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사건 이후 수사팀이 교체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대검 중수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전개되고 있는 공기업 비리 수사에 중수부가 가세, 김진 대한주택공사 사장을 전격 소환해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중수부는 이날 김 사장의 소환 사실을 브리핑하면서 "이번 사건은 단건"이라며 애써 의미의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검찰 주변에서는 공기업 수사의 본격 착수를 알리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않다.
송광수 검찰총장은 대선자금 수사가 마무리된 직후인 6월초 기자간담회에서 "공적인 성격을 띠는 기업들의 업무수행과 관련된 비리가 많다"고 언급, 남은 임기의 역점 과제 중 하나가 공기업 비리 수사가 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바 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을 필두로 군인공제회와 한국산업은행, 정통부 산하 한국정보통신연구원 등에 대한 수사가 잇따라 착수되면서 공기업 수사가 가시화 됐고, 그런 와중에 중수부가 재계순위 11위인 한국주택공사에 칼을 들이댔다.
검찰 안팎에서는 중수부가 존폐론에 휩싸였던 데다 송 총장이 '중수부 폐지론'과 관련, 발언 파문을 겪기도 해서 적어도 이번 공기업 비리 수사에서 만큼은 중수부가 직접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예상을 깨기라도 하듯 중수부가 김진 사장에 대한 소환 조사에 나선 것은 여러 해석을 낳게 한다.
우선은 검찰이 공기업비리 사정작업에 본격 착수했음을 대외적으로 선언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검찰은 공기업과 관련된 비리첩보를 상당수 축적해놓았으며, 그 중에서는 바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을 정도로 신빙성 높은 건도 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검찰의 한 간부는 사석에서 "공기업 비리 자료는 있다"며 "착수 시기가 언제인가 하는 것만이 문제다"라고 말을 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수사가 주택공사 전반으로 확대되지는 않더라도 다른 공기업들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물론 검찰의 설명대로 단발성일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미 축적된 관련 자료는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부분 내려보내줬으나 김 사장에 대한 조사는 지검보다는 중수부가 낫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 이뤄졌을 수 있다.
김 사장이 대표적 공기업 중 하나인 주공 사장인 데다 백범 김구 선생의 장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수부가 수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중수부가 위치한 대검청사 10층과 조사실이 있는 11층의 불빛은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밤새 꺼지지 않는 날이 많았다.
새 수사팀이 짜여진 이후 호흡을 맞춰왔던 중수부가 그 불빛을 다시 밝히게 될 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