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웅섭 금감원장, 미흡한 수검 태도에 의원들 질타받아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정무위원회 의원들의 질문을 놓치거나 질문의 요지를 잘 이해하지 못 하는 등 미흡한 수감 태도로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와 함께 진 원장은 케케묵은 카드와 보험 관련 이슈들 때문에 진땀을 빼야 했다.
진 원장은 카드업계와 관련해서는 불법 카드 복제와 삼성카드의 소멸시효 지난 채권 판매 문제, 해외원화결제 수수료 등과 관련해 지적을 받았다.
보험업계와 관련해서는 손해사정업의 일감몰아주기를 비롯해 실손의료보험 중복 납입,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등이 도마에 올랐다.
□진웅섭, 미흡한 수검 준비에 '질책'
정무위 의원들은 이날 금감원 국감에서 질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직원들의 자료 받기에 급급한 진웅섭 금감원장의 수검 태도를 질책했다.
진 원장은 의원들의 질문을 놓치기 일쑤였고 질문의 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헤맸다. 진 원장이 사안을 숙지하지 못하면서 뒤에 앉은 금감원 관계자들만 자료 전달하기 바빴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금감원장이 이 정도의 내용도 미처 파악하지 못 하고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자료를 보지 않고도 대답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진 원장은 또 의원들이 질의에 집중하지 않고 뒷 사람과 말을 나누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김기식 의원은 "도대체 몇 번째냐"며 "의원들이 질의할 때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느라 질문을 못 들었다고 언제까지 반문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카드 복제 방지·해외원화결제 수수료 골머리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3년6개월 간 불법 복제된 신용카드를 이용해 결제를 시도했다가 카드회사 시스템에 적발돼 승인 거절된 횟수가 19만 건에 달한다"며 카드복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각 카드사는 카드 사용자의 거래 유형을 분석해 이상 결제 징후를 발견하고 조치를 취하는 FDS(사기예방시스템)를 가동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에 거주하는 사용자의 카드가 30분 뒤 미국에서 결제되거나, 소액만 거래하던 사용자가 그간 거래에 없던 특정인에게 고액을 송금하는 등 평소 사용자의 사용 패턴과 다른 형태의 결제가 발생할 시 이를 포착해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상직 의원은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8개 카드사의 FDS 적발 내역을 분석한 결과 불법 복제카드 결제 시도 횟수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며 "복제된 신용카드의 해외 결제 시도 횟수의 경우 국내 시도 횟수보다 평균 15배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자료의 수치는 FDS에 적발돼 승인이 거절된 내역에 불과하다"며 "시스템에 잡히지 않고 경찰에도 적발되지 않거나 카드 소유자가 복제카드 사용을 인지하지 못해 정상 승인이 이뤄진 건까지 합하면 그 피해는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 의원은 신용카드 복제 과정을 직접 시연하며 마그네틱 카드의 복제가 쉬운 단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삼성카드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 2000억원 상당을 저축은행에 팔아 넘기면서 금융소비자만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카드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2010년 이후 매각한 총 4121억원 상당의 소멸시효 완성채권 중 절반이 넘는 2106억5400만원 어치의 채권을 솔로몬저축은행에 팔았다. 삼성카드는 지난 2010년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원금의 4% 가격인 84억1400만원에 구 솔로몬저축은행에 매각했다.
이밖에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카드업계가 고객에게 'DCC수수료'에 대한 안내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카드 이용자들은 해외에서 원화로 카드결제를 함으로써 지난 4년간 최대 2206억원의 비용을 더 지급했다"며 "4년 동안 해외에서 원화로 카드 결제된 금액은 2조7569억원임을 감안하면 3%에서 최대 8%까지 적용되는 DCC수수료를 이에 적용할 경우 카드사들은 최대 2206억원을 해외가맹점에 기부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보험, 일감몰아주기·자살보험금·실손의료보험 등 타깃
김영환 의원은 "보험사들이 자회사 손해사정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불합리한 위탁관행이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생명보험업계 빅3와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KB손보 등 손해보험업계 빅4가 자회사 형태의 손해사정업체를 만들어 일감을 100% 수준까지 몰아주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들 7개의 보험사들이 매년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말 기준 금감원에 등록된 손해사정업체 944개 중 이들 7개 보험사의 자회사 손해사정업체는 12개였다. 하지만 이들 자회사 손해사정업체들은 보험사가 위탁하는 손해사정건수의 65%를 가져가고 있었다. 반면 나머지 932개 일반 손해사정업체의 일감은 35%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김 의원은 "금감원은 예외조항을 둬 대기업 보험사들이 자회사를 이용해 자기손해사정을 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놨다"며 "금감원은 시행령을 고쳐 예외조항만 빼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공정성과 객관성이 생명인 손해사정사 제도 도입 취지에 반하고 보험소비자의 권익 보호에도 역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금감원이 6년 간 실손의료보험과 관련해 국민의 보험료 중복납입은 눈감아주고 보험사의 보험금 이중지급은 방지하도록 지도 감독했다"고 지적했다.
강기정 의원은 "과거 금감원의 지도로 생·손보협회의 '실손의료비중복 조회시스템'이 구축돼 있었으나 사실상 보험사가 가입자의 보험금 이중지급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진웅섭 원장은 또 소멸시효가 완료된 자살보험금의 규모가 무려 1000억원이 넘는 것과 관련해 질책을 받았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5년 간 소멸시효가 완료된 자살보험금은 1564건으로 약 1011억원 규모라고 강조했다.
김기준 의원은 "자살보험금의 소멸시효 완료 규모가 큰 것은 유족들이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대상인지를 잘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보험사는 이를 고의적으로 방치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사들이 유족들에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소멸시효가 완료된 보험금이라도 지급 의무가 생기면 휴면보험금과 같이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금감원에서 지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