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개월 정도 걸리더라고요. 기준금리 인하 이후 대출이자가 내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한국은행의 A금융통화위원은 "저금리정책이 가계 빚의 이자 부담을 줄이는 데 대체로 기여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중앙은행이 낮은 금리를 유지하는 것은 통화 유동성을 지키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이 크지만, 한국의 경우 가계 빚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윤진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단기금리, 예를 들어 CD(양도되는 예금증서) 91물이 거의 같은 속도로 낮아진다. 그러나 은행의 경우 예대 마진이 수익의 원천 중 하나이기 때문에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덜' 낮추는 경향성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기준금리가 낮은 경우는 대체로 경기가 부진하고 신용 위험이 상승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가산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기준금리 인하 폭만큼 대출금리가 내려가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은행, 자금조달 어려워져…가산금리 거꾸로 '상승' = 은행이 대출 차주에게 부과하는 이자에는 채권 등 자금조달 비용이 반영된다. 즉, 기준금리는 은행의 대출이자를 간접적으로 움직이고 가계 대출에도 영향을 준다.
은행이 자금조달 비용에 마진을 붙여 시스템, 인건비 등을 대출 고객에게 전가하면 이렇게 정해진 가격이 최종 차주에게 부담되는 것일까? 정답은 '아니다'. 은행은 차주의 담보나 신용도, 예컨대 연봉과 학력 수준 등을 따져 가산금리를 추가로 부과한다.
문제는 금융회사가 예금금리를 빠르게 낮추면서 대출금리의 경우에는 천천히 내리거나 오히려 올린다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전국은행연합회 통계에 따르면 9개 시중은행이 지난 1년 사이 내린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는 평균 0.26%포인트이다. 가장 많이 내린 곳은 한국SC은행 0.61%포인트, 가장 적게 내린 곳은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 0.18%포인트이다.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는 최저 2.2%에서 가장 높은 경우 2.74%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와 비교할 때 최고 0.74%포인트가 더 높다. 은행도 개인 차주와 마찬가지로 신용도 등 자금조달 과정에서의 조건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기준금리 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은행 기준금리의 경우 CD(양도되는 예금증서), 코픽스(cost of fund index), 후순위채권(파산 시 가장 늦게 변제됨) 등 자금조달 방식에 의해 서로 다른 비용이 적용되기도 한다.
가산금리의 경우 오히려 높아진 은행이 있다. 신한은행은 0.02%포인트를, 우리은행은 0.01%포인트를 올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에 따른 리스크가 커질수록 가산금리는 오를 수 있다. 은행 수익성이 나빠지면 기준금리가 내려도 가산금리는 오른다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돈을 떼일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이자를 더 받는 셈이다.
정해민 전국은행연합회 여신제도부 부부장은 "신용등급이 낮은 계층의 대출 비중이 증가하고 우대금리를 적용 받는 대출 고객이 감소한 것이 가산금리 상승의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 금리 인하, 이자는 그대로인데 부채는 '쑥쑥' = 한국은행 통계상 은행의 신규 저축성 수신금리는 2012년에서 2013년 1년 사이 0.7%포인트 떨어졌다.
사실상 저금리정책은 가계 저축을 이탈시키는 동시에 부채 이자의 부담을 덜어주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정책은 가계 부채와 경기 양쪽에 다 영향을 주는데 결론적으로 금융 안정 리스크와 실물경기 리스크를 균형 있게 고려해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자가 낮아졌다고 해서 무작정 대출을 받을 것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정부의 대출 정책은 부채를 키우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기획재정부가 담보 인정 비율(LTV·loan to value ratio) 및 소득 인정 비율(DTI·debt to income) 확대를 실시하면서 저신용자의 대출 비중이 급증했다.
2010년 이후 가계 신용은 계속 늘어 해마다 8.7%, 5.2%, 6%, 6.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저금리가 지속되는 이유는 경기 부진과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인데 금리정책이 가계 부채까지 해결할 수는 없다. 저금리 기조 하에서 가계 부채는 거시 건전성 규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국제결제은행(BIS)의 주장이며 국제적인 컨센서스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