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새 국무총리에 황교안 현 법무부 장관을 내정했다. 황 내정자는 박근혜 출범부터 함께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해 왔다. 지난 2013년 3월11일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황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사진제공 청와대)
◈ 인사청문회 경험 있지만, 野 반발 거세…청문회 난항 예고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이완구 전 국무총리 후임으로 황교안 현 법무부 장관을 내정했다.
박근혜 정부의 여섯 번째 총리 후보자가 된 황 내정자에 대해 여당은 '적임자'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야당은 맹반발을 하고 있어 향후 인사청문회 과정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총리 지명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이 전 총리가 지난 달 20일 밤 '사의표명'을 한지 한 달 만이다. 지난 27일 사표가 수리된 시점으로 계산하면 25일 만이다.
그동안 청와대는 총리 후보로 '인사청문회 통과'에 방점을 찍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총리 잔혹사라 할 만큼 도덕적, 역사적 흠결이 있었던 후보들이 줄줄이 낙마했기 때문. 결정적으로 이 전 총리도 가까스로 총리에 임명됐지만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63일 만에 총리직에 물러난 바 있다.
이에 청와대는 그동안 인사청문회형 총리면서도 박근혜 정부 국정철학을 이해하고 개혁과제를 완수할 인물을 찾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몇몇 후보들은 부담감에 고사를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미 인사청문회 경험을 한 황 내정자는 국회 대정부질문이나 현안 질의 등에서 야당의 압박에 정부의 입장을 꿋꿋이 대변해 최종 적임자로 판단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황 내정자는 법무부 장관으로 지내면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 내사와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결정, 국정원 불법 대선 댓글 수사팀 교체 등 주요 현안마다 정부 입장을 강력히 대변해 야당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또한 공안검사 출신으로 국가보안법 해설서까지 집필한 공안통이어서 공안통치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낳는다.
특히 국정원 불법 대선 댓글 수사와 관련해선 검찰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아 야당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새정치연합은 황 장관의 내정에 대해 "공안통치의 노골적 선언",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반발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황 내정자에 대해 "국민통합형 총리를 원했던 국민의 바람을 저버린 것"이라며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국무총리로 내정해 공안통치에 나서겠다고 노골적으로 선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김 대변인은 "국정원의 대선 댓글사건 때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 간첩증거조작사건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초래하는 등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책임자이며,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과 친박 실세 비리게이트에 대한 수사가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을 철저하게 따르도록 만든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법무부장관에서도 물러났어야 했다"고 거듭 지적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황교안 장관은 국정원 댓글 사건 축소 은폐 의혹으로 야당이 최초로 2번씩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사람"이라며 "이분을 총리로 내정한 것은 야당에 대한 선전 포고이자 국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일갈했다.
이어 "새정치연합은 인사청문회에서 총리 후보를 철저히 검증하겠다"며 "새누리당은 정치쟁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총리 후보를 내정해놓고 '정치 공세하지마라'는 모순된 주장을 하지 않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 野,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해임결의안 제출…與 일각도 경질 요구
새정치민주연합은 21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공식기념곡 지정과 제창을 거부해 논란을 일으킨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에 대한 해임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당 소속 의원 93명이 서명한 결의안을 공동 발의한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2년째 여론수렴이라는 핑계로 기념곡 지정을 가로막으면서 국회의 권위를 부정하고 국민의 명령을 거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의장은 이어 "(5·18 민주화운동) 35주년 기념식을 앞두고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종북 노래로 매도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5·18민주화운동 자체를 모욕하고, 기념식 경과보고도 묘지관리소장으로 격하시켜 국가기념식의 위상을 추락시켰다"고 지적했다.
강 의장은 아울러 "이번 해임촉구 결의안과 별도로 박근혜 대통령은 트러블메이커 보훈처장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새누리당 내에서도 박 처장이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있어 해임결의안이 통과 될지 주목된다.
김무성 대표는 전날(20일) 5.18위원회와 만난 자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두 사람의 영혼 결혼식을 위해서 만들어진 아주 좋은 노래로 북한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김 대표는 자신이 민주화 운동 당시 많이 불렀던 노래로 제창을 막을 이유가 없다는 뜻을 수차례 밝힌 바 있고 지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함께 제창을 했다.
하태경 의원 역시 지난 18일 5·18 국가기념곡 제정을 반대해 온 박 처장을 겨냥해 "너무 정부가 앞장서서 (5·18에) 종북 덧씌우기를 하고 있고 이걸 보훈처장이 앞장서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용서하기 힘들다"며 박근혜 대통령에 경질을 촉구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