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이 라운딩 한 번 가실까요?" = 지난 3일 국무회의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티타임을 갖는 박근혜 대통령.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골프활성화 방안을 주문하며 공무원에 대한 골프 금지령을 사실상 해제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의 '골프활성화' 방안 마련 지시 한 마디가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정치권과 골프업계는 물론, '골프보기를 돌 같이'해온 공직사회도 술렁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무회의 전 티타임에서 정홍원 총리,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과 환담하며 "올해 10월에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골프대회이고 아시아에서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데 (제가)명예회장으로 있다"며 "우리나라 골프가 침체돼 있으니 활성화에 힘을 써 달라는 건의를 여러 번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국내에서 골프 관련 특별소비세·개별소비세(등 때문에) 말씀하신 대로 너무 침체돼 있어 외국에 가서 사실은 많이 한다"고 답했고 박 대통령은 "방안을 마련해 보라"고 지시했다.
취임 이후 줄곧 골프에 대해 부정적이던 박 대통령이 태도의 변화를 보인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날 세간에 알려진 공무원 골프금지령도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도 함께 곁들이며 골프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골프 활성화 언급은 겉으로 보기엔 오는 10월 인천송도에서 열릴 국제 골프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 진다.
하지만 논란의 불씨는 삽시간에 번져, 정부 차원에서 골프에 붙는 세금 완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와 공무원이 자비로 골프를 즐길 수 있을 만큼 골프가 대중적인 스포츠인지 등 이미 다양한 목소리와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툭 하면 금지령, '그림의 떡' 골프 = 실제로 지금까지 박 대통령이 공무원들을 향해 직접 '골프를 치지 말라'고 발언한 적은 없다.
하지만 정권 내내 사실상 공직자들의 골프는 금지돼 왔고, 특히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부터 공무원들 사이에서 골프란 단어는 입 밖에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삼삼오오 모이는 술집에서 조심스레 골프 이야기를 나누거나 스크린 골프를 치며 허전한(?) 손맛을 달래기 일쑤였다.
◆…지난 2013년 4월 전국관서장 회의에 참석한 김덕중 전 국세청장과 당시 각 지방청장 등 고위직 공무원들이 '우리의 다짐' 선서를 하고 있는 모습. 국세청은 뇌물 비리를 경계하며 수시로 자체적인 골프 금지령을 실시해 왔다. (사진=김용진 기자)
국가에 큰 일이 생겼을 때는 물론, 명절이나 인사이동시에도 골프금지령이 종종 내려지는 국세청은 지난 2013년 6월 전국 2만 국세공무원들에게 골프라운딩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업무가이드 라인을 시달한 바 있다.
부득이 한 사유 발생 시 감사관실에 동반자와 일정 등 상세 내용을 신고한 후 허락을 받아 라운딩을 나가는 형태의 '골프사전신고제' 지침까지 마련되어 전달된 것.
시한은 그해 연말까지로 잡혔지만 이듬해 바로 세월호 사태가 터지며 국세공무원들에게 골프는 지금까지 금기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골프를 치다 걸리면 승진에서 배제되는 등 인사상 불이익이 가해지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터져나오면서 국세공무원들에게 골프는 말그대로 '타부(Taboo)' 였다.
□ 국세청 '술렁'…"설마 쳐도 되겠어?" = 박근혜 대통령이 공직사회에 직접 골프 해금령을 내렸지만 국세공무원들은 여전히 '반신반의'인 분위기다. 명확한 지침이 내려오기 전까지는 몸을 사리겠다는 분위기가 우세한 상황인 것.
◆…서울의 한 일선 세무서 전경. 박근혜 대통령의 골프 금지령 해제 발언에도 불구하고 국세공무원들은 여전히 골프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어 "아직까지는 국세청 내부에 특별한 여론이 없다"며 "윗분(?)들이 솔선수범해서 먼저 골프를 치면 다른 직원들도 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국세청 직원은 "내부 사람들끼리는 쳐도 된다던지 하는 명확한 지침이 내려졌으면 좋겠다"며 "골프가 이제는 사치라기보다는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았고, 내수활성화를 위해 지침을 내려주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른 공무원들은 몰라도 세금을 다루는 공무원은 앞으로도 보이지 않는 금지령이 계속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국세청 직원은 "군인이나 우리(국세 공무원) 같은 경우 골프 금지령에서 벗어난다 해도 맨 마지막 차례일 것"이라며 "금지령이 풀려도 또 한명이 골프장 비리에 연루되면 금세 다시 금지령이 생길 것이다. 큰 기대는 안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