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기업과세선진화' 관련 공청회 개최
정부가 그동안 내년 도입을 목표로 추진해왔던 선진적인 기업과세제도인 연결납세제도 및 파트너쉽 과세제도의 내년 도입 및 시행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반해 선박톤세제도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올해 세법 개정의 핵심과제로 삼았던 세 개 기업과세제도의 도입이 '미완' 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27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가락동 한국조세연구원 10층 대강당에서 연결납세제도, 파트너쉽 과세제도, 선박톤세제도 등 선진기업과세제도 도입과 관련한 공청회를 개최하고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했다.
정부는 이 날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늦어도 오는 8월 하순까지 3개 과세제도의 도입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나 연결납세제도와 파트너쉽 과세제도의 도입은 현 시점에서 충분한 기반이 조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도입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선박톤세제도는 제도의 체계가 연결납세제도, 파트너쉽 과세제도 등과 비교해 단순하고 참여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인 '동북아 물류중심' 건설 취지와도 부합, 연내 개정안 국회제출 및 내년 도입이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연결납세제도란 모기업과 모기업이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를 하나의 기업으로 인정해 법인세를 과세하는 제도로 현재 미국, 영국 등 OECD회원국 중 21개 국가가 도입·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연결납세제를 적용할 경우 모기업이 10억원의 이익을 내고 자회사는 5억원의 손실을 기록할 경우 이들 기업의 이익을 상계한 5억원에 대해서만 법인세를 과세하는 것.
제도 도입 방안을 연구한 김진수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결납세제도는 '소득통산형(모든 자회사 손익을 모회사 손익과 통산해 연결소득과 세액 계산)' 과 '손익대체형(연결그룹내 개별법인 손익을 다른 개별법인에 이전해 개별소득과 세액을 계산)' 이 있다" 며 "이 중 '소득통산형' 이 경제적 동일성을 잘 반영할 수 있고 조세의 중립성·공평성 유지면에서 우수하다" 며 '소득통산형' 연결납세제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또 "조세회피 가능성, 세수감소 등을 감안해 시행 초 자회사의 지분율을 높게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 이라고 안을 제시했다. 재정경제부도 제도 도입 초기 지분율은 지난 2002년 도입한 일본의 경우처럼 모기업과 자회사간 100%지분보유인 경우에 한정해 적용하는 것으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러나 "제도의 효과에 비례해 ▲복잡한 세법규정 정비 ▲결손금 등을 이용한 조세회피 수단 악용 ▲납세자와 과세당국간 법적 분쟁 소지 ▲대기업에 편중될 가능성 ▲손익 통산에 따른 세수감소 등 문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며 "이러한 여러 문제를 고려해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지금 당장 연결납세제도를 도입하기보다는 기업조직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는 문제를 간소한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이라며 "이를 위해 법인간 배당에 대해 익금불산입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검토할 만하다" 고 제안했다.
파트너쉽 과세제도 도입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파트너십이란 공동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그 이익을 공동으로 가질 목적으로 설립된 두 명 이상의 단체를 뜻하며 국내 로펌, 회계법인 등 전문 인력 위주로 구성된 회사나 벤처기업 등 개인이 현물출자 또는 인적자원의 출자로 만들어진 개인사업자와 법인의 중간자적인 성격을 띠는 새로운 형태의 회사.
연구발표를 맡은 김재진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도 도입을 통해 인적기반을 바탕으로 한 회사에 법인세를 부과하고 각 파트너에게 소득세를 다시 부과하는 현행 세법상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연구위원은 "이 제도는 민·상법상 규정과 세법상의 파트너쉽에 대한 규정이 서로 달라 법적 불일치 및 분쟁의 소지가 다분하다" 며 "아울러 인적회사의 결손금을 다른 사업에서 발생한 소득에서 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조세회피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며 제도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두 제도가 여러 가지 난점으로 인해 도입여부가 불투명한 반면 선박톤세제도는 당초 예상대로 내년부터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톤세제란 해운선박회사가 실제로 창출한 영업이익을 과표로 삼아 법인세를 부과치 않고 회사가 보유하거나 운항한 선박의 무게(t)를 기준으로 산출한 '추정이익'을 과표로 삼아 세액을 부과하는 제도.
제도 도입 방안을 연구한 손원익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적 이동성이 높은 해운업의 특성을 감안해 선사에 유리한 세제환경을 조성해 국적선단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 이라며 "아시아권에서 아직 이 제도를 도입한 나라가 없기 때문에 선점효과를 볼 수 있고 동북아 물류중심국가 건설에도 큰 역할을 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손 연구위원은 그러나 "운항선박의 톤수를 기초로 추정과세하기 때문에 실질과세·근거과세 원칙에 배치하고 해운업에 대해서만 세부담이 경감돼 업종간 과세 불형평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며 "그러나 국제적 추세와 현실적인 면을 감안할 때 제도 도입은 불가피하다" 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해설]시동 걸린 '선박톤세제도'…어떤 것인가
*[초점] 모습 드러낸 연결납세제·파트너쉽 과세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