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금리 6~7%대…고객 불만 쏟아져
보험업계 "표면적으로 드러난 금리만 보고 판단하면 안돼"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보험사의 공시이율도 떨어졌지만 보험계약자가 납입한 돈을 담보로 빌려쓰는 보험약관대출의 금리는 여전히 고금리여서 '울며 겨자 먹기식' 대출이 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의해 일부 보험사들이 지난 1일 약관대출 가산금리를 내렸지만 소비자들은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보험약관대출의 경우 보험사가 보장한 이율이 높을수록 높은 대출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은행금리에 비해 큰 격차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험대출은 해당보험 상품의 예정이율에 가산금리가 추가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가산금리만큼 이자를 부담하게 되지만 은행금리가 워낙 떨어지다보니 착시현상이 생겨 소비자들에겐 불만이 되고 있다.
공시이율은 보험사가 금리연동형 보험 상품에 적용하는 이자율로 은행의 예금금리와 같고, 가산금리는 금융사가 채권이나 대출금리를 정할 때 기준금리에 덧붙이는 위험가중 금리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00%에서 연 1.75%로 낮추면서 1%대 기준금리 시대를 열었다. 이에 보험사들도 이달 초 공시이율을 일제히 내렸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생명보험사 '빅3'의 공시이율은 평균 3%대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연금보험 이자율은 지난달 3.40%에서 이달 3.28%로 떨어졌다. 저축성보험은 3.52%에서 3.35%, 보장성보험은 3.34%에서 3.19%로 하락했다.
한화생명 연금보험의 경우 3.40%에서 3.30%, 저축성보험 3.55%에서 3.40%, 보장성보험 3.42%에서 3.29%로 내려갔다. 교보생명의 연금보험도 3.21%에서 3.12%, 저축성보험 3.35%에서 3.21%, 보장성보험 3.60%에서 3.25%로 떨어졌다.
이처럼 보험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이자율인 공시이율은 3%대 초반을 머물고 있다.
하지만 고객이 자신의 보험료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보험약관대출의 금리는 금리연동형 상품의 경우 최고 9.00%가 적용되고 있어 보험약관대출을 이용하는 고객들로부터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약관대출 금리는 예정이율 또는 공시이율에 가산금리를 더해 산출한다.
그러나 금리연동형 상품에 가입한 뒤 약관대출을 받은 고객들은 공시이율이 떨어져도 여전히 고금리의 약관대출을 이용하고 있어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약관대출은 고객이 가입한 보험 상품의 해약환급금 중 50%에서 90% 범위 안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보험사는 이 약관대출을 이용해 보험계약 해지 등 고객 이탈을 막고 이자 수익도 내고 있다. 고객의 보험료를 담보로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리스크도 제로에 가깝다.
이 때문에 보험약관대출 금리에 대한 논란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기준 생보협회 공시를 보면 생보사들의 금리연동형 상품에 대한 약관대출 금리는 한화생명과 동양생명이 최고 9.00%로 가장 높았다.
현대라이프가 최고 8.4%, 신한생명이 최고 8.0%의 약관대출 금리를 적용해 뒤를 이었다.
알리안츠생명과 ING생명, AIA생명, 삼성생명, 교보생명, DGB생명은 7%대 최고 금리를 적용하고 있었다.
보험약관대출을 이용한 한 고객은 "돈이 급하게 필요해 상대적으로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약관대출을 이용했는데 내가 낸 보험료를 내가 빌리는데 이렇게 높은 이자를 내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또 다른 고객도 "금리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서민들은 급전이 필요할 경우 돈을 빌릴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보험약관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고객들이 보험약관대출을 이용할 때 보험사들이 금리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아 불만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평균 6~7%의 금리로 보험약관대출을 받은 고객들이 많은데 옛날에 보험 상품에 가입한 경우는 예정금리가 높았기 때문에 약관대출 금리도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보험약관대출의 금리는 높은 게 아니다"며 "표면적으로 드러난 금리만 보고 높다고 평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공시이율 3%의 상품을 가입한 보험계약자가 가산금리 1.5%로 약관대출을 받으면 금리는 4.5%로 정해진다"며 "이 때 이미 낸 보험료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3%의 이자가 붙어나가고 대출 받은 금액에 대해서만 4.5%의 이율이 적용되어 결국에는 대출 금리가 1.5%밖에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