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출기업들이 원활히 무역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마약 등 유해물품을 차단해 국민들을 보호하는 것도 관세청에게 중요 일이지만 수년째 세수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나라 곳간에 세금을 채워 넣는 일도 관세청의 필수 임무다.
하지만 FTA(자유무역협정) 확대로 관세장벽이 무너짐에 따라 관세로 인한 세수는 점차 줄고 있는 것이 현실.
아울러 김낙회 관세청장(사진)은 올해 세수전망에 대해 "수입분 세수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의 불안과 원유가 하락 등으로 인한 세수여건이 악화돼 세수확보를 위한 지속적이고 다양한 노력이 요구되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김 청장은 그러면서 "숨은세원 발굴, 불합리한 제도 개선, 치밀한 세수관리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해 국가재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과세前 3단계 절차'를 철저히 준수해 불량과세를 제거하고 고액(10억원 이상) 추징 건은 본청 심의회의 사전검토를 제도화하는 등 과세품질 제고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Q. 국가관세종합정보망(국종망) 구축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내년 전면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진행상황과 전면개통에 따른 기대효과를 듣고 싶다.
국종망은 수출입통관, 조세징수 등 관세청의 업무를 처리하는 모든 전산시스템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은 20년 동안 사용해 처리능력이 한계점에 도달하였고, 다양한 고객 요구를 수용하기 곤란한 상황이다. 이에 업무프로세스를 포함해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는 사업을 2013년 4월부터 2016년 5월까지 3개년 사업(사업비 1786억원)으로 착수했다.
1단계 사업으로 2014년 1월까지 58개 업무시스템을 16개 시스템으로 통합해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용자 시스템 화면까지 설계를 완료했으며, 2단계 사업은 2014년 5월부터 시작해 핵심시스템에 대한 1차 개발을 완료했다. 현재는 나머지 시스템에 대한 2차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올해 5월부터 통합테스트, 시범시험 운영 과정을 거쳐 내년 2월에 전면 개통할 예정이다.
4세대 국종망이 개통되면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를 위한 대민 포털 및 모바일 기반의 전자통관체계 등 세계 최첨단의 지능형 관세행정시스템이 구현되고, 정보자원 공동 활용 및 통합위험관리체계 구축 등을 통해 업무사각 해소와 다수영역에 걸친 복합위험 대응기반이 조성될 것이다.
Q. 한국형 전자통관시스템 '유니패스'가 수출 확대로 관세청의 '효자종목'으로 불리고 있는 것 같다. 최근 홍보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유니패스 수출이 기대되는 지역과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어느 정도 인지 알고 싶다.
관세청은 수출입통관 전 과정을 인터넷으로 손쉽게 처리하는 전자통관시스템인 유니패스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9개국, 1억불 상당을 수출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지난 2010년 3700여만 달러에 수출한 에콰도르에서는 우리 시스템 덕분에 지난해 세계관세기구(WCO)로부터 관세혁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관세청은 UNI-PASS 수출을 위해 각국 관세청 고위급 초청 세미나, 국가 간 관세청장 회의, 벤치마킹 방문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세일즈 외교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작년에는 카메룬,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니카라과 4개국에 관세행정 미래모형을 설계해 주는 지원사업을 실시했고, 9월에는 중남미 12개국 관세청 고위급을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에티오피아 조세청장을 비롯한 산업부, 교통부 등 24명의 합동 대표단이 유니패스를 벤치마킹 하기 위해 방한했고, 최근에는 세계은행(World Bank), 미주개발은행(IDB), 아세안개발은행(ADB) 등 다자개발은행과 협력해 국제원조자금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또 카메룬, 콜롬비아 등 관세행정의 현대화를 국가 발전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신흥국가들과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 중에 있으며, 관세청은 2017년까지 9개국 2억불 수출 달성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Q. 경기 침체로 2013년부터 세수부족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안정적 세수확보를 위한 방안이 있다면?
지난해 국가 세입예산은 216조5000억원이나, 세수실적은 집계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다. 다만, 경제상황이 매우 어려웠던 점을 감안할 때 세수실적이 크게 개선되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 세입예산은 총 221조1000억원이며, 이 중 관세청 소관 세입예산에 대한 배정은 기획재정부에서 1월 중 결정할 것으로 예상 된다.
수입분 세수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의 불안과 원유가 하락 등으로 인한 세수여건이 악화돼 세수확보를 위한 지속적이고 다양한 노력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관세청은 숨은세원 발굴, 불합리한 제도 개선, 치밀한 세수관리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해 국가재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아울러, 과세前 3단계 절차(심사처분심의회→본청 HS․관세평가심의회→과세전적부심)를 철저히 준수해 불량과세를 제거하고 고액(10억원 이상) 추징건은 본청 심의회 사전검토를 제도화하는 등 과세품질 제고에도 노력하겠다.
Q. 최근 주류회사 디아지오코리아와의 오랜 소송이 마무리 됐다. 추징세액의 30%를 감면해 주는 법원의 권고안을 받아들이신 배경은 무엇인가?
A. 법인세 등 내국세 소송에서는 과세관청과 납세자의 상호양보를 전제하는 법원 조정사례가 다수 있다. 행정소송 판결은 일반적으로 1년 이내에 선고되지만, 이번 조정권고안이 3년만에 제시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법원도 많은 고심을 했다는 것이다.
이번 법원 조정안의 특징은 관세 등 본세를 약30% 감액하였지만 향후 3년 수입분에는 추징전 수입신고가격보다 높은 수입가격이 적용되도록 한 것이다. 관세청과 디아지오가 조정안에 따를 경우 고법 판결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관세청은 주세 등 내국세 수입을 증대할 수 있고, 디아지오는 수입신고가격을 확정할 수 있어 법적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다. 법원 조정안은 과세관청과 납세자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합리적인 결정으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여 받아들인 것이다.
Q. 마지막으로 조세일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관세청은 유해 물품과 불법 외환거래의 차단 등 각종 불법행위를 효과적으로 차단하여 국민안전과 국가경제를 보호하고 빠른 통관서비스를 제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FTA의 차질없는 집행, 해외진출기업의 통관애로해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에게 고품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에도 국민들에게 최고의 관세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고 조세일보에서도 관세청의 이 같은 노력을 적극 알려주기를 부탁드린다. 아울러 조세일보 독자여러분 모두에게 건강과 평안이 함께하기를 기원한다.
[Inside Interview-사람의 '香']
5000원짜리 국밥도 가족과 함께라면 '행복'
겉모습과 말투에서부터 부드러운 이미지가 느껴지는 김낙회 관세청장은 실제 생활도 '과격'과는 거리가 멀다.
골프보단 아내와 산책하는 것을 즐기고 고급 음식보다 동네 음식점에서 소박하게 청국장을 먹는 것을 더욱 즐긴다.
"5000원짜리 국밥이라도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 행복한 인생이라 생각하는데, 누군가는 제게 촌스럽다고 하더라고요"라며 소탈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서 31년 공직생활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청장이란 자리가 직원들과 어울리기 쉽지 않은 자리지만, 원래 격 없이 상대를 대하는 것을 좋아해 가급적이면 직원들과 대화를 통해 소통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김 청장.
그는 직원들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사적인 만남을 통한 소통보단 주로 일하는 과정에서 꾸준히 토론하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강관리 비법으로는 특별할 것이 없는(?) 산책과 소식을 꼽았다.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아침에 주로 산책을 하고 소량의 음식으로 세끼를 때우는 것이 건강관리 비법이라면 비법이라는 김 청장은 "'골골60년'이라고, 강하진 않지만 딱히 건강에 문제도 없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부정보단 '긍정' 오만보단 '겸허'
김 청장이 가슴에 품고사는 단어는 '긍정'과 '겸허'다.
그는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려 하는데 좋고 나쁘고 떠나서 긍정이랑 요소를 갖지 않으면 헤쳐 나갈 수가 없다"며 "긍정적인 생각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관세청장 자리도 일부러 목표로 온게 아니고 하나 하나 일을 헤쳐나가다 보니 온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겸허에 대해선 "주변을 살펴보면 소위 자기가 잘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것은 자기가 가진 권한이 크기 때문이지 그 사람이 뛰어난 건 아니다"라며 "오만한 자세를 가진자와 겸허함 자세를 가진 자를 보면 결과적으로 겸허한 사람이 성공가능성이 높더라"라고 전했다.
한편, 1984년부터 공직에 몸을 담은 김 청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기획재정부 소비세제 과장 시절 에너지 세제 개편을 꼽았다.
경유에 대한 세금을 높여 휘발유와 LPG 사용량을 늘리는 것이 당시 세제 개편의 골자. 김 청장은 당시 화물연대, 택시연대 등 이해집단의 개입이 잦아 힘든 나날을 보냈지만 결국 합의를 이끌어 낸 일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프로필]
▲1959년 충북 괴산 ▲청주고-한양대 행정학-영국버밍햄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경원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행정고시 27회 ▲북대구세무서 총무과장, 재정경제부 국고국 재정정보과장, 세제실 소비세제과장, 세제실 소득세제과장, 세제실 조세정책과장, 세제실 조세기획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재정위원회(CFA) 비상임이사, 세제실 조세정책관, 조세심판원장, 세제실장, 관세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