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최근 ‘과세기간의 특정 항목에 대하여만 세무조사를 한 경우에도 국세기본법에서 금지하는 재조사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세법은 ‘동일한 과세기간의 동일한 세목에 대한 재조사는 법에서 정한 일정한 사유가 없는 한 금지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A사는 법인 납세자가 지방이전기업에 대한 세액감면과 관련하여 한 차례 세무조사를 받은 뒤, 다시 법인세의 나머지 항목에 관하여 세무조사 결정 통지를 받았다. A사는 이미 동일 사업연도 법인세에 대한 부분 세무조사를 받았으므로, 항목이 다르다고 하여도 이 역시 법에서 금지되는 재조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과세관청은 당초 세무조사 시 조사 대상이었던 세액감면 부분은 후속 세무조사 당시 조사대상에서 제외되었으므로 중복 세무조사가 아니라고 반박하였다.
대법원은 동일 사업연도·동일 세목에 대한 재조사라면 중복 세무조사에 해당하여 위법하고, 이러한 점은 당초 세무조사가 일부 항목만을 대상으로 하는 부분 세무조사라고 하더라도 동일하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다른 세목이나 다른 과세기간에 대한 세무조사 도중에 그 조사 범위가 일부 확대된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재조사가 가능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판시는 세무조사를 실시할 때는 납세자의 사업과 관련된 여러 세목을 통합하여 이뤄져야 한다는 통합조사의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납세자의 영업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고 세무조사기술을 선진화하기 위하여는, 부분 세무조사 시 조사 가능한 범위에 대하여는 재조사가 금지되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 판결은 종래 행정지침에 따라 부분 세무조사 후 나머지 항목에 대한 세무조사는 가능하다고 보았던 기존 관행을 위법하다고 판단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보호 범위를 확대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향후 세무조사절차와 방법에 관한 변화가 예상되며, 입법상 보완 및 판례 축적을 통하여 중복 세무조사의 구분 기준이 보다 명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판결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 사건에서 판단의 대상이 되었던 내용이 납세자에 대한 세무조사 결정, 즉 세무조사 통지라는 점이다. 납세자는 실제 세무조사가 실시되어 세금이 부과되기 전이라도, 자신에 대한 세무조사 통지 자체를 직접 다툴 수 있다는 것이다.
납세자는 자신에 대한 세무조사 통지가 위법할 경우, 우선 납세자보호담당관에게 세무조사중지요청을 신청할 수 있다. 이러한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 납세자는 세무조사 통지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세무조사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다.
이 사건의 원고는 집행정지를 신청하였으나, 신청이 기각되어 세무조사가 그대로 실시된 바 있다. 사후약방문 격이 되었다. 이 판결의 취지에 따라 납세자에 대한 권리침해를 실효성 있게 방지하기 위하여는 우리 법원이 이러한 집행정지 제도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전향적인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법원2015.2.26.선고 2014두12062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