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로고 : 정의의 여신상
자신이 세운 회사의 주식을 13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매각, '대박'을 터뜨린 한형석 전 마니커 회장이 주식양도에 대한 거액의 양도소득세를 부과받았지만, 법원의 구제로 '세금굴레'를 벗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호제훈 부장판사)는 최근 한 전 회장이 역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양도소득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경영권과 함께 양도되는 주식의 거래가격은 주식만을 양도하는 거래에 비해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 보통"이라며 "이지바이오가 마니커 인수 당시 거래한 주식을 시가로 보고 과세한 당국의 과세가 위법하다"고 판결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한 전 회장은 주식회사 마니커 대표이사로 주식회사 디엠푸드, 주식회사 택산상역, 주식회사 마니커Y&H, 주식회사 마니커농산, 주식회사 건형축산 등 계열회사를 설립해 마니커 그룹을 운영했다.
한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4월 자신과 아들들이 지분 100%를 갖고 있던 택산상역에 지인 명의로 관리하던 디엠푸드의 발행주식 18만주를 1주당 5000원에 양도했다.
택산상역은 다시 2011년 6월 이지바이오의 자회사인 서울사료에 디엠푸드의 주식을 1주당 6만4830원에 양도했다. 한 전 회장은 세무당국에 주식거래와 관련한 양도소득세를 1주당 5000원으로 계산해 신고·납부했다.
그러나 세무당국은 택산상회에 디엠푸드의 주식을 넘긴 거래 당시 디엠푸드의 주식 시가가 1주당 6만4830원이라는 전제에서, 특수관계자간 거래로 시가보다 낮은 가격(5000원)에 주식을 양도, 부당행위계산부인에 해당한다며 양도소득세 15억8000만원을 새로이 부과했다.
이에 한 전 회장은 "택산상역과의 거래 당시 디엠푸드의 주식 가치는 5000원에 미치지 못했고, 택산상역에서 서울사료로 넘길 때의 1주당 6만4830원은 이른바 '경영권 프리미엄' 등 비재무적 가치가 포함돼 책정된 가액"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회장은 특히 "첫 번째 거래 당시 디엠푸드의 주식이 2달 후 있은 거래에서 1주당 6만4830원에 거래될 것임을 알 수도 없었다"며 "당국이 첫 번째 거래 당시 1주당 가격을 6만4830원이었다는 전제에서 한 과세는 위법하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세무당국은 "2011년 6월 특수관계가 없는 택산상역과 서울사료 사이의 거래는 쌍방이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대등한 관계에서 한 거래로 주식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국은 "첫 번째 거래는 한 회장과 특수관계에 있던 택산상역 사이의 거래이고, 두 번째 거래와 불과 2개월 차이밖에 나지 않는데, 그 사이에 디엠푸드의 주식가치에 변동이 있을만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디엠푸드의 주식 시가는 1주당 6만4830원으로 과세가 적법하다"고 맞받았다.
이에 대해 행정법원은 디엠푸드의 재정상황에 대한 회계법인의 감사 결과 "디엠푸드가 2011년에 약 30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고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을 의심받는 등 재정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재판부는 2011년 4월15일 기준으로 한 세무당국의 비상장주식 전산 간이평가상 디엠푸드의 1주당 평가액은 4809원으로 산정됐다는 점도 확인했다.
재판부는 이어 "여러 정황을 고려해 보더라도 한 전 회장이 택산상역에 주식을 넘길 당시 디엠푸드의 주식 시가가 액면가인 5000원의 약 13배에 달하는 6만4830원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한 전 회장과 이지바이오 그룹의 대표자인 지원철 회장은 마니커 그룹의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마니커 그룹 5개 회사의 주식을 720억원에 일괄 양도·양수할 것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러한 일괄거래는 축산업 수직계열화를 갖춘 이지바이오 그룹이 마니커 그룹의 5개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5개 회사의 주식이 경영권과 함께 양도되는 거래로 주식만을 양도하는 거래에 비해 가격형성이 높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결국 "택산상역에 넘긴 디엠푸드의 주식 시가가 1주당 6만4830원이었다는 전제에서 한 세무당국의 양도세 과세는 위법하다"며 한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참고 판례 : 2014구합677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