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세무서의 세무조사가 이뤄진 후 지방국세청이 일선 세무서에 대한 업무감사 과정에서 다시 조사를 실시해 과세했다면 중복조사금지에 해당해 위법한 것일까?
최근 대법원은 “상급 과세관청이 세무서에 대한 정기 업무종합감사 과정에서 이루어진 조사는 중복세무조사에 해당하고 이를 허용하는 예외사유도 없으므로 위법하다”고 판결하였다.
국세기본법은 원칙적으로 같은 세목, 같은 과세기간에 대한 중복세무조사를 금지하고, 법령이 규정하는 예외사유에 한하여 중복세무조사를 허용하고 있다. 이를 ‘중복조사금지원칙’이라 하며, 이에 위배한 세무조사에 기초한 과세처분은 위법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이다.
중복세무조사가 허용되는 예외사유는 “조세탈루의 혐의를 인정할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 거래상대방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경우, 2개 이상의 사업연도와 관련하여 잘못이 있는 경우, 각종 과세자료의 처리를 위한 재조사”등이다.
국세청은 6개 지방국세청 산하에 다수의 세무서를 두고 있고, 정기적으로 지방국세청 상호 간에 다른 관할 산하 세무서의 업무처리에 대해 ‘정기 업무종합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른 바 ‘교차감사’이다.
이 사건의 납세자는 당초 자신의 관할 A 세무서에서 부동산 취득자금에 대한 조사를 받았고, 당시에 취득자금 출처가 인정되어 증여세를 부과 받지 않았다. 그런데 추후 B 지방국세청이 A 세무서에 대한 정기 업무종합감사를 실시하면서 위 납세자의 부동산 취득자금과 관련하여 증여세를 부과하지 아니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하였다.
A세무서장은 이러한 감사 결과에 따라 증여세를 부과했다.
우선 ‘정기 업무종합감사’라는 감사목적에서 실시한 상급 과세관청의 조사도 ‘세무조사’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있다. 명칭과 형식이 어떠하든 실질적으로 질문 및 조사가 이루어졌다면 세무조사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세무조사가 상급 과세관청의 업무감사 과정에서 이루어졌다고 하여 달리 볼 까닭이 없다. 법원도 그러한 입장을 지지하여 위와 같은 조사는 ‘중복세무조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과세관청은 소송과정에서 중복세무조사라고 하더라도 법령이 규정한 예외사유의 하나인 “각종 과세자료의 처리를 위한 재조사”에 해당하므로 적법한 세무조사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 규정에서 말하는 과세자료란 과세관청 외의 기관이 그 직무상 목적을 위하여 작성하거나 취득하여 과세관청에 제공한 자료를 의미하고, 이러한 자료에는 과세관청이 종전 세무조사에서 작성하거나 취득한 과세자료는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였다.
따라서 B 지방국세청이 감사과정에서 행한 조사는 “과세관청인 A 세무서가 종전 세무조사에서 작성 또는 취득한 과세자료를 처리하기 위한 조사”로서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중복조사금지원칙을 피해 갈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실무상 상급 과세관청의 업무감사 중에 관련된 납세자나 관계인들에 대한 조사나 확인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고, 그러한 조사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위와 같은 실무관행에 따른 과세처분은 중복조사금지원칙에 위배된 과세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위 판결은 세무조사의 개념 및 중복세무조사의 예외적 허용사유에 관한 엄격한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과세관청의 중첩적인 질문조사권의 행사로부터 납세의무자의 권익이 두텁게 보호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법원2015.5.28.선고 2014두43257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