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방향은 환영하지만 수익성 보장안되면 참여불가
정부가 연초부터 경기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건설사업을 발표하고 있지만 정작 일감을 따내기 위해 나서야할 건설사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경기부양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도시첨단산업단지 현황 및 계획
정부는 최근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건설, 도시첨단산업단지와 산업별 클러스터 조성, 신 원전건설 등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사업을 속도감있게 진행할 수 있도록 공공부지 지원, 그린밸트 해제, 무인도개발 완화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용산미군기지와 삼성동 한전부지 개발은 층고제한을 풀고, 인허가절차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같은 적극적인 지원방침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사업 등 정책사업에 참여했다가 곤혹을 치른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며 "정책사업이라도 수익성 낮은 사업에 무턱대고 진출하지는 않겠다"는 반응이다.
4대강 사업의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징계를 받은 건설사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현대산업개발, 경남기업 등 17개 건설사로 대형 건설사의 상당수가 연루된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고 건설경기 부양을 기대한 정책이지만 최대 수혜업종으로 여겨지는 건설사들은 오히려 한발 물러서서 정부의 후속조치를 기다리며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대규모 개발계획을 발표하면 앞다퉈 참여의지를 밝히고 준비를 서두르던 것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건설사들이 정부의 각종 지원혜택에도 불구하고 선듯 나서지 않는 것은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개발사업 등 정책사업에 참여했다가 곤혹을 치른 경험이 있고 현재의 경제상황이 녹녹치 않기때문이라고 업계에서는 얘기하고 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방향은 환영하지만 사업별로 수익성이 있는지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까지 건설사들은 정부의 정책사업 참여로 적자가 나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적극 협조했지만 이제는 그럴 상황이 아니다"고 건설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임대주택사업 성공 불투명, 산업단지 조성사업도 미분양 우려
유가하락으로 해외건설 사업이 부진한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국내 공공사업 부문의 시장확대가 절실한 실정이지만 정부가 이번에 들고나온 정책의 경우 수익성이 불투명하고 문제점도 많다는 시각이다.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의 경우 정부는 '중산층을 위한 월세임대'를 표방하며 연 5%의 수익을 낼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우리 국민들의 월세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연 5%의 수익을 보장할 만한 임대료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5000만원이 넘는 보증금에 70~100만원의 월세를 낼 중산층이라면 은행이자를 내더라도 전세를 선택할 것이라는 얘기다.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의 경우 이번 정부의 정책에 포함된 '인천도하공동주택사업' 이외에는 건설업체들 가운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도하공동주택사업의 경우도 대림산업이 이번 정책발표전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울산 도시첨단산업단지 조감도
자료 : 국토부
지금도 부지만 조성해 놓고 입주가 안돼 놀고 있는 산업단지가 많고 최근에 조성된 여러 특수목적 도시도 정상기능을 하려면 아직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추가로 대규모 산업단지와 클러스터를 만들어 제대로 활성화 시킬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아무리 정부가 부지를 지원하고 금융혜택을 주더라도 분양과 입주가 안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때문에 선듯 참여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건설사들은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사업참여도 꺼리는 분위기다. 그린밸트 해제나 카지노 허용 등도 현행 법제도가 까다롭게 돼있고 국민감정과 여론도 좋지 않아 향후 특혜논란에 휩쓸릴 수 있다며 몸을 사리고 있다.
이밖에 고층빌딩 허용에 대해서도 최근 제2롯데월드 사태로 아직 초고층빌딩에 대한 국내건설의 설계, 감리, 시공, 관리 기술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우리 건설사들이 자신있게 나서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아무리 땅을 싸게 주고 저렴한 이자로 대출을 해준다고 해도 분양과 입주가 안되면 손실이 나게 될 것"이라며 "그동안 해외건설의 손실과 오랜 주택경기 침체로 재무상태가 악화돼 더 이상 손실을 감수할 여력이 없다"며 사업참여를 망설이는 이유를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