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인터넷쇼핑몰업체 롯데닷컴이 지난해 계열사 롯데닷컴재팬에 제공해온 차입금 보증채무가 이행되면서 당시 납입자본금의 233억원의 66%에 달하는 153억원을 한방에 날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롯데닷컴은 지난해 17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시현하며 지난 2008년 이후 2013년까지 약 6년간 벌어들인 누적 순이익 188억원을 거의 다 까먹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더욱이 이 같은 보증채무 이행은 국내 재계순위 5위 롯데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한 흔치 않은 일이자 그룹 이미지 실추와 연결될 수도 있는 사안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3억원 대위변제로 순손실 171억원 시현...6년간 벌어들인 순이익 91% 까먹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별도재무제표 기준 롯데닷컴의 지난해 매출액은 2059억원으로 전년도 2007억원 대비 2.6%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69억원을 기록, 전년도 77억원대비 12.5% 감소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경기침체 지속에 따른 소비부진과 동종업체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지급수수료와 판매수수료, 판촉비와 광고선전비 등의 급증에 따른 수익성 저하로 분석된다. 특히 당기순손익의 경우 171억원의 손실을 기록, 전년도 65억원 순이익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주요인은 롯데닷컴재팬에 서준 보증채무 대위변제금액 153억원과 함께,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보유 중이던 롯데건설 주식을 호텔롯데에 처분하는 과정에서 34억원의 처분손실까지 가세한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롯데닷컴은 보증채무 변제금 마련과 기타 회사 운용상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했을까?
이 회사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보유중이던 매도가능금융자산의 처분과 특수관계자인 롯데그룹 계열사등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대금의 지급을 늦추는 방식 등을 통해 필요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금흐름표에 따르면 롯데닷컴은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보유중이던 롯데건설 주식을 호텔롯데에 매각해 192억원을 조달하고, 단기금융자산 회수 120억원, 롯데쇼핑·에프알엘코리아 등 그룹관계사의거래 대금을 전년대비 274억원을 증가시켜(미지급금) 약 586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 자금으로 보증채무 153억원을 변제하고 롯데제이티비 유상증자 참여 70억원 등 유·무형자산 투자에 153억원 등 306억원, 차입금 상환에 20억원을 사용하고 남은 자금 등을 포함 약 280억원 가량을 급증한 미지급금의 지급에 대비해 내부 유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롯데닷컴재팬에 서준 보증채무 153억원의 지급으로 인해 롯데닷컴은 지난 2008년 49억원, 2009년 37억원과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순이익 합계 102억원 등 6년에 걸친 누적순이익 188억원의 91%를 1년 만에 홀랑 까먹어 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게다가 롯데닷컴재팬 초기 출자금 62억원을 지난 2012년도에 전액 손상처리 한 것까지 감안한다면 총 215억원을 날린 셈이다.
대위변제 후유증, 부채비율 급등·자금수지 미스매칭(?)...주식 매각 관련 의혹도 제기
롯데닷컴의 보증채무 대위변제는 재무제표 곳곳에서 그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는 것이 재무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차적으로는 지난해말 기준 부채비율이 급등해 재무 안정성이 떨어진데다가 단기 자금조달과 운용상의 미스매칭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롯데닷컴의 부채비율 추이를 보면 지난 2009년 205%였던 것이 2012년 300%, 지난해의 경우 무려 691%로 재무안정성이 크게 악화됐다. 뿐만 아니라 최근 3년새 처음으로 단기자금의 조달과 운용상 자금 미스매칭 현상도 나타났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비교적 단기간에 현금화가 가능한 금융자산과 지급해야할 금융부채와의 차액(A-B)이 2012, 2013년까지는 플러스(+)로 선순환의 흐름을 보였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99억원을 기록하며 부(負)의 흐름으로 전환됐다.
이는 단기 현금성 자산보다 지급해야할 돈이 더 많다는 의미로, 그 원인은 2013년말 기준 매도가능금융자산 215억원으로 계상된 롯데건설 주식 30만6477주를 지난해 7월 192억원을 받고 호텔롯데에 매각함으로써 그만큼 현금성자산을 까먹은 때문으로 분석된다.
재무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負)의 흐름이 지속될 경우 단기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 금융 차입이나 증자 등을 통해 자금수지를 맞춰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불어 일각에서는 지난 2009년 이후 총 250억원을 주고 매입한 롯데건설 주식 30만6477주(당시 평균단가 8만1572원)를 매각손실을 보면서까지 192억원(평균단가 6만2782원)만 받고 호텔롯데에 매각할 정도로 자금사정이 다급했는가라는 지적과 함께 또 다른 속내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닷컴 관계자는 “해당 건은 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위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매각”이라며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명시된 비상장주식의 평가에 의해 산출된 가격으로 매입과 매각이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진위야 어찌됐던 롯데닷컴을 이 지경까지 끌고 온 ‘롯데닷컴재팬’이란 회사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