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진영, 휴대폰 접근만 해도 결제되는 편리성 강조
앱카드진영, 가맹점 수 월등히 많은 이용자 편의성 부각
신용카드 회사들은 가까운 미래에 모든 신용카드가 모바일 전자지갑 속으로 들어갈 것에 대비해 모바일카드 방식을 놓고 치열한 기술전쟁을 벌이고 있다.
휴대폰 유심칩에 카드정보를 담는 '유심 모바일카드' 진영과 카드정보를 앱으로 띄워 읽어내는 '앱 모바일카드' 진영이 모바일카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BC카드와 하나카드는 유심카드를 활용한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며 통신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현대 · 삼성 · KB국민 · 신한 · 현대카드 등 앱카드에 승부를 걸고 있는 회사는 다수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결제업체나 유통업체와 손잡고 세를 불려나가며 서비스 개발에 힘쓰고 있다.
유심진영은 신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에 휴대폰을 갖다 대기만 하면 결제가 이뤄지는 유심카드의 편리함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모바일지갑 상품에 각종 할인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넣어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하도록 지원하는 한편 결제기능까지 갖춰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BC카드는 지난달 18일 KT와 손잡고 유심카드 결제기능을 탑재한 모바일지갑 서비스 '클립' 출시를 기념해 시연회를 열고 유심진영의 앞선 서비스를 과시했다.
서준희 사장은 이 자리에서 "BC카드는 모바일카드나 보안솔루션 등 핀테크 영역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면서 "클립이라는 혁신을 통해 시장 사로잡기에 나설 것"이라며 유심 결제의 편리함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밝혔다.
클립은 기존 모바일지갑 서비스들과는 달리 카드 할인정보, 가맹점 포인트 현황, 사용가능한 쿠폰정보 등을 한 화면에 보여줄 수 있는 기능을 갖춰 주목받았다. 오는 10월에는 유심카드 결제기능까지 더해 효용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하나카드도 지난 5월 유심 기반의 모바일카드 상품 '모비원'을 내놓으며 유심카드의 편리성을 집중홍보하고 나섰다. 정해붕 사장도 직접 모비원의 시연에 나섰다. 정 사장은 커피전문점에서 모비원으로 음료주문을 시도한 뒤 "모비원은 핀테크의 진정한 효시"라고 강조하며 유심카드의 편리함을 고객들에게 직접 어필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휴대폰을 단말기 위에만 올려두면 금방 결제가 끝난다"며 "이것이 바로 유심카드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반면 앱진영은 이미 많은 고객층을 확보한 타 서비스 업체들과 손을 잡으며 앱카드 저변 늘리기로 맞불을 놨다. 앱진영은 앱카드가 유심카드보다 더 많은 수의 온 · 오프라인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다는 장점을 활용해 이 같은 제휴전략을 짰으며 타 서비스 업체와의 시너지를 통해 앱카드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시럽은 15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모바일지갑 서비스여서 앱카드 진영의 세를 블리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오프라인 가맹점 멤버십 관리 서비스와 각종 할인쿠폰 등을 고객에게 제공해 준다.
업계 관계자는 "앱진영은 유심진영보다 많은 수의 가맹점을 이미 확보한 상태"라며 "이 상황에서 1500만명의 고객을 보유한 시럽까지 앱카드 영역으로 끌어 들인다면 앱카드 고객층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는 홈쇼핑 업체 공영홈쇼핑과 함께 지난달 18일 'TV홈쇼핑 K-모션 앱카드 결제 서비스'를 내놓으며 홈쇼핑 고객을 앱카드 진영으로 끌어들였다.
KB국민카드 고객들은 홈쇼핑 전화주문을 한 뒤 상담원에게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등을 불러주는 일없이 휴대폰으로 전송된 문자메시지를 클릭하는 것만으로 결제를 안전하고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앞으로도 창의적이고 다양한 앱카드 서비스를 다양한 분야에서 선보이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앱카드 고객확충을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10일 스마트워치를 활용한 앱카드 결제영역에 업계 처음으로 진출했다.
신한카드는 신한 앱카드, 신한 스마트매니저, 올댓쇼핑 월렛 3개 서비스를 스마트워치를 활용해 고객들에게 제공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스마트워치 이용자 수가 날로 늘어가고 있다"며 "때문에 신한카드는 고객들이 스마트워치로도 불편함 없이 앱카드 결제를 할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학계 관계자는 "앱진영의 이러한 움직임들은 고객층이 두텁거나 혹은 많은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타 서비스 진출을 통해 앱카드 고객층을 자연스레 늘리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양 진영은 영세 · 중소가맹점에 향후 보급될 'IC 카드결제 단말기'에 근거리무선통신기술(NFC) 결제기능을 탑재하는 문제를 놓고 최근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카드결제단말기에 NFC 기능을 탑재할 경우 유심카드 진영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일단 NFC 기능의 탑재를 불허하며 앱진영의 손을 들어줬다.
□ 앱진영은 가맹점 수, 유심진영은 편의성 우월
카드업계에 따르면 2014년 말 앱카드는 1335만1000장이 발급됐으며 유심카드의 경우 앱카드보다 약 950만장 적은 252만7000장이 찍혀 나왔다.
여신금융연구소 관계자는 "수치상 앱카드가 유심카드를 월등히 따돌렸다"며 "다만 유심과 앱의 매력은 상이하기 때문에 각각의 장단점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심진영과 앱진영은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한 논리전을 펴고 있다.
유심진영 카드사 관계자는 "유심카드는 모바일기기 안에 카드정보가 심어져 휴대폰이 꺼진 상태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며 "유심카드는 휴대폰을 NFC 단말기에 갖다 대기만 하면 작동하는 편의성이 최대의 무기"라고 주장했다.
앱진영 카드사 관계자는 "앱카드는 바코드리더가 구비된 국내 모든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반면 NFC 단말기를 구비한 곳은 국내 총 220만여 가맹점 중 3만여 가맹점 뿐"이라며 유심카드의 약점을 지적했다. 또 "설사 휴대폰을 잃어버린다 해도 유심카드와 같은 카드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학계 관계자는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도 활용할 수 있는 단말기가 갖춰져 있지 않으면 소비자 입장에선 무용지물"이라며 "그런 면에서 아직까지는 가맹점 수가 더 많은 앱카드가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 등 해외의 경우 유심 기반의 모바일결제가 주축"이라며 "휴대폰 분실시 발생할 수 있는 카드정보 노출의 위험성을 최소화하고 NFC 단말기 국내 보급률을 높인다면 유심카드에도 승산이 있다"고 분석했다.
□ 유심과 앱 넘나드는 카드사들
카드사들은 유심카드와 앱카드 진영으로 나뉘어 치열한 개발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최종승부가 날 때까지는 두가지 서비스를 병행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유심형 모바일카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하나카드는 앱형 모바일카드 ‘모비페이’를 제공 중이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고객들의 다양한 입맛을 고려해 유심카드 외에 앱카드 방식의 모비페이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BC카드는 지난 3월 앱카드 결제방식을 따른 '탭사인 서비스'를 공개했다.
BC카드 관계자는 "탭사인은 고객이 모바일 쇼핑몰에서 물품 결제시 유심칩이 아닌 BC카드 모바일ISP 앱에 등록해 놓은 기존 실물카드 정보를 이용하는 방식을 취한다"고 언급했다.
앱형 모바일카드를 중심으로 신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삼성 · KB국민 · 신한카드는 기존에 출시한 앱카드 상품들을 고객 편의에 따라 유심형 모바일카드로 발급해 주거나 유심방식의 카드를 준비 중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NFC방식이 보편화 돼 있다"며 "이를 감안해 비자나 마스터계열의 상품은 모두 유심카드 방식을 마련해 놓았다"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최근 출시한 앱카드 '청춘대로'와 '파인테크'의 인기가 좋아 이들을 유심 방식으로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신한 앱카드는 지난 5월 모바일카드 최초로 600만장 누적발급 수를 기록했다"며 "그럼에도 신한카드는 'LOVE'나 'S20' 등 유심형 상품을 150여종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