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회사들이 경쟁력있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확보하기 위해 자체 인프라 구축에 나서는 한편 적자생존의 치열한 짝짓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핀테크의 발달로 간편결제 서비스가 확산된데다 간편결제와 관련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이를 활용한 카드시장이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구글, 페이팔 등 수억명의 회원과 앞선 기술력을 무기로 한 외국계 간편결제 서비스가 한국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나섬에 따라 국내 시장을 지키기위한 카드회사들의 행보가 더욱 빨라졌다. 간편결제의 편리함과 보안성 경쟁력이 카드시장을 지키는 중요한 요소가 됨에 따라 관련 서비스 경쟁력 확보가 카드업계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중국의 간편결제 플랫폼 알리페이를 운용하고 있는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회장은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해 전 세계 8억여명의 회원을 수년 간 이끈 노하우를 바탕으로 '코리안페이'를 만들어 한국시장에 진출하겠다고 공식선언 했다.
세계 최대 IT기업 구글은 지난 6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국내 결제대행업 자격을 부여받은데 이어 외국기업 최초로 국내 외국환 업무취급 등록을 마쳤다. 구글은 전 세계 점유율 60% 이상에 달하는 모바일폰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한 '안드로이드페이' 출시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미국의 페이팔은 세계적 온라인 유통채널 이베이를 파트너 삼고 국내 온라인 쇼핑몰 시장 진출을 엿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외국계 간편결제 서비스가 국내로 몰려들 경우 카드시장에서 국내업체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 비금융사 간편결제 서비스 결합에 승부수
카드업계는 이에 따라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 인프라를 확충하는 한편 비금융사들이 내놓은 다양한 간편결제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잰걸음을 치고 있다.
카드사들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3월 공인인증서 사용의무를 폐지한 직후부터 30만원 이상의 고액결제에 대해서도 문자확인 혹은 ARS확인만으로 본인인증을 하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자체 제공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문자확인과 ARS전화인증 방식을 혼용한 간편결제 서비스를 개발해 공급 중이다.
BC카드의 페이올, 삼성카드의 ID간편결제, 신한카드 스마트결제, KB국민카드 ISP결제, 현대카드 간편결제 등은 ARS전화인증을 이용한 간편결제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또 카드사들은 핀테크 기술이 한발 앞서고 많은 수의 회원을 확보한 비금융사들의 간편결제 플랫폼과 전략적 제휴도 적극 나서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자체 제공 중인 간편결제 서비스는 PC환경에 특화돼 있어 모바일 중심의 시장에서 뒤진다"며 "비금융사들의 간편결제 플랫폼은 모바일결제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데다 많은 수의 회원을 등에 업고 있어 비금융사들과 손잡을 경우 서비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10개 카드사들은 지난달 17일 삼성전자가 만든 간편결제 플랫폼 '삼성페이'와 제휴를 선언하는 협약식에 일제히 몰려갔다. 행사에 참석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삼성페이는 기존 카드단말기인 MS단말기에서 사용이 가능한데다 NFC결제기능도 갖추고 있어 온 · 오프라인 결제활용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삼성페이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각 카드사들이 삼성전자에 수수료를 따로 지급하지 않더라도 삼성페이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삼성페이의 이러한 장점 때문에 이례적으로 국내 모든 카드사가 삼성페이에 참여한다"며 "게다가 삼성페이는 글로벌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어 각 카드사의 간편결제 역량강화에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모았다.
삼성카드와 하나카드는 지난 6월부터 다음카카오가 선보인 카카오페이에 '고액결제 비밀번호 간편결제' 기능을 도입해 공인인증서 외 방식으로도 본인인증을 가능하게 했다. 이 기능은 고액결제 시에 기존 비밀번호 외 비밀번호를 추가로 입력케 해 본인인증을 함으로써 편리함과 보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자 했다.
BC카드는 KT가 개발한 신개념 모바일지갑 서비스 '클립'에 오는 10월 간편결제 기능을 탑재하기로 했다. 몇몇 카드사들은 LG유플러스의 간편결제 플랫폼인 '페이나우'의 해외진출를 밀며 해외 간편결제 시장 동반진출도 꾀하고 있다.
한편 국내 비금융사들이 개발해 공급 중인 간편결제 플랫폼은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신세계페이, 시럽페이 등 약 24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 외국산 Pay, 국내 카드결제시장 은밀한 침투
외국계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들은 국내 카드시장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금융업권, 전자 부가서비스업, 온라인 쇼핑몰 등으로 침투하고 있다.
알리페이는 지난 4월 우리은행과 한국스마트카드와 손잡고 '알리페이 앰패스 티머니카드'를 우리은행 김포공항점과 인천공항 내 3개 지점에서 시범발급 했으며 이후 17개 영업점으로 범위를 늘려갈 예정이다. 같은 달 하나은행과 협업해 결제 정산대행 서비스를 개시했으며 부가세 환급지원 서비스는 이미 2013년 8월부터 제공 중이다.
한국정보통신과는 4월부터 '알리페이 월렛'을 이용한 바코드결제 인프라를 전국 2만여 편의점에 구축하고 있으며 KG이니시스와는 지난해 11월부터 인터파크에서 글로벌 쇼핑몰 해외 간편결제 서비스를 공급 중이다.
여신금융연구소 관계자는 "알리페이는 중국 모바일결제 시장의 74.9%를 차지하고 있다"며 "카드업 이외 업권과 손잡고 카드사들을 자연스레 배제했기 때문에 높은 점유율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페이팔은 지난 2월부터 외국계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 최초로 한국어 홈페이지 서비스를 개시했다.
또 중국의 텐페이는 지난 4월부터 국내 간편결제 플랫폼 업체인 다날과 업무협약을 맺고 위챗 바코드 결제 서비스를 공급 중이다. 텐페이는 회원 6억명이 넘는 중국 최대 메신저인 위챗을 통해 바코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이다.
□ 기술력 앞서는 외국산 Pay의 영향력은 ?
외국계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카드시장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알리바바가 코리안페이로 국내 간편결제 시장 영향력을 넓히거나 페이팔이 본격적으로 국내진출에 시동을 걸 경우 카드업계는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알리페이와 페이팔의 간편결제 시스템은 현지 카드사와의 제휴 없이도 돌아가는 구조에서 국내 카드사에 소리없이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이팔은 지난해 7월 국내 결제대행 업체들이 국내 온라인 쇼핑몰 판매자들로부터 수취 중인 3.5 ~ 4.0%의 수수료율보다 낮은 2.4 ~ 3.4%의 수수료만을 받고 결제대행을 해줄 수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쇼핑몰 판매자들에겐 솔깃한 제안이다.
쇼핑몰 판매자들은 국내 결제대행 업체들을 내세워 카드사들과 간접계약을 맺고 있는데 페이팔은 카드사와 가맹점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판매자들에게 직접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여력을 갖고 있다.
금융학계 관계자는 "국내 카드사들은 간편결제 기술력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분석능력, 본인인증 사업능력 등 여러 측면에서 1990년대 말부터 덩치를 키운 외국계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외국계의 시장잠식을 우려했다.
반면 외국계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들이 국내 카드업계를 크게 뒤흔들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정훈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외국계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들이 한국에 들어와 뿌리를 내리기엔 변수가 많아 아직 뭐라 단정지을 수 없다"며 "정부가 외국 기업들이 우리나라 금융기반을 흔들도록 가만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영환 건국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티머니나 카드사들이 자체 제공하는 간편결제의 혜택을 이미 누려왔기 때문에 의외로 외국계 간편결제 플랫폼을 사용하려 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외국계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들의 국내유입 또한 시대의 흐름이기에 피할 수 없다"며 "카드사들은 조그마한 시장위협에도 대비하며 기술력과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