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박의 도 넘은 권력투쟁…비박 "민주주의 훼손, 좌시하지 않을 것"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사진) 거취문제를 둘러싼 '친박-비박' 간 갈등이 연일 거세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사실상 압박했지만 의원들 다수가 재신임으로 의견을 굳혔다.
하지만 청와대와 친박계 의원들의 '유승민 흔들기'가 거듭 되면서 이에 비박계 의원들의 '유승민 지키기'에 나서 계파 간 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새누리당은 29일 오후 3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2시간 30분 간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의원들의 직접선거로 선출되는 원내대표인만큼 향후 의원총회를 통해 다시 의원들의 총의를 모을지 주목된다.
특히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했다.
서 최고위원은 "나도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또 유 원내대표는 늘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을,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빈다고 얘기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대승적인 유 원내대표의 생각이 있을 걸로 생각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지금이 박근혜정부를 성공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의 하나"라며 "유 원내대표의 대승적 결단이 있지 않겠느냐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서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박계 지도부인 김태호, 이인제, 이정현 최고위원과 정무특보로 겸임하고 있는 윤상현, 김재원 의원, 초선의 이장우, 김태흠 의원 등이 유 원내대표 사퇴를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지난 25일 의총에서 다수의 의원들로부터 유 원내대표가 '재신임'을 받았음에도 친박계의 압박이 멈추지 않자, 비박계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재선 의원들은 집단 성명을 발표하고 "최고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들 재선 의원들은 "원내대표는 당헌에 따라 의원총회를 통해 선출되었고, 최근 당·청 갈등 해소에 대한 약속도 있었다"며 의원들의 총의 없는 결정을 반대했다.
특히 이들은 "헌법과 법률, 새누리당 당헌에 나와 있듯 의회민주주의와 정당민주주의는 우리가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라며 "금일 최고위원회 논의과정에서 우리가 지키고 키워왔던 의회민주주의와 당내민주주의는 결코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당내 화합에 힘써야 할 최고위원회가 당내 분란의 빌미를 주어서는 더욱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메르스 사태와 민생경제 악화를 지적, "국민의 아픔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리더십이 필요할 때다. 국정동반자인 당·청이 화합해야만 국정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성명서는 강석호, 권성동, 김성태, 김세연, 김영우, 김용태, 김학용, 나성린, 박민식, 박상은, 신성범, 안효대, 여상규, 이한성, 정문헌, 정미경, 조해진, 한기호, 홍일표, 황영철 등 총 39명의 재선 의원 중 20명이 서명했다.
옛 친이계 핵심인 정두언 의원 역시 출입기자에게 문자를 보내 "여당 의원이 뽑은 원내대표를 청와대가 사퇴하라는 것은 과거 군사독재 정부 시절 때의 얘기 같다"면서 "우리 손으로 뽑은 우리 원내대표를 쫓아내는 것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은 박 대통령을 향해 "경제가 추락하고 메르스 사태로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여권이 민생과 무관한 권력투쟁을 벌이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초선 의원 22명이 참석한 초정회(초선의원 정책개발 모임)에서도 이날 긴급 오찬 회동을 갖고 유 원내대표 거취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들 절반 정도의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사과한 것으로 일단락 된 게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 朴 대통령, '소비 진작 대책' 강조…유승민 거취 언급 안해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최근 메르스와 극심한 가뭄 피해가 겹치면서 충격이 커지고 있다며 "우리 경제를 정상성장 궤도로 하루빨리 복귀시키고 소비를 비롯해 일상적 경제활동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과감한 소비 진작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같이 말하고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특단의 경제활성화 대책과 구조개혁 방안을 담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올해 초 선정한 24개 핵심 국정과제 추진과 관련해선 "그 과제들이 어느 정도 이뤄졌고 추진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금년 말까지 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 냉철하게 점검해서 보완할 부분은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했던 것과 달리 이날 박 대통령은 관련 발언을 일체 내놓지 않았다.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당이 논의하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