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빅데이터 기반으로 고객맞춤형 혜택을 추천해 주거나 카드 신상품을 내놔 성과를 올리자 빅데이터가 카드업계 핀테크 화두로 떠올랐다. 빅데이터로 개별 소비자의 소비성향과 경제활동 영역을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부터 카드시장을 키우는 마케팅 수단의 저변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신한카드는 빅데이터로 고객들 움직임을 포착한 뒤 이를 기반으로 고객의 입맛을 겨눈 카드상품을 출시하는 등 빅데이터 상품 판촉에 발벗고 나섰다. 삼성카드, 국민카드, 롯데카드등은 고객별 카드결제 정보를 활용해 고객에게 실시간으로 할인쿠폰, 가맹점 혜택, 포인트 사용가능처 등을 알려주는 맞춤형 서비스로 매출증대를 꾀하고 있다.
BC카드는 지자체와 공공기관 등에 지역상권과 관광활성화에 유용한 빅데이터를 제공함과 동시에 빅데이터 활용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우리카드는 빅데이터를 보안분야에 접목시켜 서비스 안정성을 높인 뒤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쌓아 매출을 늘려 가겠다는 전략이다.
정훈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빅데이터의 진정한 위력은 모인 데이터들이 재가공돼 그 무엇과 조화를 이뤄 합쳐졌을 때 발휘된다"며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금융학계 관계자는 "빅데이터가 조연에서 주연으로 올라섰다"며 "빅데이터를 누가 얼만큼 더 잘 활용하는지의 여부는 결국 카드 핀테크 여정의 중요한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빅데이터는 카드 핀테크의 중요한 구성요소 중 하나"라며 "빅데이터는 빅마켓으로 향하는 열쇠"라고 말했다.
□ 신한카드, 빅데이터 기반 신상품으로 '짭짤'
신한카드는 '퍼스트무버' 전략으로 지난해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출시한 시리즈 상품으로 손맛을 봤다.
신한카드는 작년 5월부터 연령대별 수요를 남녀 각각 9개 모델로 나눠 만든 23.5 · 에스라인 체크 · BBIG카드 등 '코드나인' 시리즈를 차례로 선보이고 있다. 23.5는 소비성향이 강한 젊은 남성 직장인을 대상으로 삼았으며 에스라인 체크는 계획적 소비를 즐기는 전문직 여성을 타깃으로 했다. BBIG은 3040 남녀 직장인들의 대중교통비 부담을 덜어주고자 했다.
신한카드는 코드나인 시리즈 출시로 상반기 351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으며 이는 전년동기 3177억원 대비 10.7% 증가한 실적이다. 지난달 27일에는 코드나인 상품설명을 흥미롭게 풀어낸 신한카드 유투브 동영상 조회수가 1000만뷰를 돌파하기도 했다.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이달 연임을 확정지은 뒤 "빅데이터와 핀테크 분야에서의 주도권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 삼성 · 국민카드, 고객 맞춤형 혜택 추천서비스 인기
삼성카드는 업계에서 처음으로 작년 4월 고객 카드결제 정보를 활용해 맞춤형 혜택을 추천 해주는 CLO서비스(Card Linked Offer) '링크'를 도입해 고객의 지갑을 여는데 성공했다.
삼성카드는 링크를 사용하는 고객의 월평균 카드사용액이 사용하지 않는 고객의 카드사용액보다 평균 17% 가량 높았다고 밝혔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링크는 그간의 소비패턴을 분석해 고객이 자주 방문할 것 같은 가맹점을 정교하게 예측한 뒤 고객에게 자동으로 맞춤형 혜택을 선사한다"며 "고객의 합리적 소비를 돕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카드는 '스마트 오퍼링', 롯데카드는 '스마트 클러치', 현대카드는 '마이메뉴' CLO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한편 CLO서비스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미국 내 소비심리 확산에 기여한 바 있으며 미국의 연간 CLO 거래건수는 2013년 7억건, 2014년 12억건, 올해 16억건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 BC카드, 빅데이터 노하우 축적·…‘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BC카드는 축적한 빅데이터를 지자체와 공공기관 등에 무상으로 제공해 내수경기를 활성화 시킴으로써 카드시장의 파이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역상권을 살리면 그만큼 카드시장의 볼륨도 커진다는 분석에서다.
BC카드는 올초 안동시와 빅데이터 제공 협약을 맺고 지역상권 부흥을 약속했으며 지난 7월에는 서울시와 손잡고 빅데이터로 서울 골목상권 살리기에 나섰다. 최근에는 문화관광연구원과 MOU를 체결하고 국내 관광산업 경기전망, 관광객 여행패턴 등을 카드결제 정보 빅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해 주기로 했다.
BC카드 관계자는 "BC카드는 순수 공익실현을 목적으로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 등에 빅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키로 했다"며 "빅데이터 기부를 통해 국내경제가 활발히 돌아가게 되면 궁극적으로 카드시장의 파이 또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는 BC카드가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내준 방대한 빅데이터에 빅데이터 관련기술과 활용능력까지 더해 성장성을 높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우리카드, 빅데이터로 보안성 높여 고객보호
우리카드는 빅데이터 시스템을 탑재해 보안성을 한층 강화시킨 부정사용방지시스템(FDS)을 지난 달 19일 오픈했다. 고객의 신뢰를 얻고 매출도 늘린다는 전략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우리카드는 지능화되고 있는 최근의 카드 부정사용 사례를 모두 데이터화 해 기존 FDS를 빈틈없는 시스템으로 재탄생 시키고자 했다"며 "일명 카드깡은 95.5%, 해외부정거래 사례는 88.8%의 높은 확률로 걸러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들이 우리카드를 믿고 맘편히 카드를 쓸 수 있다면 이는 모두에게 윈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FDS는 고객의 평소 카드사용 패턴과 상이한 거래가 발생할 경우 그간의 고객 빅데이터를 토대로 카드 부정사용으로 인식하고 고객에게 경고해 주는 시스템이다.
□ 빅데이터는 "빅브라더" VS "핀테크의 심장"
카드사들이 빅데이터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나서자 빅데이터가 개인신상 유출로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지난 6월 금융위원회가 빅데이터를 육성하기 위해 흩어져 있는 금융권 정보를 한 곳에 모으는 종합신용정보 집중기관 설립계획을 밝히자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은 지난 달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금융당국의 이 기관이 국민을 감시하는데 악용될 수 있다며 설립에 반대했다.
그들은 "생년월일 등 단일정보로 개인특정이 불가능한 비식별자료만을 빅데이터로 활용한다 해도 문제의 소지는 사라지지 않는다"며 "이를 기업체 등이 이미 갖고있는 정보와 결합하면 개인의 특정이 가능해지고 그 경우 악용도 가능하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하지만 카드업계와 소비자단체들은 빅데이터는 핀테크 발전에서 빠져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라며 빅데이터의 활용을 지지하고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빅데이터의 활용은 이미 세계적 추세"라며 "빅데이터는 충분히 산업에 유용한 존재이고 때문에 이를 멀리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강 국장은 "개인정보 유출가능성과 악용가능성의 싹을 잘라내기만 한다면 빅데이터는 분명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빅데이터의 경쟁력 확보는 현 시점에서 필수적"이라며 "부작용이 두렵다고 해서 빅데이터 육성에 소극적이면 안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빅데이터의 빅브라더화를 막기 위해선 사전방지가 중요하다"며 "빅데이터로 쓰인 자료를 곧바로 삭제하거나 보관을 막는 법안을 만드는 등의 노력으로 부작용은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빅데이터는 카드사 수익과도 연관이 있지만 동시에 카드 핀테크 성장을 위해 반드시 섭취해야 할 영양분과도 같다"며 "금융당국과 손잡고 부작용을 해소하는 노력을 하면서 빅데이터의 활용을 늘려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빅데이터 기반 서비스는 스마트폰 위치정보, 전자지갑 기능과 어우러져 카드시장의 새로운 성장엔진이 되리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