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영업부진으로 주가하락…합병 때 오너 일가에 유리
삼성물산의 상반기 영업실적이 부진해 주가가 급락세를 보인 것과 관련해 증권가에서 삼성물산측이 지난 7월 추진된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겨냥해 실적을 조절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상반기 주택공급이 저조한데다 해외건설 수주 실적도 나빠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으나 하반기에 국내와 해외부문 모두 실적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해외수주 등 해외영업은 모든 건설사들이 부진했기 때문에 그렇다 하더라도 국내 주택공급 물량 마저 극히 적었던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상반기 주택공급 단 1건, 해외수주 실적 9위로 추락
지난 상반기 국내 주택분양시장은 지난 20년 내 최대 호황이라고 말할 정도로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는 수백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고 공급물량도 22만 가구로 작년보다 48%나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 상반기 삼성물산은 자양4구역에 주상복합·오피스텔 180세대 단 1건을 분양하는데 그쳤다.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대형건설사들이 각각 수천세대를 분양한 것에 비하면 극히 저조한 실적이다.
삼성물산은 이처럼 상반기에 분양에 소극적이었던 태도를 바꿔 하반기에는 8건, 3000여 세대를 집중적으로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양상은 해외건설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삼성물산은 올 상반기 해외수주 물량이 9800억원에 그쳐 지난해 상반기 2조4700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그동안 현대건설과 해외수주실적에서 1,2위를 다퉜지만 올 상반기에는 순위가 9위로 밀렸다.
이와 관련, 증권가에서는 삼성물산이 상반기 영업실적을 부진하게 조절해 합병 때 그룹 오너에 유리하게 만들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주택은 사업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자체사업보다 재개발, 재건축 위주로 시공하다보니 조합과 일정조정 때문에 상반기 1건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수주도 해외건설협회나 국토부와 실적을 잡는 기준이 틀릴 뿐 회사 내부기준으로는 2조원의 실적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이는 하반기에는 실적이 상당폭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상반기 매출 전년말 대비 15%감소, 영업이익은 68% 감소
삼성물산은 상반기 매출 12.4조원, 영업이익 1245억원을 실현했다. 작년 상반기의 매출 13.9조원, 영업이익 2608억원과 비하면 매출은 11%, 영업이익은 52% 감소하는 역성장세를 보였다.
실적이 좋았던 작년 하반기에 비하면 매출은 15%, 영업이익은 68%나 감소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작년 하반기의 3분의 1도 안되는 부진한 실적이다.
삼성물산 분기별 영업실적 추이
자료 : 삼성물산
■ 7~8만원대 주가 5만원대로 하락…합병가, 주식매수청구가도 하락
이러한 실적 하락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다. 실적이 좋았던 작년 하반기에 7~8만원까지 상승했던 주가가 올들어 5~6만원대로 주저 앉았다.
삼성물산 2014~2015년 주가추이 및 합병가액 산정 기간
자료 : 네이버 주가 차트
증시에서는 이같은 영업실적 악화와 주가 약세현상에 대해 회사측에서 의도적으로 영업실적을 조절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합병가액과 반대주주의 주식매수가격을 산정하는 시기에는 주가가 약세를 면치못하다가 산정기간이 끝나자마자 주가는 다시 폭등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합병가액 산정기간인 4월26일부터 5월 26일 사이 삼성물산의 주가는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이렇게 하락한 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가액은 5만5767원, 주식매수청구가격은 5만7234원으로 결정됐다. 제일모직 주식과의 교환비율은 0.35로 결정돼 삼성물산 1주로는 합병후 회사의 주식을 0.35주밖에 못받게 됐다.
만일 주가가 7~8만원대를 유지했다면 합병비율도 0.5를 상회해 삼성물산 주주들은 합병후 회사의 주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삼성물산 주주들은 그만큼 손해를 본 셈이다.
■ 제일모직 주주, 큰 지분변동 없이 수십조원 회사의 경영권 확보
반대로 이재용 회장 등 제일모직 주주들은 합병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합병후 회사에서의 지분율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이재용 회장과 친인척의 제일모직 지분은 4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합병 후에도 30%가 넘는 지분을 유지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됐다.
이 회장 친인척 외에도 삼성관련 특수관계인의 제일모직 지분은 5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계열사와 임원들도 혜택을 보게됐다.
제일모직은 연 매출 5조원, 자산 9조원의 회사인 반면 삼성물산은 매출 28조원, 자산 30조원의 거대 기업으로 제일모직 주주들은 지분율의 큰 변동 없이 제일모직의 3~6배나 큰 대규모 회사의 주인이 된 셈이다.
이런 인위적인 영업실적 조정 논란에 대해 삼성 측은 영업활동 부진은 시장상황에 따른 것이며 합병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건설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조합주택 위주의 영업을 해온 것은 사실이나 그 가운데는 일반분양 물량도 많아 상반기의 분양열기를 활용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건설사들은 주택경기가 언제 식을지 모른다는 판단에 따라 상반기는 물론 비수기인 휴가시즌에도 적극적인 분양에 나섰기 때문이다.
증시 관계자는 "소규모 회사의 경우 합병을 위해 이익을 줄이고 주가를 조작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국민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대기업의 경우는 쉽지 않다"며 "대형주의 경우 인위적으로 주가의 급등락을 유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