.금감위 포함) 출신은 21명이었다.
국세청 출신중 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사람은 무려 14명에 이르렀으며, 일선 세무서장 출신은 9명이었다.
검찰출신으로는 검찰총장을 지냈던 사외이사가 4명이었고 고검장.검사장.지청장 경력을 보유한 사람은 14명에 달했다.
증권감독원 출신으로는 부원장, 부원장보, 국장을 지낸 사외이사들이 많았다.
이밖에 법원출신으로는 지방법원장을 역임한 사외이사가 4명이었으며 나머지의 상당수도 부장판사를 지냈다.
대학총장을 맡았던 사외이사는 4명이었으며 청와대 비서실 출신은 12명, 군인 출신은 13명, 언론계 출신은 19명이었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세청, 검찰, 감독원 등은 주로 경제.정치.사회 등 각분야의 비리와 문제점을 적발하는 업무에 정통한 사람들이어서 해당회사를 감시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일부 회사들은 권력기관 출신들을 `바람막이'로 이용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면서 "사외이사들 스스로가 자신의 본래 역할에 충실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장관.검찰총장 출신 사외이사
과거에 각 분야에서 이름을 떨쳤던 인물들의 상당수는 상장기업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관출신은 무려 14명으로 주로 재경부를 포함한 경제부처들을 책임졌던 사람들이다.
기획예산처장관에 이어 재경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진념씨는 LG전자와 가스공사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옛 경제기획원장관과 서울시장, 한나라당 총재 등을 지낸 조순씨도 SK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또 기획예산처 차관과 건교부장관을 역임했던 최종찬(케이티비네트워크), 정통부장관과 경제수석을 맡았던 이석채(코오롱유화.두산중공업), 외환위기 당시 경제수석을 지냈던 김인호(삼천리) 씨도 사외이사로 뛰고 있다.
이밖에 장관출신으로는 조경식(CJ.농림수산부장관), 한봉수(대림요업, 산업자원부장관), 박호군(LG화학, 과학기술부장관), 김영수(현대종합상사, 문화관광부장관), 허남훈(가스공사, 환경부장관), 김용진(한국공항, 과학기술부장관), 송태호(삼천리.동양기전, 문화관광부장관)씨 등이 있다.
또 보건복지부차관과 한전사장을 역임한 최수병(금호산업), 재경부 출신으로 대통령비서실 재정경제비서관을 지냈던 이윤재(삼성화재해상보험), 재경부 차관이었던 강만수(메리츠증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었던 최운열(현대미포조선), 미래산업 사장을 지낸 정문술(국민은행)씨도 사외이사로 일하고 있다.
검찰총장 출신으로는 지난 89년 민정수석으로도 일했던 정구영(녹십자), 법무부 차관을 역임했던 김각영(하나증권), 법무연수원장으로도 활동했던 김기수(성신양회공업)씨 등이 포함돼 있다.
심재륜 전 부산고검 검사장(대교)도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 대학총장.시민단체.경제단체 출신 사외이사
대학총장 출신으로는 서울대 총장을 지내고 현재 명지대 총장으로 재임중인 선우중호(S-Oil), 서울시립대 총장과 과학기술부장관을 역임한 김진현(LG,KT&G), 충남대 총장직을 맡았던 오덕균(계룡건설), 세무대학 학장을 지낸 현오석(우리금융지주), 옛 동력자원부 장관과 서울산업대 총장을 역임한 최동규(서울도시가스)씨 등이 있다.
해군참모총장이었던 김영관씨는 삼양식품에서, 3사관학교와 군단장을 역임했던 표순배씨는 한화에서 각각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시민단체 출신으로는 참여연대사무처장으로 활약했던 박원순씨가 POSCO에서, 경실련 사무총장으로 뛰었던 이석연씨는 한국전력공사에서, 민주언론운동 시민연합 정책위원이었던 김동민씨는 SBS에서 각각 사외이사로 일하고 있다.
경제단체로는 주한 미상공회의소장으로 활약했던 제프리 존스씨는 두산에서, 전경련 부회장과 삼성중공업 사장을 했던 유상부씨는 하나은행에서 각각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