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하면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사실상 '압박'해 당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거부권 정국'의 여파는 '순망치한'의 관계인 김무성 대표와 유 원내대표의 정치적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유승민 버티든, 사퇴하든 '친박-비박' 갈등 불가피
유승민, 권력투쟁 희생양 '재기' 가능성↑…김무성, 리더십 타격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 연일 '친박-비박' 간 갈등이 증폭되자, 이들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김무성 대표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의 눈치와 유 원내대표의 '결단'만을 지켜봐야하는 상황이 거듭될수록 '무대(김 대표의 별칭)의 리더십'에도 흠집이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친박계의 사퇴 압박은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죄'를 물어 유 원내대표가 '희생'당하는 측면이 강하다. 유 원내대표가 '버티기'에 들어가도 정치적 명분이 있어 원내대표직을 유지하든, 자진사퇴를 하든 결국 내홍의 여파는 김 대표에게로 밀려갈 것이라는 지적이다.
거부권 정국 후폭풍을 정면으로 받은 사람은 유 원내대표이지만 그로 인한 정치적 타격은 오히려 김 대표가 떠안아야 하는 형국인 것이다.
유 원내대표의 거취가 김 대표의 '자리'까지 위태롭게 하는 데는 이들 투톱이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린' 관계의 두 사람은 박 대통령을 홍위병처럼 따르는 친박 핵심과 대척점에 있는 비박계 주류다.
□ 朴 대통령, 비박 중심의 총선 '불안' 증폭…친박들 '사생결단' = 정치권은 박 대통령이 '배신'으로 낙인찍으며 "선거로 심판"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를 내년 총선 공천에 대한 불안감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정책에 우호적이지 않은 비박계가 내년 총선을 맡아 치를 경우, 총선 이후 남은 1년8개월간의 국정운영이 순탄치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가 '증세 없는 복지'나 법인세 인상, 사드 문제 등 정부정책을 반대하고 지적하고 내년 총선방향을 '중복지-중부담'을 이야기하지 않았나. 대통령으로서는 자신과 반대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내년 총선 이후 임기가 1년8개월이나 남는데 비박계가 공천을 하면 친박이 남아있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이 있는 것 같다"이라고 지적했다.
친박계가 '최고위원직 동반 사퇴'카드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불안감에 따른 '사생결단'이다.
친박계인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과 강경파인 김태호, 이인제 최고위원 등이 사퇴를 하면 '김무성 대표 체제'는 붕괴수순에 들어갈 수밖에 없고 이럴 경우, 내년 총선을 대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전당대회를 치러야한다.
□ 유승민 '사퇴' 후 다음 차례 '김무성'(?)…비박 위기감 팽배 = 김 대표로선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뿐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마저 잃게 될 수 있다. 당장 지도부가 붕괴되면 내년 총선을 지휘할 수 없게 되며 여권 내 차기대권주자 1위 자리도 위태로워진다.
김 대표가 설사 차기 대선에 나가지 않는다고 해도 '킹메이커'로서의 역할 역시 담보할 수 없다.
유 원내대표가 '자진사퇴'를 해도 김 대표의 향후 정치적 계획도 불투명하다.
유 원내대표 사퇴 후, 친박계는 친박계 원내대표 추대를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이 역시 김 대표로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비박계 내에선 유 원내대표 '사퇴' 후 다음 차례는 김 대표로 보고 있다. 이런 위기감이 팽배해지면서 '유승민 구하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비박계 한 의원은 "친박은 유 원내대표를 무너뜨린 후 김 대표 체제까지 흔들려 할 것"이라며 "이참에 당내 '투톱'을 모두 몰아내려는 친박의 집단행동에 맞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더욱이 친박의 권력투쟁에 의해 유 원내대표가 '희생'당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그의 지지도 올라가고 있지만 김 대표는 점점 고립무원의 처지가 될 수 있다.
□ '유승민 사퇴 = 김무성 고립무원' =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유 원내대표의 지지율은 전달보다 2.0%포인트 오른 5.4%로 대선주자 4위로 올라섰다.
또 친박계의 사퇴주장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8.5%다. 특히 유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몇 안 되는 '합리적 보수'로 인정받아 중도층을 끌어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진보-중도성이 강한 수도권의 총선 승리를 위해 그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수도권 당 관계자는 "내년 총선에서 특히 수도권은 유 원내대표의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자진사퇴'를 해도 원내대표로서 잘못을 해서 사퇴를 하는 게 아니라 권력투쟁에 밀려 나는 거라 충분히 재기할 명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파국을 막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할 것"이라는 김 대표이지만 거부권 정국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 공천경쟁을 놓고 벌이는 '친박-비박' 간의 계파갈등이 전면화 되어 그의 정치적 생명 역시 기로에 놓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