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마지막 정기국회 회기가 진행되고 있다. 매년 여야 사이에 말초적 쟁점을 둘러싸고 기싸움이나 감사 대상자에 대한 으름장 놓기라고 비난받는 국감도 막을 내렸다. 정작 생산적인 국정감사의 정착은 요원한 것일까?
이제는 내년 예산안과 그 부수법안인 세법개정안의 처리가 가장 중요한 현안이 되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정교과서 예산문제로 암초에 부딪쳐 순항할지 의문이다. 국회의원 10인이 모이면 발의되는 의원입법안 숫자는 상승일로이다.
19대 국회에서 무려 1만5172건이 발의 되었으나 가결된 법률안은 11.5%에 불과한 1746건이라 한다. 16대 국회 가결률 27% 이후 계속 하향 추세이다. 16대는 발의건수가 1912건 정도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의원입법안 발의의 폭증은 입법이 의원 개인의 업적으로 평가되면서 우후죽순과 같은 난맥상을 낳았다. 어느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의원 명의로 발의되어 통과된 법안 869건 중 148건(17%)은 용어 한 두 개를 바꾸는 수준의 ‘꼼수’ 입법이었다. 148건 중 벌금형 액수만 바꾼 법안이 78건이라고 한다.
정당정치가 정착된 구미(歐美)에서는 의원 몇 사람이 모여 발의되는 법안은 많지 않다고 한다. 정강정책에 부합하는지 여부가 정당차원에서 검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우리 입법절차의 후진성을 지적하는 분도 적지 않다.
특히 세법은 국가재정의 기초가 되고 집행상의 어려움으로 의원입법의 영역은 아닌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의원입법이 폭증세를 보이면서 각 납세자 단체나 지역을 대변하는 세법개정안 발의가 증가해 예외가 될 수 없는 것 같다.
예컨대 세무조사대상자에 사전통지하고 교통비를 지급하자는 것, 세무조사 결과를 두고 납세자와 최종협의를 거치도록 하자는 것, 금품제공자에 대한 세무재조사를 의무화 하자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세무조사 관련 개별 의원입법안이 발의되었다. 국회 전문위원은 긍정적인 의견을 냈다지만 그것이 의원입법 방식에 의한 ‘법률’로 정하여야 하는 지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러한 입법이 세무조사의 실효성 제고와 과세처분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길일까? 교통비 지급은 수많은 다른 행정조사와 균형을 맞춰야 할 일이다. 세무조사 결과 최종협의는 아직은 세무공무원과 납세자 사이의 유착이나 조세행정의 불신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납세자의 금품제공은 뇌물공여로 형사처벌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세무재조사는 탈루된 소득을 찾기 위한 것이지 뇌물공여자를 제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들 사안은 전형적인 행정입법으로도 가능한 부분이다.
법률은 법의 목적에 맞게 만들어져야 하고 새로운 법이 정합성을 해치지 않는 무거운 것이어야 한다. 올해 세법 개정법안 심사과정에서 여러 개별 발의법안들이 잘 걸러져서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좋은 세법 만들기가 이루어지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