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은행, 한 달간 524억 지원…산업은행 20억 불과
1조 수준 한도에 크게 못미쳐… "심사 까다롭다" 지적
메르스 사태 장기화로 병원, 관광, 유통 분야의 피해기업들이 급증하자 금융위가 피해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촉구하고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은행의 문턱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권은 지난달 메르스 피해기업에 대한 신규 대출 및 만기 연장 등 금융 지원방안을 마련했지만 한 달 가량 지난 현재 지원실적은 당초 예상에 크게 못미쳤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업은행과 하나은행, 농협은행, 신한은행, 산업은행, 국민은행 등 6개 은행의 메르스 피해기업에 대한 신규 대출 실적은 524억원에 불과했다.
이들 은행은 각각 1000억원에서 3000억원 한도로 메르스 피해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실제 지원된 자금은 한도에 한참 못 미쳤다.
은행별로는 산업은행이 가장 낮은 실적을 보였다. 산업은행은 이달 9일까지 신규대출로 5건 20억원을 지원하는데 그쳤다.
이어 농협은행(72건 38억원), 신한은행(95건 81억원), 하나은행(123건 104억원), 기업은행(101건 130억원), 국민은행(313건 151억원) 순으로 지원실적이 저조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동안 1674건 585억원을 지원해 가장 많은 실적을 보였다.
은행 관계자는 "병원 등 자금 수요가 있는 기업들이 긴급 자금을 지원받는 것을 꺼리고 있다"며 "기업이 경영상 어렵다는 대외적 인식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메르스 피해기업에 대한 은행들의 금융지원 실적이 저조한데는 자금을 지원받는 절차가 너무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메르스로 인해 영업에 타격을 입어 운전자금을 요청했지만 심사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이 메르스 피해기업을 지원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기업들이 많다"며 "실제로 돈이 필요한 기업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들은 기업의 전년 실적에 따라 지원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원활한 자금지원이 안 될 수 있다"며 "금융위는 올해 추정 매출을 감안해 지원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지만 은행을 강제로 움직이게 만드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