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정치후원금 확보에 쌍심지를 켜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구 관리 등 정치활동을 위해 쓰인다고 하나, 지역구민이 아닐뿐더러 비(非)지지자에게도 후원금 모금 문자를 투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쑥 후원 강요? 문자를 드려 죄송합니다." 직장인 A씨가 모 국회의원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의 첫 문장이다. 난데없는 후원금 모금 타령이었다.
그렇다 해서 모 의원이 관할하는 지역의 구민도 아니라고 한다.
문자의 내용은 이렇다.
"모든 사람들이 춥고 힘든 경제상황에서 사투를 벌이건만 정치는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부족하고 미흡합니다. 그러나 000 의원은 항상 오늘을 반성하고 공동체가 조화되는, 모두가 함께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그 길을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아픔까지 보듬는 성숙한 시민의 참여가 정치 발전을 가져옵니다."
후원금 모금 문자를 받은 A씨는 "나는 지지자도 아닌데 왜 이런 문자가 왔는지 모르겠다. 어떤 경로를 통해 내 휴대전화 번호가 유출됐는지도 의아하다"고 말했다.
특히 문자메시지에는 후원금을 연말 세액공제에서 돌려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강조하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현행에 따르면 개인이 기부할 때 10만원까지는 기부금의 110분의 100을, 10만원을 넘은 금액은 해당 금액의 100분의 15(해당 금액이 3000만원을 넘으면 100분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종합소득산출세액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쉽게 말해 10만 원을 후원금으로 내면 연말정산 때 국세에서 9만900원, 지방세로 9090원 정도를 돌려준다는 소리다.
다만 개인은 연간 500만 원을 정치인에게 후원할 수 있으며, 1회 120만 원 이상 내면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부해야 한다.
더욱이 의원의 이름만 다를 뿐 비슷한 내용의 후원금 모금 문자메시지가 불특정다수에게 무작위로 발송된다는 것이다. 반 강요적인 후원금 모금이 아니냐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의원들이 후원금에 목맬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 지역구 관리, 각종 약속 등 정치활동으로 나가는 지출이 많음에 따라 급여 성격인 세비(연간 1억 3000여만원)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보좌관은 "우리 의원이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대량의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는데도 깜깜무소식"이라며 "(후원금 모금)마감까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얼마나 더 후원금을 모을 수 있을 지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