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1년9개월만 '文-安' 결별…의원들 만류에도 '혁신전대' 고수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결국 '탈당'을 선택했다.
안 전 대표는 13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저는 이제 당 안에서 변화와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안에서 도저히 안 된다면,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탈당을 공식화했다.
안 전 대표는 "저는 오늘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납니다.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을 혁신하고 또 혁신해서, 지지자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정당, 국민이 믿고 정권을 맡길 수 있는 정당으로 바꾸라는 당원과 국민의 염원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그대로 머물러 안주하려는 힘은 너무도 강하고 저의 능력이, 힘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고, 비상한 각오와 담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거듭거듭 간절하게 호소했지만, 답은 없었다"며 "이대로 가면, 총선은 물론 정권교체의 희망은 없다. 저의 부족함과 책임을 통감한다.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드린다"고 야권 지지층에 사과했다.
안 전 대표는 "저는 이제까지 늘 야당의 통합과 정권교체를 위한 선택을 해 왔다. 대통령 후보를 양보했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합했다"며 "그럼에도 정권교체는 실패했고, 정치혁신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의 삶도 나아지지 못했고, 야당조차 기득권화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금 야당은 국민에게 어떤 답도 드리지 못한다. 세상을 바꿀 수도,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지도 못한다"며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 있다. 활로를 찾으려면, 모든 것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더 큰 혁신은 배척당하고, 얼마 되지 않는 기득권 지키기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혁신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혁신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자신이 앞서 주장한 '혁신 전당대회'를 거부한 문재인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전 대표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캄캄한 절벽 앞에서 저는 지금,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길을 나서려고 한다"며 "이제 허허벌판에 혈혈단신 나선다. 나침반도 지도도 없다. 그러나 목표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 세력의 확장을 막고 더 나은 정치, 국민의 삶을 돌보는 새로운 정치로 국민들께 보답할 것"이라며 "정권교체는 그 시작이다.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겠다. 그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새로운 정치세력 만들기에 나설 뜻을 밝혔다
그는 끝으로 "당원 동지 여러분, 국민 여러분 지켜봐 주십시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한 후, 정론관을 빠져나갔다.
안 전 대표는 이후 '문 대표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 현재 당의 위기상황을 말씀 드렸고 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것은 '혁신 전대'라고 말씀 드렸다"며 "지금은 문 대표나 저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당을 위해 헌신할 때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헌신을 천명하자고 했지만 설득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의 탈당은 지난 해 3월 민주당과 안 전 대표가 이끌었던 새정치연합이 합당 창당을 선언한지 1년9개월만이다.
안 전 대표는 회견에 앞서 문재인 대표와 통화를 하며 최종 담판에 나섰지만 자신이 주장한 혁신전대 개최에 대한 확답을 받지 못해 11시 회견을 강행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 70여명은 전날(12일) 저녁 8시30분부터 국회에서 긴급 의총을 열고 ▲안 전 대표가 탈당을 재고할 것 ▲문 대표가 당의 갈등 해결을 위한 무한책임을 질 것 ▲두 사람은 당의 통합과 혁신을 위한 방안에 즉시 합의할 것 등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하고 의원들 자신들도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전폭 뒷받침할 것을 합의했다.
이에 문 대표는 이 결의문을 수용하고 이날 새벽 안 전 대표의 탈당을 만류하기 위해 안 전 대표의 집을 찾았지만 끝내 만남이 불발됐다.
안 전 대표는 자정 무렵 자신의 집을 찾은 박병석, 원혜영, 노웅래 의원 등이 '탈당 만류'를 위해 찾아가 대화를 나누었지만 '혁신전대'만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